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사건, 앞서가는 김경수 발목 잡을까
  • 이상욱 영남취재본부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5 14:04
  • 호수 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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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민심 르포(3)] 여론조사 추이로 본 경남지사 선거 판세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특검 조사가 예정된 가운데 의혹의 중심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의 지지율 유지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드루킹 사건 특검까지 앞둬 고민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6·13 지방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남지사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경수 후보 우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김 후보는 4월19일 출마 선언 때부터 전반적으로 탄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는 김경수 후보와 10%포인트대 수준의 격차를 두고 추격 중이다.

 

김경수 후보 지지율엔  두 번의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4월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낙마와 4·27 남북 정상회담 국면이 있었다. 먼저 청와대가 ‘외유성 출장’ 등의 의혹 속에 사퇴 요구를 받은 김기식 금감원장을 감싸던 때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60%대로 하락했다. JTBC(한국갤럽)가 4월22~23일 실시한 경남지사 지지도 조사에서 김경수 40.4%, 김태호 33.9%로 오차범위 내 박빙의 결과로 이어졌다.

 

또 4월은 문재인 대통령이 4·27 남북 정상회담 성과에 힘입어 국정수행 지지율 70%대를 회복하던 시기다. MBC(코리아리서치)의 4월30일~5월1일 조사에서 김경수 후보는 38.7%, 김태호 후보는 27.9%로 격차가 10.8%포인트로 다시 벌어졌다. 

 

이후 CBS(리얼미터) 조사(5월4~5일)에선 김경수 후보가 21.9%포인트 차로 앞서면서 20%포인트가 넘는 격차를 보였다. 계속된 서울신문(메트릭스)의 5월6~7일 조사에선 김경수 42.5%, 김태호 26.3%로 격차는 16.2%였다. 이후 MBC경남(리얼미터)의 5월8~9일 조사를 제외하곤 10%대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5월13~14일 조사된 쿠키뉴스(조원씨앤아이)와 5월19~21일 MBC(코리아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각각 18.5%포인트와 14.6%포인트로 나타났다.

 

이처럼 김경수 후보는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에 따라 40% 내외로 안정적인 지지율을 보이며, 김태호 후보와 10%포인트대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고공행진 중인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과 김태호 후보에 비해 지지층 결집도가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급격한 변화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반면 김태호 후보의 지지율 추이는 20% 후반대를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선거가 진행됨에 따라 김태호 후보가 보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보수층의 믿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왼쪽)와 김태호 자유한국당 경남지사 후보 © 연합뉴스


 

김경수, 김태호에 10%포인트 격차로 앞서

 

김경수 후보는 내륙권(거창·산청·의령·창녕·함안·함양·합천)을 제외한 경남 전 지역에서 김태호 후보보다 우세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5월13일 실시한 조사에서 김경수 후보와 김태호 후보는 창원권 43.5% 대 22.7%, 서부해안권(거제·고성·남해·사천·진주·통영·하동) 40.5% 대 28.2%, 동부권(김해·밀양·양산) 46.7% 대 21.7%로, 이들 지역에선 김경수 후보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김태호 후보는 내륙권(거창·산청·의령·창녕·함안·함양·합천)에서 40.5%로, 김경수 후보(23.3%)보다 앞섰다.

 

경남은 2017년 5월 19대 대선을 거치면서 지역구도가 희석된 결과를 보였다. 과거보다 보수정당 몰표 현상이 완화됐다. 경남 서부와 군 지역 쪽은 여전히 보수 성향이 강하지만, 경남 동부인 김해·양산 등지에선 민주당 세(勢)가 우세한 경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번 경남지사 선거의 가장 큰 관심사는 김경수 후보의 지지도 변화로 꼽힌다. 김경수 후보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가담 여부와 북·미 정상회담 성사 등 국내외 정세 변화의 상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4년 전 6회 지방선거에서 3주 전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 결과와 일치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서울시장의 경우 박원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 간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47.4%, 정 후보가 37.7%였다. 실제 개표 결과에서도 박 후보 56.1%, 정 후보 43.0%로 박 후보 승리로 끝났다. 부산시장 여론조사(중앙일보)에서도 서병수 후보 40.3%, 오거돈 후보 38.6%로 서 후보가 오차범위 내 우위였는데, 실제 결과도 서 후보가 1.31%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이 같은 결과에 따라 몇 가지 변수로 인해 아직 판세가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견해보단 이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김경수는 동부권, 김태호는 서부권 ‘우세’

 

그러나 민주당은 4년 전 결과에도 불구하고 드루킹 논란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5월13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경남지사 선거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인가의 질문에, ‘영향을 줄 것이다’는 50.8%(‘매우 큰 영향을 줄 것이다’ 13.9%,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다’ 36.9%),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39.2%(‘별로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27.7%,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11.5%), 모름·무응답은 10.0%였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수사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야당은 경남지사 선거에서 드루킹 의혹을 김경수 후보 공격 포인트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김태호 후보는 5월22일 CBS 라디오에서 “국민이나 우리 도민들께 단 한마디라도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그런 사과 정도는 해야 한다”고 김경수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워터게이트 사건 등을 보면 원래의 잘못보다도 대처 과정의 거짓말 때문에 정권이 붕괴되는 걸 보지 않았느냐”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반면 김 후보 측 선거대책본부장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CBS 라디오에서 ‘선거용 네거티브’라고 일축하며 “저희는 계속 비전을 내고 정책을 제시하는데 (김태호 후보 측은) 특검 얘기만 하고 네거티브만 하니까 경남 도민의 여론이 상대 후보에 안 좋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경남도민들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얘기 좀 그만하고 경남 민생을 어떻게 살릴 건지 비전 경쟁하고 정책 경쟁 좀 해 달라, 이게 요구”라고 언급해 드루킹 사건을 소재로 한 야당의 공세를 차단했다.

 

일명 ‘드루킹 특검’은 5월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전망이다. 특검 임명과 수사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실제 수사는 6월13일 지방선거 이후에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김경수 후보가 송인배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비서관의 소개로 드루킹 김아무개씨를 알게 된 사실을 염려한다. 송인배 비서관이 지난 대선 전 드루킹 김씨를 네 차례 만나 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드루킹 김씨는 김경수 후보가 댓글 조작 시연을 본 후 100만원이 든 봉투를 자신에게 건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청와대와 여권이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길게 이어가지 못하는 타이밍도 악재로 꼽힌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5월13일 실시한 조사에서 6월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보다 선거에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최근 현안 중 이번 지방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 같은 사안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이 26.0%로 1위를 차지했으며, 2위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라는 응답(13.5%)이었다.

 

여권은 북·미 정상회담의 여파가 지방선거 바람으로까지 이어지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평화 무드’가 이어지면서 문 대통령 지지도와 민주당 지지도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북한과 미국이 갈등을 빚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북·미 정상회담 판이 깨지지 않으면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매우 유리하다”고 말했다.

 

5월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지사 후보 관훈토론회에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권 “북·미 정상회담 열리면 민주당 유리”

 

김경수 후보는 현재까지 우세한 여론조사 결과에 만족하면서도 선거일이 제법 남은 만큼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19대 대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경남에서 36.7%를 얻어 홍 대표(37.2%)에게 1위를 내준 사실을 상기했다. 김경수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경남은 지난 19대 대선에서 봤듯이 쉽지 않다. 결국 막판에 가면 선거는 51 대 49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남을 다녀보면 경제와 민생이 어려움을 절감한다”면서 “경남 도민들이 문 대통령과 김경수 ‘미래팀’의 손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태호 후보는 현재 여론조사 결과가 별 의미 없다는 입장이다. 김태호 후보는 “지역을 직접 다녀보면 어떻게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지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며 “선거를 앞두고 대세는 우리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 [경남 민심 르포]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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