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한 한반도 갈등 때 유용하게 쓰인 '핫라인'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6 21: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설 후 남북 정상 간 처음 사용…2차 정상회담으로 바로 이어져

서로 가진 것을 많이 빼앗는 것이 1차원적 협상이라면 2차원은 파이를 키워 양쪽 모두가 많이 가져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협상을 뺏고 빼앗기는 등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는 접근법이다. 최고의 협상은 상대방의 감정과 마음까지 가져오는, 그래서 이를 통해 판을 아예 바꾸는 데 있다. 이른바 고차원의 협상기술이다. 국내외 유수의 경영컨설팅 기관들이 말하는 협상3.0의 개념은 이와 같은 ‘가치 중심’이 핵심이다. 나에게 가치 있는 게 무엇인지 살펴본 후 상대방의 만족도를 높여 내가 원하는 그것을 얻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급변하는 남북관계에 이를 대입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극비리에 진행된 이번 회담은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과정만 놓고 봐도 합격점이다. 최근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을 극한 대립을 벌이는 가운데 진행된 회담이라서 더욱 그렇다.


청와대 소식에 밝은 정치권 인사에 따르면, 이번 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이 핫라인(직통전화)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통화를 하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전화통화로 중요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문 대통령이 ‘이러지 말고 잠깐 만나자’고 제안해 회담이 성사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 핫라인으로 통화하다 전격 회담 제의

 

그동안 청와대 안팎에서는 4·27 판문점 회담 직전 개설된 핫라인의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 첫 개설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활용하지 않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난타전을 벌일 때도 남북한 고위급을 이어주는 핫라인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핫라인으로 김 위원장에게 연락했고, 김 위원장이 통화에 나선 것은 물론, 그 자리에서 전격적으로 회담에 응했다는 것은 정상회담 개최 이상의 성과라는 평가다.

 
핫라인은 앞에서 설명한 1, 2차원의 협상보다 고차원의 협상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핫라인이 적절하게 사용됐다는 것은 앞으로 진행된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도 긍정적이다. 남북이 교착상태에 빠진 대화를 이어가는 데 있어 두 정상간 핫라인은 그 어떤 채널보다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