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안위, 피폭선량 의도적 증폭 의혹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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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방사선 피폭량 9배 부풀렸다"…원안위 "전문위원회 검토 후 계산값 변경했다"

 

이른바 '라돈 침대'를 조사 중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방사선 피폭량을 부풀려 발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원안위가 5일 만에 방사선 피폭량이 안전한 수준에서 위험한 수준으로 변경한 것은 의도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전문가도 이해할 수 없는 변수를 적용해 방사선 피폭량을 9배나 부풀린 배경을 원안위는 국민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되자 원안위는 방사선 피폭량을 계산했다. 해당 침대를 사용한 사람에게 방사선이 얼마나 피폭되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5월10일 원안위는 1차 결과를 발표했다. 사람이 하루에 10시간씩 침대 매트리스에 엎드려 호흡(2cm 높이)한다고 가정할 때의 라돈 농도를 측정했다. 이 농도 값을 넣어 복잡한 계산을 마친 결과 연간 방사선 피폭량은 0.5mSv(미리시버트)로 나타났다. 자연에서 받는 연간 방사선량 약 2mSv와 비교하면 그렇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에 국민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엄재식 원안위 사무처장은 5월10일 "내부 피폭 관련해서는 (0.5mSv로) 기준치에서 제시하고 있는 숫자에는 매우 못 미치는 수치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엄재식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은 5월10일 라돈이 검출된 침대의 방사선 허용치가 기준치 이하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말은 5일 만에 번복됐다. ​

 

이 말은 5일 만에 번복됐다. 원안위가 5월15일 내놓은 2차 결과에서 연간 방사선 피폭량은 9.35mSv로 계산됐다. 갑자기 9배나 급증한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 불안감도 증폭됐다. 처음에는 매트리스 커버만으로 실험했고 두 번째는 침대 전체를 대상으로 검사했다는 게 원안위의 해명이다. 엄 사무처장은 5월15일 “당시(1차 결과)에 발표할 때는 사실 속 커버뿐만이 아니라 그 스펀지에도 이런 모나자이트(방사성물질)가 활용됐다는 사실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송구하다”고 말했다.

 

"누군가 정책적 의도로 방사선 피폭량을 늘렸다"

 

그러나 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방사선 피폭량은 농도·평형인자·선량환산인자 등 여러 값으로 계산한다. 그런데 원안위가 그 값들을 인위적으로 높게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커버뿐만 아니라 침대 전체에서 라돈을 측정한 값, 즉 농도가 높아졌다고 해도 방사선 피폭량이 과다하게 산출됐다"며 "그래서 살펴보니 평형인자와 선량환산인자 값을 터무니없이 높게 잡았다. 왜 처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전문가 시각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원안위는 1차 결과에서 0.03이던 평형인자 값(토론)을 2차 결과에서는 0.04로 약 30% 높게 잡았다. 또 1차 결과에서 선량환산인자 값이 라돈은 9에서 20.4로 2배 이상 증가했고, 토론은 40에서 120으로 3배나 높아졌다. 토론은 라돈의 질량이 다른 동위원소이므로 모두 라돈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평형인자는 실내 방사성물질 중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비율을 말한다. 땅에 떨어졌거나 벽에 붙어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사성물질을 제외한 것이 얼마나 되느냐를 의미한다. 선량환산인자는 농도를 피폭선량으로 환산할 때 필요한 인자를 뜻한다. 이 교수는 "평형인자와 선량환산인자는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와 유엔방사선영향과학회(UNSCEAR) 등이 정한 국제적 기준을 따른다. 여러 국제적 기준이 있는데, 원안위는 그 기준을 1차 검사 때보다 높여 잡아 방사선 피폭량이 늘어났다"며 "왜 그랬는지, 그리고 그 기준이 침대의 방사선 피폭량 계산에 적합한지를 원안위는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2차 계산에 사용한 값을 1차 때와 달리한 이유를 원안위에 물었다. 원안위 측은 "1차 때에서는 ICRP와 UNSCEAR 기준을 적용했지만, 2차에서는 방사선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를 통해 내부 피폭 기준을 확립하면서, 최신 기준을 반영했다"며 "그래서 라돈 평형인자와 선량환산인자 값은 1·2차 모두 ICRP의 기준에서 따왔다. 그러나 토론 평형인자와 선량환산인자 값은 1차 검사에서 UNSCEAR의 기준을 적용했다가 2차 검사에서는 ICRP 기준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적용값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러나 1차 검사 때와 달리 2차 검사에서 라돈·토론에 적용하는 값을 달리한 판단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이 교수는 "선량환산인자 값의 단위를 1차 결과에서는 nSv(나노시버트)로 발표했고, 2차 결과에서는 10에 6승을 붙인 mSv로 표시했다. 같은 단위인데 표현을 달리한 것은 무언가를 알아볼 수 없도록 해서 혼란을 주려는 꼼수다. 또 매우 중요한 이유가 있어서 변경한 것인지 해명이 필요하다"며 "이런 일을 실무자 선에서 하면서 무리하게 방사선 피폭량을 증가시킬 것 같진 않다. 누군가 정책적 의도로 방사선 피폭량을 부풀렸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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