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선금 받고 진료 중단한 '먹튀 치과' 수사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5.30 13: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실 진료·부작용 피해자, 치과 상대로 줄고소

 

서울 강남 압구정의 한 치과 의원에서 교정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무더기로 고소장을 제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연예인의 치열 교정으로 유명한 이 치과는 일반 환자들에게 돈을 받고도 진료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경찰은 대표원장 강아무개씨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강씨는 지난해에도 동일한 수법으로 '먹튀'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치과는 환자들에게 치아교정 치료비로 수백만 원씩 선금을 받고도 5월19일 확장 공사 등의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치료를 중단했다. 이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환자 50여 명은 최근 강남경찰서에 집단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인이 최근 200명을 넘었고, 강남경찰서에 관련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는 6월29일 홈페이지에 ‘○○치과 고소 절차 안내'라는 공지글을 게시해 고소장과 진술서를 다운받고, 이메일로 접수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강남경찰서 인터넷 홈페이지

 

환자들은 해당 치과가 허위·과장 광고로 환자를 대량 모집하면서 진료가 부실해졌다고 주장한다. 또 치과는 이른바 '투명교정' 시술을 한다며 수백만 원의 돈을 선납 받고도 최근 진료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투명교정이란 얇고 투명한 레진(특수 플라스틱)으로 된 틀을 이용해 치열을 교정하는 시술이다. 

 

환자들은 광고 내용이나 사전 설명과는 달리 효과가 없거나 장기간 치료가 진행되지 않아 진료비 환불을 요구했으나 돌려받지 못했다. 진료비는 100~700만원대까지 개인별로 차이가 크다. 시술을 받은 환자 중에는 멀쩡한 치아가 오히려 부정교합 증세를 보이는 등 부작용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한 피해자는 "투명교정 치료비 900만원을 450만원으로 할인해 준다고 해서 치료를 시작했다. 4년 이상 진료받았지만 사실상 진료가 진행되지 않아 환불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며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원장은 없고 페이닥터(월급 의사)가 있는데, 할인 이벤트로 환자가 몰리다 보니 의사는 공장식으로 환자를 몇 초 정도 진료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해당 치과의 대표원장이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환자에게 피해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다른 병원명으로 치과를 운영하던 원장 강씨는 이벤트로 환자를 모아 돈을 받은 뒤 병원을 다른 원장에게 넘겼고, 이 과정에서 해당 치과가 폐업했다. 이때 피해자는 500여 명에 이르고, 이들이 선납한 진료비는 1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환자들은 해당 치과가 30% 싸게 해주겠다며 수백만 원에 달하는 진료비를 선납할 것을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먹튀 이벤트 병원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청원 글을 올렸다. 피해자들은 해당 원장의 면허를 취소해줄 것과 이런 병원은 다시 개업하지 못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투명교정에 소비자 불만이 급증하자 한국소비자원은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2년 3개월간(2016~18년 3월) 소비자상담 통합 콜센터(국번없이 1372)로 접수된 투명교정 관련 불만은 총 332건이었고, 최근 3개월 동안 86건이 접수돼 전년동기(30건) 대비 약 186% 급증했다. 가장 큰 불만 사항은 '부실 진료'로 전체 불만 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부작용 발생'이 그 뒤를 이었다. 부실 진료란 효과가 없거나 진료·관리 소홀, 교정장치 제공 지연, 교정장치 이상 등을 말한다. 한 대학 치과병원 교수는 "투명교정은 앞니를 살짝 교정하는 도구인데 아마도 그 치과는 진료 내용을 무리하게 부풀려 환자에게 설명하고 진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TOP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