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①] ‘은둔의 제왕’ 커튼 젖힌 김정은
  • 싱가포르 = 송창섭·공성윤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5 16:07
  • 호수 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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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공동주연 ‘싱가포르 3일’ 밀착 취재(上)…김정은, 트럼프 쇼 메인 게스트로 데뷔

 

2018년 6월12일 오전 9시54분(현지 시각) 말레이어로 ‘평화’와 ‘고요’라는 뜻의 센토사(Sentosa) 섬 카펠라 호텔 양쪽 발코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 정상의 만남이어서 그런지 두 사람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손을 맞잡은 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김 위원장과 함께 이 자리에 서게 돼 대단히 영광스럽다. 나는 우리가 거대한 성공을 이뤄낼 것이며 커다란 딜레마인 이 문제를 풀어낼 거라고 믿는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이 열리기까지 수많은 장애물이 있었지만 우리는 모두 극복하고 이 자리에 왔다”면서 “나는 이번 회담이 평화를 위한 서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서방 언론을 상대로 한 첫 데뷔 무대여서 그런지 김 위원장의 얼굴은 상기된 모습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나 역시 그렇게 될 거라고 믿는다”고 반기면서 금세 풀렸다. 순간 포뮬러 원 경기장 피트(Pit)를 개조해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IMC) 곳곳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싱가포르정부


 

세기의 담판은 그렇게 화려한 막을 올렸다. 앞서 김 위원장이 말한 수많은 장애물은 북한을 반세기 넘게 은둔의 제국으로 만든 ‘굴레’다.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도 풀지 못한 이 숙제를 트럼프와의 담판을 통해 풀어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외신 반응은 합격점이다. 미라 베이커 싱가포르 미디어코프 기자는 “협정문에 비핵화가 명시되느냐 여부를 떠나, 양국 정상이 만났다는 것 자체만으로 긍정적”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날 두 정상은 파격을 이어갔다. 예상보다 10분 일찍 끝난 단독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발코니로 나와 취재진을 향해 “정말 좋다, 정말 좋다, 정말 좋은 관계다(Very good, Very Good, Excellent Relationship)”라고 말해 단독회담이 화기애애한 가운데 진행됐음을 암시했다. 

 


 

 

트럼프 “베리 굿 베리 굿” 연발

 

두 정상의 기대감은 오찬 후 1시40분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조인식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이 역사적인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묻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문건에 서명하게 된다.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오늘과 같은 자리를 위해서 노력해 주신 트럼프 대통령께 사의를 표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IMC 내 외신기자들은 그 순간 각자의 휴대전화를 꺼내 본사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IMC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김 위원장이 말한 중대한 변화란 무엇일까. 싱가포르 일간지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 세유 베이 리 기자는 “은둔의 제왕이 커튼을 젖히고 트럼프 쇼의 메인 게스트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물론 이를 가능하게 만든 연출자는 트럼프”라고 말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가장 신경 쓴 점은 정상국가로의 변신이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자신에게 붙은 ‘독재자’라는 수식어를 떼는 게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동의가 급선무였다. 김 위원장의 등장은 그런 면에서 북한 외교의 전환점이 될 거라는 분석이 많다. 

 

※ 계속해서 ‘트럼프·김정은 공동주연 ‘싱가포르 3일’ 밀착 취재(中)편과 (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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