“문 대통령, 경남고 때 정학당한 적 있다”
  • 부산 = 구민주·이민우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5.08 09:46
  • 호수 1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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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1주년] 송정규 前 한국도선사협회 회장 인터뷰

 

송정규 전 한국도선사협회 회장은 고등학교 때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반을 두 번이나 했던 ‘대통령의 친구’다. 그는 경남고 25회 동기회장을 맡고 있다. 그만큼 누구보다 정치인 이전의 문 대통령을 잘 알고 있는 친구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언론에서 수많은 연락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는 한사코 거절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또 ‘대통령 친구’라는 수식어가 자신에게 붙는 게 부담스러웠다. 오랜 설득 끝에 부산 해운대에 머물던 송 전 회장을 어렵사리 만났다. 4월23일, 전국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었다. 그는 만나서도 한참 동안 말을 꺼내지 않았다.

 

송 전 회장이 기억하는 문 대통령은 “조용하면서도 상당히 친화력이 좋았던 친구”다. 송 전 회장은 문 대통령의 고교 시절에 대해 “부리부리한 눈에 짙은 눈썹, 항상 밝게 웃는 모습에 조금 빛이 바랜 교복을 입고 다녔다”며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친구들을 모두 포용했고 남의 말을 편하게 잘 들어주는 모나지 않은 친구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미담을 늘어놓는 그에게 단점은 없느냐고 한참을 물었다. 그제야 “문 대통령이 정학을 당한 적이 있다. 훈육교사나 체육교사들로 구성된 암행 지도반에 담배를 소지했다가 정학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며 “당시 경남고는 한 해 160명 정도씩 서울대에 합격시킨 명문고라는 자부심이 엄청났다. 그만큼 학생들의 성적 스트레스도 컸다. 문 대통령도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고 설명했다.

 

© 시사저널 포토


송 전 회장은 문 대통령이 고교 때부터 약자에 대한 배려심이 특별했다고 기억한다.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 지역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영도다리와 가까운 전차 종점에서 구덕산 중턱까지 통학을 했었다”며 “학교 가는 길에 다리가 불편한 친구가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늘 가방을 들어주곤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약자에 대한 배려심이 남달라 훗날 인권변호사가 된 토대가 아니었나 싶다”고 덧붙였다.

 

 

“지금처럼만 하면 역사에 남는 대통령 될 것”

 

문 대통령은 과거부터 동문과 거리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무성·박맹우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등 경남고 출신 유력 정치인들이 대부분 보수 정당에 몸을 담고 있어서다. 성향이 다른 문 대통령 입장에선 비주류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는 동문들도 더러 있었다. 이에 대해 송 전 회장은 “공직에 재직 중인 동문들이 동창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문 대통령도 그런 이유였다고 생각된다”며 “오히려 평범한 회사원인 동문들과 자주 만나고 친구들을 잘 챙겼다”고 말했다.

 

‘대통령 친구’라는 이유로 각종 민원이 빗발치지는 않을까. 송 전 회장은 이 같은 질문에 한 일화를 들려줬다. 문 대통령이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낼 때의 일이었다. 사업을 하는 친구가 문 대통령을 찾아갔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사업과 관련된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내가 청와대에 있을 때까지만 친구 하지 말자”며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송 전 회장은 “동기들 사이에 잘 알려진 얘기”라며 “이런 얘기를 듣고 친분이 있다고 해서 사소한 거라도 부탁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2016년 부산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송정규 전 한국도선사협회 회장 © 송정규 제공


송 전 회장은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패배 후 경남 양산으로 낙향했을 때 “이젠 자주 볼 수 있어서 반가웠지만 (문 대통령과 같이) 소신 있는 사람이 정계를 떠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사의 손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당시 심경을 덤덤히 전했다.

 

최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운전대에 앉은 문 대통령. 그는 최근 “노벨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야 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발언했다. 송 전 회장은 이런 방식에 대해 “고교 시절 다들 공격수를 하고 싶어 할 때 수비수를 자처해 뒤에서 경기를 주도했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문재인 정권 1년. 송 전 회장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부터 잘할 거라 여겼고, 실제로 지지율이 방증한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대로 한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자랑스러운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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