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굿컴퍼니’ SK이노베이션·포스코켐텍·인천공항공사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5.29 10:03
  • 호수 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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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굿 컴퍼니 지수(GCI)’] (1) 올해로 5번째 코스피·코스닥·공기업 순위 발표

 

‘좋은 기업이란 무엇일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만들어내야 하는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한가해 보이는 질문처럼 느껴진다면 이미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 이미지를 바탕으로 더 많이 성장하는 시대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경영활동을 통해 번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당연한 책무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활용한 공유가치 창출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영역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전 세계가 ‘한강의 기적’으로 칭송할 만큼 압축적으로 초고속 성장을 이룬 한국 경제는 그동안 기업들의 무한 이기심을 핵심 동력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들조차 사회와 더불어 상생하고 사내 구성원들과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게 거듭나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시사저널이 국내 언론사 가운데 최초로 굿 컴퍼니 컨퍼런스를 기획하게 된 배경 역시 ‘좋은 기업이 경제를 살리고 세상을 바꾼다’는 가치를 확산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좋은 기업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대체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일까? 그동안 좋은 기업 옥석 가리기에 대한 다양한 방법이 다양한 주체들로부터 시도됐지만, 객관성·신뢰성·전문성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시사저널이 2013년부터 국제 경제포럼 ‘굿 컴퍼니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그 구체적 실현을 위해 2014년 국내 최초로 ‘굿 컴퍼니 지수(GCI·Good Company Index)’를 개발해 발표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freepic

 

 

 

 

‘좋은 기업이 경제를 살리고 세상을 바꾼다’

 

‘대한민국 굿 컴퍼니’라는 새로운 개념 정립에 나선 시사저널은 2013년 6월부터 HR 분야 전문 컨설팅 회사인 ‘인싸이트그룹’과 손잡고 공동으로 굿 컴퍼니 지수 개발에 나섰다. 그 첫 번째 작업은 ‘굿 컴퍼니’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됐다. ‘굿 컴퍼니는 경제적·사회적·윤리적 가치 극대화를 통해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이란 개념 정립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GCI 개발에 착수했다.

 

시사저널은 2014년 국내 최초로 ‘굿 컴퍼니 지수’를 발표했다. 이전까지 기업들을 단순한 매출·시가총액 등 경영적 수치로만 서열화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국내 상황에서, ‘좋은 기업’ 평가에 대한 순위 매김은 신선함을 넘어, 재계는 물론 사회 전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기업의 최우선 가치인 이익 창출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까지 다하는 기업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객관적 지표 개발에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다.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된 GCI 조사에서 시사저널이 세운 중요한 원칙은 다층 분석을 통해 ‘좋은 기업’을 가려내자는 것이다. 객관성과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이다. 사회적·윤리적 가치 못지않게 경제적 가치를 계량화하려 노력한 것도 이런 원칙에 충실하기 위해서였다. 최고경영자(CEO)나 기업의 윤리성만을 따지는 것에만 ‘좋은 기업’의 성공 모델을 가두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 못지않게 매출 성장도 중요하게 봤다. 오히려 시사저널은 성공의 과실을 구성원과 골고루 나누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때문에 ‘사회적 가치 60%, 윤리적 가치 30%, 경제적 가치 10%’라는 GCI의 원칙을 올해도 똑같이 적용했다.

 

 

가장 배점이 높은 사회적 가치에는 기업 자체의 굿 컴퍼니 실현 의지, 내부 구성원들에 대한 공정한 대우, 개인의 발전 지원, 안정적 삶의 기반 제공, 일하기 좋은 근무환경 제공 등이 평가항목에 포함됐다. 아울러 소비자 기준의 가치 있는 상품 판매, 정직한 판매 방식, 또 지역사회 기준의 고용 창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 등이 반영됐다. 윤리적 가치 항목에는 준법경영과 투명한 경영, 상생 경영, 환경 보호 등이 평가되고, 경제적 가치에는 경제적 성과를 측정했다.

 

 

조사 대상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와 공기업 등 3개 분야로 나눴다. 3월말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150위 내 기업을 1차로 추려내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집중 조사를 벌였다. 공기업 부문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23곳이 대상이 됐다. 아울러 서류상에 기재된 것만 참고하지 않고, 시사저널 기자들이 참여한 ‘정성평가’도 정량평가와 병행해 실시했다.

 

평가 항목은 서구 유수의 연구기관에서 도입한 것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다국적 교육·컨설팅 기관 GPTW(Great Place To Work)연구소가 미국 유력 경제지 포춘과 더불어 매년 실시하는 ‘일하기 좋은 회사’(GPTW) 조사에서는 믿음·존중·공정성·자부심·재미 등 5개 부문을 토대로 삼아 신뢰지수(Trust Index)를 뽑아낸다. 이 조사는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게 우리와 다를 뿐이다. 서구 기업들이 선뜻 관련 조사에 나서는 것은 이를 통해 자사 조직이 얼마나 건강한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GPTW연구소의 평가는 대상을 신청 기업으로만 한정한다. 전 기업을 대상으로 삼을 수 없기에 결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시사저널은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대상을 상장사로 정했다. 현실적으로 기업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기 위해서는 상장기업이 아니고선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종남 새만금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이 지난해 5월31일 시사저널 2017 굿컴퍼니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사회적 책임 다하는 기업에 높은 배점

 

시사저널은 시대적 흐름에 맞는 평가 지수를 만들기 위해 각 부문별로 평가 항목을 차별화했다. 우선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조직 내 여성 임직원 비율이 얼마인지를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양성 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다. 특히 여성 임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기업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 천장’을 부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동조합이 있는지도 가점 대상에 포함시켰다. 노동조합은 회사 구성원과 경영진 간 공식적인 소통 창구다. 선진국의 주요 연구기관들은 우수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노동조합의 유무를 중요하게 본다.

 

아울러 시사저널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주주 권리 보호에도 보조를 맞췄다. 집중투표제·서면투표제·전자투표제 등 주주 권리를 보장해 주는 제도를 도입한 기업에 가산점을 줬다. 또 투명경영 일환으로 내부거래 감시기구를 설치했는지도 중요하게 봤다. 공정한 시장 경쟁을 위해서라도 이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동시에 내부 신고 제도와 내부 고발자를 보호해 주는 제도가 마련돼 있는 기업에는 가산점을 주기로 결정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지배구조·환경과 관련해 외부 기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기업에는 가산점을 부여했다. 코스닥 상장사 역시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공기업 부문은 코스피·코스닥 부문과 달리 부채 비율을 경제적 가치 항목에 추가해 부채 감축 의지를 평가했다. 아울러 매출액 증가율 대비 직원 증가율과 장애인 의무고용과 같은 고용 실적을 평가 항목에 넣었다. 청렴도 측정 결과와 함께 부패방지 시책평가 결과도 평가 항목에 포함시켰다. 아울러 중소기업 제품 우선 구매,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 구매 등 상생 문화 조성에도 얼마나 힘썼는지 평가했다. 준법 경영과 환경 보호 등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이러한 부분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사람 중심의 경제’와도 맥이 닿는다.

 

올해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SK그룹과 LG그룹, 삼성그룹의 선전(善戰)이 눈부셨다. SK그룹에선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가 각각 1위와 5위를, LG그룹에선 LG생활건강과 LG화학이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3위), 삼성전기(8위), 삼성화재(10위) 등 삼성그룹도 선전했다. 특히 2017년 24위에 그쳤던 SK이노베이션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 달성과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노사문화를 선보이며 단숨에 ‘굿 컴퍼니’ 1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코스닥 부문은 매년 부침(浮沈)이 심했다. 2014년은 다음(현 다음카카오)이, 2015년은 KTH가, 2016년은 고영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위에는 작년에 이어 포스코켐텍이 올랐다. 포스코켐텍은 2014년 4위로 시작해 2015년 2위, 2016년 15위 등 매년 꾸준한 성적을 유지해 코스닥 부문의 좋은 기업이란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공기업 부문에서는 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수자원공사·한국감정원이 지난 3년간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올해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4년 만에 1위를 탈환했다. 올해 2위를 차지한 한국전력공사는 3년 연속 2위를 차지하는 등 매년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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