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 특집] ② “통신 서비스는 국민 필수재”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6.05 10:10
  • 호수 1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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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대기업 횡포에 당해선 안 돼…서민 위한 2만원대 데이터 요금제 도입돼야”

 

보편요금제 도입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은 현재 크게 엇갈린다. 보편요금제가 서민 가계 지출에서 비중이 큰 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있지만,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며 소비자들의 장기적 후생 손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참여연대를 나와 민생경제연구소에 새 둥지를 튼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에게 보편요금제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기본료 폐지, 통신비 원가 공개 등 통신비와 관련된 각종 이슈를 이끌어온 안 소장은 보편요금제 도입을 찬성하는 가장 큰 이유로 “통신 서비스가 ‘국민 필수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 ⓒ시사저널 최준필


 

최근 참여연대를 나와 민생경제연구소에 둥지를 틀었다.


“20년 가까이 일했던 참여연대를 4월에 사직하고, 민생경제연구소를 만들었다. 또 하나의 배수진을 치고 시민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 보자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 오로지 서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목표로 하고, 경제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 민생 살리기, 서민 의료 지원, 교육비, 통신비 등을 연구하면서 시민단체와 협력해 움직일 수 있는 연구소 겸 시민단체다.” 

 

최근 보편요금제로 인해 통신비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통신비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해 왔는데.

 

“1999년부터 참여연대에서 통신비 문제를 제기하고 기본료 폐지를 비롯한 통신비 인하 방안을 주장하는 등 통신비 이슈를 지속적으로 들여다 봤다. 통신비 인하 정책은 다른 민생·복지대책과는 달리 세금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 부문이다. 이통3사의 독과점과 담합, 폭리를 시정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보편요금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의 요금으로 데이터 1GB, 음성통화 200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 정부가 2년마다 보편요금제의 데이터·음성 사용량과 요금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보편요금제 도입 문제를 두고 통신사의 반발도 심화되고 있다.

 

“이통3사는 지금까지 어마어마한 부를 쌓았다. 한 해 평균 1조2300억원씩 벌어들인다.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이통3사가 손해를 볼 것이라 생각하는가? 초반에 이통3사의 가입비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을 때, 기업이 망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더 늘어났다.”

 

통신 서비스는 국민들과 직결돼 있는 부분인데.

 

“통신비는 평균적으로 가계 지출의 6%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제는 ‘국민 필수재’다. 아주 어린 아이들과 최고령층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다. 지갑을 놔두고 올 수는 있지만 휴대전화를 놔두고는 나오지 못하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이통사 요금제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보나.

 

“3만2900원짜리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면 데이터 300MB를 준다. 이 사용량이 넘으면 이후부터는 비싸게 데이터를 사용해야 한다. 고가 요금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통3사의 요금을 보면 문자는 20원, 음성은 1초당 1.8원, 데이터 요금은 0.5KB당 0.275원으로 똑같다. 300MB를 제공하는 최소 데이터 요금제 요금도 3만2900원으로 동일하다. 3만2900원과 10만원대 무제한 요금제를 비교해 보면 금액적으로는 3배 차이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300배 차이가 난다.”

 

요금이 동일하다는 것은 요금 경쟁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아닌가. 

 

“이통3사의 요금이 같다는 것은 올바른 시장 경쟁이라고 볼 수 없다. 최근 LG유플러스와 KT는 8만8000원, 8만9000원에 속도 제한 없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속도가 제한되는 무제한 요금제를 쓰던 사람들은 그 요금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사실상 요금은 올라간다. 그것이 일부 효과가 있다해도 요금 인하라고 볼 수는 없는데도, 일부 언론에서는 요금 인하 경쟁이 벌어진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그런 요금제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해 가계통신비협의회도 여러 차례 개최했다. 

 

“이통사들의 엄살과 과장이 너무 심하다. 자율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하면 보편요금제 적용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도 2만원대 요금제 출시를 거부했다.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고 공공자원을 활용하고 있지만, 서민층이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이통사에게 망하라는 것이 아니다. 일부 서민들이 2만원대로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데이터 요금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편요금제 시행이 통신사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6GB(기가바이트)가 넘는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국민의 절반 이상이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돼 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고가의 요금제를 선택한다. 음성 200분에 1GB를 사용하는 보편요금제를 출시하는 것은, 통신비 인하가 꼭 필요한 일부 서민층에게 요금의 선택지를 하나 늘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의 요금제 규제가 시장경제 논리에 반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미 통신시장은 시장경제가 아니다. 이통3사가 아예 독과점을 포기하고 다른 사업자들을 다 들어오라고 해서 경쟁을 한다면 모를까.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격 인하가 이뤄지고, 정부가 개입할 일이 없을 것이다. 현재 통신시장은 진입의 자유와 가격 경쟁의 자유가 없는 ‘자연독과점 시장’이다. 정부의 허가를 받고 전파나 주파수 등 공공재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에 개입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독과점을 하고 있는 체제에서, 요금제 개입이 시장경제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알뜰폰 사업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알뜰폰 업체들은 이통사 망을 빌려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통3사가 망 도매가를 비싸게 책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망 도매가를 대폭 인하하고, 전파 비용을 면제해 줘야 한다. 이통3사의 자회사를 통한 알뜰폰 시장 진출 역시 문제로 많이 지적됐다. 알뜰폰이라는 대안시장에서 이통3사는 나가줘야 한다.”

 

최근 법원도 통신비 원가 소송 판결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와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이 더 중요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1년 이동통신 원가가 비싼 가계통신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며 원가 산정 자료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4월12일 대법원은 통신사의 원가 비밀보다 국민의 공공성이 더 중요하다며 통신비 원가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LTE요금제 원가에 대한 정보공개도 요청할 계획이다. 전기통신사업법도 국민들이 통신 서비스를 저렴하고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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