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공수한 김정은 전용 차량은 어떤 의미?
  • 노진섭 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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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대등한 입장 내세우며 최고 경호 태세

 

6월10일 오후 싱가포르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전용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제공하는 의전용 차량을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북한은 김 위원장의 전용차를 공수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상태에서 정상회담에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암살 등에 대비한 경호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하기 전에 공수된 차량(메르세데스 벤츠 S600 풀만 가드)은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 때도 이용했던 세단이다. 벤츠 관계자는 "전면부 디자인 등을 볼 때 2016년 9월 나온 신형 모델은 아니고 2015년 10월 독일에서 이 차량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김정은만을 위해 독일 벤츠가 만든 차량"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외국을 방문할 때는 미국 대통령 등 일부 국가수반을 제외하고는 수고롭게 전용차를 공수하지 않는다. 실제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가 제공하는 BMW 방탄차를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전용차를 공수한 이유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입장을 보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김 위원장의 전용 차량 뒷문에는 국무위원장 표장이 붙어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차에도 대통령 휘장이 있다. 미국 대통령의 전용차인 제너럴모터스(GM)의 캐딜락 리무진은 덩치가 커서 ‘비스트’(야수)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부터 사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방한 때도 이 차를 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 차량이 6월10일 싱가포르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를 방문하기 전 자신의 안전을 극도로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후 중국 외에는 항공기를 이용해 해외를 방문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또 김 위원장의 일정은 비공개로 진행될 정도로 경호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이 묵고 있는 세인트리지스 호텔 주변 인도에는 높이 1m 80㎝가 넘는 불투명 차단벽이 설치된 상태다.

 

최고 경호 태세가 필요한 북한으로서는 전용 차량을 공수할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전용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전차량으로 6m가 넘는 길이에 운전석과 유리 격벽을 두고 4명이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다. 여기에 VIP를 위한 각종 보호 기능이 추가돼 차량 무게만 3.8톤에서 최고 5.6톤에 이른다. 방탄·방폭은 물론 화염방사기에도 버틸 수 있도록 특수방화처리도 돼 있다. 내부 산소공급장치와 소방장치가 있고 타이어가 터져도 시속 100㎞의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인공위성 인터넷 접속도 가능한 이 차량 가격은 10억원대로 알려졌다. 

 

미국의 자동차 매체 레프트레인뉴스(Leftlanenews)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차는 겉모습에서 캐딜락이지만 쉐보레의 중형급 트럭인 코디악의 부품을 많이 사용했다. 8톤이 넘는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더 튼튼한 차체, 엔진, 변속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각종 화기 공격에 견디도록 차체는 약 20cm, 창문 두께도 약 13cm에 이른다. 5m가 넘는 비스트의 실내는 총 7개의 시트가 있어서 운전기사와 비서, 대통령의 공간과 나머지 4명이 앉을 수 있다. 비스트는 트럭에 사용하는 디젤 엔진으로 구동된다. 8톤의 무게를 움직일 힘이 필요하고 비상시에 가솔린보다 폭발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이 차량의 가격은 약 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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