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재계·노동계 따로 노는 ‘2019년 최저임금’
  • 이준영 시사저널e. 기자 (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8.05.14 09:50
  • 호수 1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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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최저임금안 확정 앞두고 ‘갑론을박’…전문가들 “최저임금委서 함께 논의해야”

 

2019년 최저임금안 확정 시한이 6월말로 다가왔지만,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이 완전히 갈리는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도 쉽사리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논란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정기 상여금 등이 포함될 경우 실질적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재계는 주휴수당을 고려하면 이미 올해 최저임금이 9000원을 넘었다고 주장한다.

 

 

국회 마비로 최저임금 산입 범위 결정 공전

 

최저임금 산입 범위 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 최종안을 논의할 때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위원회 관계자도 “기존 최저임금 산입 범위 기준대로 내년 최저임금안을 내놓을 수는 있다. 그러나 내년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거나 정한 후 산입 범위가 바뀐다면 이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2월20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중단 촉구·최저임금 1만원 보장 결의대회에서 민노총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재 최저임금 산입 범위 문제는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태다. 그러나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 차이와 국회 파행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여야 의원들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선 의견이 같다. 김동철·하태경·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 신보라·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산입 범위 확대 내용을 담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여당 의원들도 대부분 산입 범위 확대 의견에 공감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 의견은 한 달 단위로 주는 상여금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하자는 것”이라며 “다만 국회가 파행 중이다. 그러나 6월말까지 시한이 있기에 국회에서 결론을 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 문제의 당사자인 노동계와 재계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현재 최저임금에는 기본급, 직무수당, 직책수당 등 매달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포함된다. 상여금,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급식수당, 통근수당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 노동계는 현 상태 유지를 주장한다. 최저임금이 올해 16.4% 올랐지만 정기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이 최저임금에 포함될 경우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없어진다는 의견이다.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해선 안 된다”며 “정기 상여금과 각종 수당들을 산입 범위에 포함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음식숙박 업종의 고용량 감소와 관련이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음식숙박업의 고용은 2016년 7월 이후 감소 추세였다”며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았더라도 고용이 감소했을 것인데 추세를 판단하지 않으면 고용 감소가 최저임금의 영향인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은 3월까지 고용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과 산입 범위 함께 논의해야”

 

반면 재계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주들의 부담이 커졌다며 산입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범위에 정기 상여금과 각종 복리후생비를 포함해야 한다”며 “6월 지방선거 전에 국회에서 관련법을 통과시켜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만약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되지 않는다면 최저임금 인상률 수준이 2018년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논란은 주휴수당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재계가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이미 최저임금이 9000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근무자에게 주는 수당이다. 매주 근로하지 않은 하루에 대해 추가 임금을 주는 것으로,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4월19일 “주휴수당을 고려하면 올해 사업주는 사실상 시급 9045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과 산입 범위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과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함께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계는 최저임금 효과를 낮추기 위한 의도가 있기에 노동계가 이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산입 범위를 조정하되 충분히 최저임금 인상폭을 높여 노동자들의 실질적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줄어들지 않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산입 범위를 확대할 경우 장기적인 최저임금 인상률 등을 노사정위원회에서 별도로 협약을 맺으면 더욱 양측의 신뢰가 쌓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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