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북·미가 부리고, 돈은 싱가포르가 벌었다
  • 싱가포르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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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방송 주관한 싱가포르 국영 ‘미디어코프’, 부스·장비 임대료로 최대 10억 가까이 챙긴 걸로 추정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모인 취재진은 300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역사적인 행사를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볼 권한을 부여받은 언론은 극히 제한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특혜를 누리는 곳이 있다. 싱가포르 국영 미디어기업인 ‘미디어코프(MediaCorp)’다. 

 

미디어코프가 운영하는 채널뉴스아시아는 이번 정상회담의 주관방송사다. 이들은 정상회담 관련 영상을 단독 공급하면서 상당한 돈을 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디어코프가 임시 기지국을 운영하는 싱가포르 국제미디어센터에선 국내외 방송사 30곳이 총 50칸의 미디어부스를 쓰고 있다.  

 

싱가포르 F1 피트 빌딩에 설치된 국제미디어센터. 싱가포르 국영 기업 미디어코프(MediaCorp)가 주관방송사임을 알리는 로고가 붙어 있다. © 시사저널 공성윤


 

미디어부스 임대료 645만원…“너무 비싸다”

 

정상회담 기간 동안 부스 한 칸을 사용하는 가격은 8000 SGD(싱가포르달러). 한화로 약 645만원이다. 즉 미디어코프는 부스 임대료로만 대략 3억 2200만원(40만 SGD)을 벌어들인 셈이다. 

 

일본 후지TV 관계자는 6월11일 시사저널에 “보통 미디어 부스를 빌리는 가격은 800~1000 USD(미국 달러, 약 86만~107만원)”라며 “미디어코프가 요구하는 임대료는 너무 비싸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미디어그룹 톰슨로이터 관계자는 “유럽에선 2000~3000 USD(약 215만~322만원)만 내면 미디어 부스를 빌려준다”고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디어부스는 4평도 안 되는 빈 공간에 불과하다. 여기엔 콘센트와 케이블 등 아주 기본적인 장비만 있다. 외국 방송사가 미디어코프의 방송을 받아 자국으로 보내려면 전화망·통신망 연결선 등이 따로 필요하다. 원활한 방송 편집을 위해선 속도가 빠른 네트워크 장치도 설치해야 한다. 이들 장비를 외부 방송사가 임의로 가져와 설치할 수는 없다고 한다. 무조건 유료로 빌려야 한다는 뜻이다. 

 

장비를 모두 빌리려면 적게는 1만 5000 SGD(약 1208만원), 많게는 2만 5700 SGD(약 2070만원)까지 들어간다. 방송사 30곳이 장비를 전부 빌렸다면 발생하는 비용은 45만~77만 1000 SGD(약 3억 6200만~6억 2100만원)이다. 부스 임대료까지 합하면 미디어코프는 최대 9억 4300만원(117만 1000 SGD)을 챙긴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외 방송사 30곳이 쓰고 있는 미디어부스 50곳의 위치. 부스 하나를 빌리는 가격은 약 645만원이다. © 시사저널 공성윤



부스·장비 임대료 합하면 최대 10억원 육박

 

유럽의 국제 중계 방송망인 유로비전 관계자는 “불공평한 가격”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에선 “객관적으론 분명 비싼 임대료지만 북·미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싼 편”이라는 방송업계 관계자의 의견도 있었다. 

 

그럼에도 미디어코프의 운영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에 미디어부스를 쓰는 한 국내 방송사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부스만 빌리면 모든 장비가 갖춰져 있다”면서 “이번처럼 장비를 따로 빌려야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때 주관방송사는 KBS였다. 당시 KBS도 외신을 위해 미디어부스를 마련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KBS는 부스 임대료로 미디어코프보다 조금 더 비싼 가격을 받았다고 한다. 단 그 부스엔 필요한 방송 장비가 모두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정상회담 기간 동안 국제미디어센터에는 미디어코프 방송만 24시간 내내 송출된다. © 시사저널 공성윤

 


미디어코프는 국영 기업, 수입은 정부가 챙겨

 

그밖에도 미디어코프는 방송기자가 리포팅을 할 수 있는 자리(라이브 스탠드업 포지션)를 쓰는 것도 공짜로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에 지정된 리포팅 자리는 총 30곳이다. 자리 한곳을 하루 종일 빌리는 가격은 그 위치에 따라 1만 2000~2만 SGD(약 968만~1614만원)이다. 정상회담 전후 3일 내내 모든 자리가 사용됐다면, 총 액수는 11억 3800만원(141만 SGD)으로 계산된다. 부스와 장비 임대료를 합한 최대 가격(9억 4300만원)을 웃돈다. 

 

미디어코프는 채널뉴스아시아를 포함해 7곳의 TV 방송사와 라디오 방송사 11곳을 거느리고 있다. 그 소유주는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인 테마섹 홀딩스다. 미디어코프의 수입은 곧 싱가포르 정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테마섹이 굴리는 자산은 2700억 SGD(약 218조원, 작년 3월 기준)에 달한다. 테마섹 CEO는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의 부인인 호칭(何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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