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 “생각했던 것 이상의 자리, 난 운이 좋은 놈”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18 11:56
  • 호수 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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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레슬러》로 돌아온 배우 유해진

 

신작 영화를 홍보 중인 그는 다짜고짜 영화 에피소드를 늘어놓기보다는, 영화에 출연한 ‘유해진’이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인터뷰의 계기는, ‘영화 홍보’였다. 그가 생활 밀착형 코미디 영화 《레슬러》(감독 김대웅)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레슬러》는 전직 레슬러에서 ‘프로 살림러’로 변신한 지 20년 차, 살림 9단에 아들 바보 ‘강귀보’(유해진)가 예기치 않은 인물들과 엮이기 시작하면서 평화롭던 일상이 유쾌하게 뒤집히는 이야기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를 본 솔직한 소감부터 말해 달라.

 

“많은 작업을 했지만 100% 만족하면서 본 영화는 없어요. 단, 좋은 점만 보려고 하죠. 부족한 부분은 다시 보면 어떨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메시지를 주지 않을까라는 위안을 삼아요. 이번 작품도 아쉬운 부분도 있고, 생각보다 잘 나온 부분도 있어요. 아쉬운 부분은 묻지 마세요. 얘기 안 할 거니까(웃음).”

 

 

몇 년 후에 다시 보면 분명 다르게 와 닿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영화를 잘 만들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 매번 큰돈 들이고 뜻을 같이하는 선수들이 모여 만들고, 다듬고, 최선의 선택을 해서 내놓는 건데도 잘 만드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저도 이제 꽤 해 봤잖아요. 그런데도 매번 새롭고, 어려워요. 그게 또 영화의 매력이겠죠?”

 

 

감초 역할을 하던 유해진도 매력적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주연 자리를 꿰찼다.

 

“이 자리가 제겐 벅차요. 지금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자리에 서 있어요.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지요. ‘정말 운이 좋은 놈’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겁이 나기도 하죠. 사람들의 믿음을 지키는 게 제 일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감독이 그랬다. 유해진은 마성의 매력남이라고.

 

“그냥 하는 얘기겠죠. 마성이라…(그는 휴대폰을 꺼내 들고 ‘마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검색했다). 이게 좋은 게 아니네요? ‘사람을 속이거나 현혹하는 악마와 같은 성질’이라는 건데, 제가 그런 성질과 맞나요(웃음)? 아마 듣기 좋으라고 하는 얘기일 겁니다.”

 

 

어쨌든 ‘매력남’이라는 수식어가 꽤 붙는다.

 

“여전히 적응 안 되고 쑥스러운 말이에요. 내가 뭐가 매력 있지? 변변하게 답을 못 하겠어요. 굳이 따지면 제 매력은 친밀감이 아닌가 싶어요. 영화 속에서도 정감 가는 역할을 많이 했고, 또 《삼시세끼》라는 예능을 통해 더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외모도 흔하디흔하고 친근하잖아요.”

 

 

미혼이지만 극 중에서 20세 아들을 둔 아버지를 연기했다.

 

“적잖이 충격을 받았어요. 하하. 제가 일찍 결혼했으면 가능한 일이에요. 제 친구 중 일찍 장가간 친구는 대학생 아들을 둔 녀석도 있으니깐. 다만 예전엔 어린아이의 아버지 역할이었는데 점점 아들의 나이가 많아지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유해진표’ 애드리브는 늘 화제다.

 

“대부분 촬영 전에 준비를 해요. 영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찾는 거죠. 그중에는 빵빵 터지는 애드리브도 있고, 표시는 나지 않지만 극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영악한 것들도 있어요. 영화를 조금 더 살찌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쉽지만은 않아요.”

 

 

그간 출연한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딱 한 가지만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두 좋아하는 역할이지만 《타짜》 고광렬이 특별했어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캐릭터고 관객들도 사랑해 준 캐릭터예요.”

 

 

유해진이 꼽는 연기 잘하는 배우, 누군가.

 

“라미란이 《국제시장》에서 춤추는 장면이 있어요. 아마 현장에서는 음악이 안 깔렸을 텐데 정말 우리 고모가 추는 춤을 추고 있더라고요. 박자를 무시하고 추는 춤, 그 모습을 보고 감탄했어요. 그런 게 놀라운 거 같아요. 라미란과는 영화 《죽이고 싶은》(2010년)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는데 왜 연기를 잘한다고 평가받는지 알겠더라고요. 그 장면을 보고 라미란에게 전화를 걸어 “넌 어떻게 그걸 표현했니?”라고 물어봤다니까요.”

 

 

어쨌든 흥행 성적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웃음).

 

“최근에 몇 차례 잘됐죠. 사실 그게 운이에요. 저도 남들이 노력한 만큼 했겠죠. 남들도 다 하는 그 노력. 그래서 결국 운이라는 거예요. 전 제가 남들보다 뛰어난 감각을 지닌 배우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무명으로 계신 분들 중에 더 뛰어난 감각을 지닌 분들이 많아요. 작품을 보는 안목? 사실 그게 뛰어났다면 과거에 흥행에 실패한 작품도 꽤 많은데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결론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운이라는 겁니다.”
 

 

자전거 마니아라고 들었다.

 

“어지간한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녀요. 오늘은 인터뷰 일정까지 있어서 오후에 자전거가 행여 짐이 될까 싶어 택시를 이용해 왔어요. 특별한 일이 아닐 때는 대체로 혼자 자유롭게 다니는 편입니다. 영화 현장도 자전거 타고 다녔어요. 매니저가 집으로 오지 않고 현장에서 반갑게 맞이하죠. 다 좋은데, 단점이 하나 있어요. 현장에서 잠이 그렇게 와요. 피곤한가 봐요.”

 

 

스케줄이 없을 때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특별한 게 없어요. 운동하고 산에 가고 자전거 타고, 겨울이(반려견)와 산책하고…. 잠깐 책을 보는 둥 하다가 친구랑 술 마시고(웃음). 여행 가고.”

 

 

버킷리스트가 있나.

 

“그런 것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예전에 공연을 많이 다녔거든요. 지금까지 공연을 했으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여전히 꿈꾸고 여전히 상상한다. 유해진의 지금은, 왠지 모르게 낭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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