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대선’ 태극기집회, 온·오프 영향력 확대…“사회 혼란과 분열 야기”
  • 조해수·조유빈·안성모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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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5000여명 태극기집회 참석…"사법기관은 사대본 같은 세력에 적극 대처해야"

 

‘19대 대선은 사기, 문재인 대통령은 가짜’라고 주장하는 사기대선진상규명본부(사대본)가 온·오프라인 양쪽 모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내 5곳에서 매주 토요일 열리는 ‘태극기 집회’의 참석자는 5000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인터넷 방송 역시 조회 수가 30만건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사기 대선’이라는 주장이 6·13 지방선거와 맞물리면서 선거 자체에 대한 불신과 부정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선거 분위기에 편승해 온·오프라인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집회는 대구·부산·울산 등 지방으로 확대되고 있고, 인터넷 방송에서는 ‘전자 개표기 조작이 가능하다’는 등 더욱 자극적인 소재로 선거제도 자체를 흔들고 있다. 현재 사대본은 허위사실 날조 및 유언비어 유포를 통한 내란선동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사대본은 “19대 대선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의해 자행된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면서 “선관위가 조직적으로 투표용지를 대규모로 바꿔치기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창화 사대본 상임대표는 이와 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지난해 6월7일 ‘대통령선거 무효의 소’를 대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6월2일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문재인퇴진범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서울역·대한문·동화면세점 태극기집회, 사기 대선 주장

정 대표는 이 소송과 관련해 ‘대통령 선거무효의 소 승소 전략’이라는 문서를 만들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이 문서를 보면 △사대본 자체 부정선거규명집회 투어 △대한애국당 주말집회 활용-애국문화협회 동대문 태극기집회 등 활용 △SNS, 유튜브 활용 홍보 등이 거론되고 있다. 즉 자신들의 집회 외에 오프라인에선 태극기집회를, 온라인에선 인터넷 방송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사대본을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고발한 정영모 정의로운 시민행동 대표는 “사대본은 2018년 2~4월에 걸쳐 7회 이상의 사대본 주관 부정선거 규명집회 투어를 실시한 바 있다. 또한 사대본 핵심인물(정창화 대표, 공동대표 서향기 목사 등)은 태극기집회 현장의 연단에 올라 사기 대선 주장을 계속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다수의 유튜브 업체를 찾아다니며 자신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유포시켜, 이들의 주장이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국내외로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매주 토요일 정기적으로 열리는 태극기집회는 크게 5곳으로 나눌 수 있다. 서울역, 대한문, 광화문 동화면세점, 광화문 교보빌딩, 종로 보신각 등이다. 사대본은 매주 토요일이면 이들 집회에 참석해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사대본은 이외에도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대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태극기집회 중 사대본의 주장에 찬성하거나 지지를 보이고 있는 곳은 서울역, 대한문, 동화면세점 등에서 열리는 집회다. 이들 태극기집회 참석자 수는 매주 5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역에서는 대한애국당(대표 조원진 의원)의 ‘박근혜 대통령 무죄석방 천만인 서명본부(천만본부)’가 태극기집회를 열고 있다. 태극기집회 중 가장 큰 규모로, 매주 4000여명이 모인다.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의 대한문 집회에는 매주 1200여명, ‘일파만파 애국자 총연합’의 동화면세점 집회에는 300여명이 참석한다”면서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참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집회에서 선거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기 대선을 주장하는 태극기집회는 지방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천만본부 공동대표 서석구 변호사는 “경기도 지역의 경우 성남, 수원 등에서 집회를 열었고, 충청도의 경우 대전,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지역은 대구, 부산, 창원, 거제, 통영, 진주 등에서 집회가 열렸다”면서 “서울 집회의 경우 특별한 행사가 있을 경우 1만명 이상이 운집한다. 지방 집회 참석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6월2일 서울역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무죄석방 천만인 서명본부가 태극기집회를 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문재인 사기 대선 동영상 1만1500여 건

유튜브·SNS 등 온라인을 통한 ‘사기 대선’ 주장의 영향력은 오프라인을 훨씬 뛰어 넘는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19대 대선이 사기’라는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월29일 ‘문재인 사기 대선’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니 1만1500여 개가 넘는 영상이 검색됐고, ‘19대 문재인 사기 대선’라는 키워드로는 2700여 개, ‘19대 대선 사기’로는 5000개가 넘는 영상이 검색됐다.

이 중 ‘애국우파 방송(봉주르 방송)’의 ‘가짜 대통령 문재인을 당장 끌어내리자’는 영상의 조회 수는 30만 건에 육박했다. ‘최우원의 구국방송’에서 방영한 ‘가짜 대통령 간첩 문재인은 체포되고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복귀한다’라는 제목의 영상 역시 22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허준선생tv-가짜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백악관 앞에서 외친 애국자 최우원 교수님’은 21만 건, ‘pirater-충격적이다’는 10만여 건, ‘신의 한수-대선 부정선거 증거 찾았다’도 10만 건의 조회 수를 넘어섰다.

이밖에 ‘선구자 방송-문재인 5.9 사기 대선! 허다한 증인과 증거 속속 드러나!’ ‘계선국TV KSK한성주시사TV-문재인이 사기대선 이어 댓글조작까지!’ ‘a new man korea선구자방송-문재인의 5.9대선이 사기인 이유’ ‘Live News영우방송-정치권은 왜 부정선거에 대해 함구하는가?’ ‘태극기방송이화영TV-제19대 대선 선거 무효소송 모임’ 등 방송도 수만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런 방송을 방영하는 인터넷 방송채널의 구독자 수 역시 수만명에 이르고 있다. 인터넷 보수지인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가 운영하는 ‘신의 한수’ 방송의 경우 1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전자 개표기 반대’ 등의 주장을 담은 방송도 쉽게 눈에 띈다. 방송은 ‘한국산 전자개표기 이라크에서 사고쳤다’ ‘불법 전자개표기 19대 대선 증거포착’ 등에서부터 ‘6·13 지방선거 전자개표기 사용금지 및 사전투표 거부운동’까지 다양하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 측은 “투표지 분류기(전자개표기)에만 의존해 개표 결과를 확정짓는 것이 아니다. 투표지 분류기 다음 순서로 심사·집계부에서 개표 사무원이 수작업으로 재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정당 추천 위원이 포함된 선관위 위원이 검열을 한다”면서 “이후에도 투표지라는 실물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개표 결과에 이의가 있는 정당·후보자는 소송을 통해 얼마든지 다시 한번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대본 측은 기존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창화 사대본 대표는 “전자개표기 사용 금지를 위해 행정소송을 8번이나 제기했다. 이번 6·13선거에서 전자개표기 사용을 막기 위해 주력할 것”이라면서 “전자개표기를 거친 후 수(手)개표를 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 선관위가 주장하는 수개표는 뭉텅이 표를 훑고 지나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선관위를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계기로 평범한 보수 세력과 극우 세력의 결합은 끊어졌고, 고립된 극우 세력은 변화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자폐적인 생각을 계속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기 대선’이라는 주장이 사대본 세력들이 공유하고 있는 집회·시위, SNS·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유통되며,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채색되고 변형돼 더욱 그럴 듯해진다는 것이다.

사대본과 같은 세력의 특징은 정치적인 영향력은 작은 대신, 대중적 노출 수준과 네트워크 확장성은 매우 커서 파급력이 상당히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영모 대표는 “사대본은 사회의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을 계획적으로 저지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없다”면서 “이 때문에 직접 나서 사대본을 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고발한 것이다. 고발이 들어간 만큼 사법기관은 사대본과 같은 세력에 적극 대처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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