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시대⑤] 색깔론 덧칠한 보수진영, 결국 길 잃다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5 10:33
  • 호수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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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위기다. 위기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궤멸 직전에 와 있다. 6·13 선거의 지진파는 보수정당을 덮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대선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내준 보수 세력은 지방권력까지 빼앗기며 사실상 ‘TK 자민련’으로 전락했다.

 

보수 참패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선거 전부터 자유한국당 내에선 홍준표 책임론이 거셌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그의 지원 유세를 표 떨어진다고 거부했다. 그의 거친 말투와 막말 파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의 리더십은 당권을 강화시켰지만 민심을 잃게 만들었다. 보수의 결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었지만 보수 민심 이탈만 가속화시켰다. 

 

6·13 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6월14일 대표직 사퇴를 밝힌 뒤 머리를 숙이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단순히 홍준표란 인물에게서 모든 원인을 찾을 수는 없다. 탄핵 정국 이후 갈 길을 잃은 보수진영은 개헌, 드루킹 특검 등을 놓고 여당과 대치하며 정략적으로 접근했다. 국민들의 큰 호응을 받는 남·북·미 대화에 대해 색깔론으로 일관했다. 국민 다수가 긍정 평가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 대해서도 ‘사회주의적’이라고 폄하했다. 특검에 대해서도 구체적 물증보단 청와대를 겨냥했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남북문제와 관련해서는 쓰나미가 오는 형국인데 한국당은 배 위에서 살림살이만 챙기려는 모습”이라며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홍준표 지도부의 사퇴를 계기로 보수진영 개편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 합리적인 모습으로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정된다면 견제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당은 기본적으로 수구보수의 색깔이 강하다”며 “홍준표 지도부가 물러난다고 해서 합리적인 보수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현재의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보수진영은 2년 뒤 총선에서 3차 쓰나미를 맞게 된다. 정권마저 뺏기고 지방권력마저 내준 데 이어 개헌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의회권력까지 잃게 될 수 있다. 쪼그라든 보수진영이 국회의사당 구석에서 연명하는 정치 지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좌우를 뒤집으면, 일본 정치와 모양이 같아진다. 

 

새는 양 날개로 날지만 한쪽 날개로 치우치면 제대로 날 수 없다.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독주 구조에서 좋은 정치가 나올 수는 없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보수의 몰락을 구경만 할 수 없는 이유다. 다행히 2020년 총선까지 남은 2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보수진영은 변화된 시대상을 따라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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