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시대②] 진보식 안보 해법, 위기의 한반도 구하다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5 10:24
  • 호수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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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21분,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가 헌법에 의해 파면되는 순간이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었다. 이후 조기대선을 통해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70%를 웃도는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며 국민의 신임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화를 통한 비핵화에 한발 다가서면서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구해 냈다.

 

동시에 보수의 최대 무기였던 ‘국가 안보’는 한반도 평화 국면 속에서 설 곳을 잃었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은 항간(巷間)에 떠돌던 소문의 조각들이 조금씩 수면에 드러나면서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광장을 촛불로 수놓았던 시민들은 그렇게 어둠을 물리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아침을 열었다. 

 

새로운 나라를 꿈꿨던 시민들은 6·13 선거를 통해 또다시 준엄한 메시지를 던졌다. 집권 세력에겐 대립보다는 대화를, 경쟁보다는 상생을, 이윤보다는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리로 얼룩진 보수진영엔 뼈를 깎는 혁신을 명령했다. 입법·사법·행정에 이어 지방권력마저 진보·개혁을 표방하는 사람들에게 넘겨주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데 더욱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년간 오른쪽을 보고 달리다가 서서히 왼쪽으로 전환하던 국가 정책은 점차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2018년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진보의 시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4월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서 판문점선언문을 채택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진보 시대를 여는 과정에서 위기도 있었다. 진보진영의 취약점으로 여겨졌던 안보 문제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한반도 정세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출범 나흘 만인 5월14일 ‘화성-12형’ 한 발을 발사했다. 이후 탄도미사일 9발을 더 발사했다. 2017년 9월엔 6차 핵실험까지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진보진영의 안보 해법을 담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이 주창한 ‘한반도 운전자론’도 이른바 ‘코리아 패싱’ 우려 속에 구호에 그칠 공산이 컸다.

 

문 대통령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반전을 꾀했다. 북한이 더 이상 도발하지 않을 경우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보수진영에선 격하게 반발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흔쾌히 동의하면서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은 이후 온갖 ‘선물 폭탄’을 안겼다.

 

최고조에 이른 위기는 최대의 기회가 됐다. 4월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전 세계로 생중계되면서 극적 반전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본격적으로 ‘중재자(negotiator)’ 역할을 자처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무산 위기에 다다랐을 때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은 빛을 발했다. 언론에 공개하지도 않은 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만나 중재를 자처했다. 모든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린 채 “우리에겐 평화만 달라”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결국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평화의 손을 잡았다. 70년간 적대관계를 이어온 두 정상의 첫 만남은 한반도의 완벽한 비핵화 노력에 합의하며 추가 만남을 예고한 채 끝났다. 비록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표현은 빠졌지만 두 정상은 신뢰감을 나타내며 비핵화 의지를 누차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미 동맹을 강조하며 군사훈련 유지 등을 요구해 온 보수진영엔 큰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정상 간 합의문이 발표된 직후 “지구상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미국과 남북한이 함께 거둔 위대한 승리이고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들의 진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여전히 북한의 태도 변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숱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시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이 담대한 여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가 정착되고 공존과 번영의 새 시대가 열릴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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