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GCC] "직원 자긍심 높이니 실적 올랐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5.3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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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컴퍼니·AXA코리아가 소개하는 사람중심 경영 사례 발표

사람 중심 경영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통했다. 5월3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시사저널 주최 ‘2018 굿 컴퍼니 컨퍼런스’의 오후 세션에선 기업들의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올해 컨퍼런스 주제인 ‘from Human Resources to Human being(인적 자원에서 사람으로)’에 걸맞은 해외 기업들의 사례들이 소개됐다. 강루가(미국명 Luke Kang) 월트디즈니컴퍼니 북아시아 대표이사와 질 프로마조(Gilles Fromageo) AXA 코리아 대표이사가 발표 연사로 참여했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8 굿컴퍼니 컨퍼런스(GCC)'에서 강루가 월트디즈니컴패니 북아시아 대표이사가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 ‘디즈니’ - 진짜 리더십은 사람 중심 경영에서 나와

 

강루가 대표는 2011년부터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의 대표를 맡아오다 2014년부터는 북아시아 대표를 겸임하기 시작했다. 강 대표 취임 이후 한국·중국·일본 권역의 디즈니 사업은 기록적으로 성장했다. 강 대표는 그 비결로 “사람 중심 경영”을 꼽았다. 강 대표가 말한 사람 중심 경영은 ‘겸손·다양성·개방성·낙관주의·협업’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었다. 

 

강 대표는 “다섯 가지 가치를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으로 보여주면서 직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나 아시아권 문화에선 상명하복식 문화의 덫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리더는 자신을 겸손하게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신이 대우받고 싶은 만큼 직원을 대하라”고도 말했다. 강 대표는 “지금은 부하 직원이어도 언젠간 당신의 상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직원들을 대하라”고 조언했다. “기업의 리더라고 해서 사회의 리더라는 말은 아니다. 맥주 한잔, 저녁 한 번 같이 먹고 싶은 리더인지 되돌아보라”고도 했다.

 

그런 리더가 되기 위해 강 대표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세부터 갖췄다. 직원을 인간적으로 대우했다. “디즈니는 리스크를 감당할만한 혁신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새로운 비전을 조직에 설명할 때도 “결과가 안 좋으면 내가 먼저 책임지겠다”고 설득했다. 직원들이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사내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직원 재교육도 실시했다. 

 

사람 중심 경영은 실적도 올렸다. 강 대표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시장의 평균 성장률은 8%였지만, 북아시아 월트디즈니는 28% 성장했다. 특히 미디어 시장의 경우 평균 63% 성장률을 보였지만, 월트디즈니는 매년 100%이상 성장하고 있다. 직원 만족도 역시 크게 올랐다. 직원 대상 설문 조사 결과, 2014년엔 전체 직원의 45%만이 “디즈니를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추천한다”고 응답했지만, 2017년은 그 숫자가 94%까지 치솟았다.

 

강 대표는 ‘리더(Leader)’와 ‘관리자(Manager)’의 차이점에 대해 강조했다. 관리자는 현재 상황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사람이지만,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을 이끄는 사람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사람들을 박스 밖으로 끌어내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진짜 리더는 박스 자체를 다시 정의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월트디즈니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창의성이었다. 미키마우스로 처음 시작한 디즈니에게 혁신과 창조력을 빼놓고 얘기할 순 없어서다. 게다가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포화 상태다. 강 대표는 “지금 상황에선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고, 그 근본은 직원들의 창의성을 보장하는 조직문화에 있다”고 말했다. “자본은 모으면 되고 전략은 모방할 수 있다. 하지만 인재는 아니다. 좋은 인재를 찾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라”고 했다. 강 대표는 “모든 일의 근본은 사람이다”라는 말로 스피치를 마쳤다.​ 

 

 

5월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8 굿컴퍼니 컨퍼런스(GCC)'에서 질 프로마조 AXA코리아 대표이사가 발언하고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 ‘AXA’ - 직원의 강한 자부심이 한국 재벌과 싸우는 원동력

 

AXA는 200년 역사를 가진 세계적 보험회사지만, 우리나라에선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국내 대형 보험회사에 밀려서다. 질 프로마조 AXA 코리아 대표이사 역시 “AXA는 한국에선 작은 회사”라면서 “한국의 거대한 재벌들과 싸우려면 AXA만의 차별점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 차이는 직원들의 자부심에서 나온다고 했다. 

 

프로마조 대표는 AXA 코리아만의 ‘프라이드 이니셔티브(pride initiative)’를 소개했다. 직원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우선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AXA의 무엇이 자랑스러운지 물었다. 수많은 답변 중에서 6개 주요 사항을 꼽았다. 프로마조 대표는 그를 ‘프라이드 사이클(pride cycle)'이라고 정의했다.

 

사이클의 첫 단계는 모두가 공유하는 비전을 세우는 것이었다. 프로마조 대표는 “이익보다 감성에 초점을 맞춘 비전이 더 매력적이다”라고 조언했다. 가령 ‘넘버 원 보험회사가 되자’보다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인생의 파트너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거다. 다음으론 동기를 부여했다. 직원 스스로 자신의 업무가 회사에 실제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작업이다. 이 외에도 프로마조 대표는 직원들의 자긍심을 높인 원동력으로 강한 기업문화, 인정받는 리더십, 성공적인 실적, 신뢰 구축 등을 들었다.

 

AXA의 기업 문화는 수평적인 걸로 유명하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고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는 걸 중요시한다. 워라밸(work life balance)을 지켜주며 여성에게 친화적인 기업이다. 프로마조 대표는 “이런 강력한 기업 문화가 한국의 다른 보험 회사와는 다른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뢰받는 리더십은 직원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기분에 귀를 기울이고, 반복해서 소통하며, 숨기지 말라”고 했다. 또 “직원의 성과를 인정하고 자랑스러워하며, 인재를 개발하는 데 아끼지 말라”고도 조언했다. 인정받는 리더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프로마조 대표는 “자부심은 분명히 중요하다”는 말로 강연을 정리했다. 그는 “자긍심 높은 직원의 힘은 무한하다”면서 “자존심은 이성이 아닌 감정에 관한 것이고, 직원의 사기를 높이는 건 아주 긴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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