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문무일, 흔들리는 검찰
  • 유지만·조문희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8 09:33
  • 호수 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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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수사단 사태’에서 드러난 검찰의 민낯

 

검찰이 내홍에 휩싸였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특별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이 문무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검찰 내부가 술렁였다. 전국의 고검장급 간부들까지 나서 사태 해결과 조직 갈등 봉합을 요청했고, 검찰 전문자문단이 문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강원랜드 수사단의 항명 사태로 문 총장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검찰 성추행 진상조사단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통해 검찰 내부에도 칼을 들이댔다는 반감이 내부에서 들끓었고, 외부에서는 공정하게 수사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로 검찰의 권한이 문 총장 대에서 대폭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내부의 우려도 만만찮다. 또 6월에 있을 검찰 검사장급 인사에 앞서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음에도 문 총장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5월1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굳은 표정으로 퇴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원랜드 수사단 항명 사태’로 곤욕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외압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2월이다. 당시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는 MBC 인터뷰를 통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춘천지검이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수사했던 2017년 4월 당시 안 검사는 담당검사로 있었다. 안 검사는 “사건을 인계받은 지 두 달 만에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이 갑자기 수사를 종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는 “권성동 의원 소환조사 필요성을 느꼈지만 상부에서 승인해 주지 않았고, 권 의원 측도 증거 목록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도 했다.

 

안 검사의 폭로 이후 수사는 다시 시작됐다. 대검찰청은 지난 2월 “독립적인 수사단을 편성해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강원랜드 채용비리 특별 수사단’을 발족했다. 당시 대검은 “수사단은 대검에 일절 보고 없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수사단은 이후 염동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외압을 넣은 검찰 관계자들 역시 수사선상에 올렸다.

 

수사단이 지목한 검찰 고위 간부는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과 최종원 남부지검장(전 춘천지검장)이었다. 김 부장이 권성동 의원의 항의전화를 받고 당시 수사를 맡은 춘천지검에 외압을 행사해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춘천지검은 대검에 보고하지 않고 권 의원의 보좌관에게 소환을 통보했으나, 김 부장은 “의원 보좌관 소환은 대검에 보고하고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결국 권 의원 보좌진 소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안 검사는 특별수사단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던 5월15일 다시 한번 폭로에 나섰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문 총장이 개입한 탓에 수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안 검사는 “문 총장이 2017년 12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을 소환조사하려는 수사팀을 크게 질책했고, 결국 소환계획이 철회됐다”고 밝혔다. 안 검사는 현재 수사단에는 소속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대검은 “수사 절차에 관한 의견 제시였으며 정당한 수사지휘”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수사단도 보도자료를 내며 문 총장을 저격해 파문이 커졌다. 수사단은 “문 총장이 수사단 출범 당시 공언과 달리 지난 1일부터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수사단이 4월25일 문 총장에게 수사 외압 의혹을 받는 고위 간부에 대한 기소 문제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 맡겨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 총장은 비법률가가 포함된 위원회 대신 형사법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전문자문단’을 새로 꾸려 기소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다. 대검은 “중대한 사안이니만큼 사건을 신중히 처리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문 총장 역시 5월16일 출근길에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며 “검찰권이 바르게 행사되도록 관리·감독하는 것이 총장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7명의 검찰 출신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전문자문단은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7명 중 과반이 넘는 5명이 대검에서 추천한 인사인 걸로 알려져서다. 대검 입맛에 맞는 인사로 꾸려진 전문자문단이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대검은 “전문자문단은 수사단의 의견을 청취한 뒤 최종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전문자문단은 12시간이 넘는 격론 끝에 김우현 반부패부장과 최종원 남부지검장을 기소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문 총장과 수사단의 대립 과정에서 문 총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사법연수원 41기)가 5월15일 서울 서초동 변호사 교육문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무일 검찰총장의 외압을 주장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성추행 진상조사, ‘용두사미’ 결과로 질타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검찰 내 성추행 진상조사는 부진한 조사 결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진상조사단·단장 조희진 검사장)은 4월26일 전·현직 검사 4명과 검찰 수사관 3명을 기소하며 85일간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진상조사단은 성추행 사건에만 집중했을 뿐 사후에 발생한 감찰 무마 등 검찰 지휘부의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기소는커녕 감찰 의뢰조차 하지 않았다.

 

수사단 구성의 불씨를 제공했던 서지현 검사는 즉각 반발했다. 서 검사는 5월1일 국회에서 ‘서지현 검사를 지지하는 여성 국회의원 모임’ 간담회에 참석해 “검찰은 처음부터 수사 의지, 능력, 공정성이 결여된 3무(無)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부실 수사를 자초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서 검사는 “수사단도 아닌 ‘조사단’을 조직한 것은 직권남용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겠다는 사전 가이드라인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국민과 내부 검사들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스스로 놓친 검찰의 수사에 깊은 안타까움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문 총장은 서 검사의 폭로 직후인 1월30일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철저한 진상조사 후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조차 “(조사단의 수사 결과는) 검찰 조직 내부의 문제점에 대해 검찰의 자체적 조사나 진상규명에는 한계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체면을 구겼다. 또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는 검찰 수뇌부에 대한 형사고발까지 예고했다. 그는 또 강원랜드 수사에 대한 전문자문단의 결정에 대해서도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수사권 조정·인사 등 현안 동력 떨어지나

 

문 총장의 임기는 현재 1년 이상 남았지만, 눈앞에 산적한 과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과제는 현재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문제다. 수사권 문제는 청와대 및 법무부, 행자부와 함께 의견조율을 하고 있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6월까지 이 사안을 논의하기로 돼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현재 검찰이 지니고 있는 권한 상당수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6월에는 검찰 검사장급 인사가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총장에 대해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 중 하나로 인사 문제를 꼽기도 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내부에서는 검사장 자리를 상당수 줄일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서울의 지검장급 인사를 검사장이 아닌 차장급으로 조정할 것이란 구체적인 얘기도 있다. 내부의 동요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문 총장 역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문 총장은 4월25일 대검찰청 블로그기자단 간담회에서 “검찰개혁은 원래 생각했던 것의 반 정도를 하고 있고 나머지 반도 더 하고 싶지만 구성원이 힘들어하고 있다”며 “남은 검찰개혁 과제는 후임 총장에게 넘겨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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