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김정은에 준 직통번호, 국가안보 흔들 수도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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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통번호=개인번호’일 경우 해킹 경로 열어주는 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줬다는 직통번호가 자칫 큰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해킹과 도청 가능성이 주된 이유다. 국가안보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르면 한국시각으로 오늘 오후에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버지의 날인 6월17일(현지시각) 북한에 전화를 걸 것이라고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6월15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에게 직통번호(very direct number)를 줬다”고 말한 바 있다. 

 

 

6월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백악관이 기자들에게 제공한 영상에서 김정은과 트럼프의 모습. ⓒ 연합뉴스


 


트럼프 “김정은에게 직통번호 줬다”

 

이 직통번호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전화번호일 경우 미국 안보에 상당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북한 해커들이 통신망에 침입해 트럼프와 다른 사람과의 통화를 엿듣거나 문자 메시지를 훔칠 수 있어서다. 트럼프의 위치가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보안업체 맥아피는 5월17일 “북한과 연계된 해커그룹 ‘선 팀(Sun Team)’이 악성코드를 숨긴 앱을 유통시켰다”고 발표했다. 이 악성코드가 앱을 통해 깔리면 사진과 연락처, 문자 메시지 등이 빠져나간다고 한다. 북한이 이와 같은 앱의 설치링크가 담긴 문자를 트럼프 대통령의 스마트폰에 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의 폰에 번호가 저장된 미국 핵심 인사들에게까지 접근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대통령이 열어주게 되는 셈이다. 

 


해킹 당하면 국가 기밀 유출 가능성 있어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횟수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4월23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존 켈리 비서실장을 거치지 않고 공화당 지도부 등 백악관 외부인과 소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백악관에 들어가서도 기존에 쓰던 스마트폰을 놓지 않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은 보안을 위해 별도의 암호화 처리가 된 휴대전화를 쓰게 돼 있다. 

 

독일 보안업체 시큐리니 리서치랩의 수석연구원 카스텐 놀은 6월15일 미국 IT매체 와이어드에 “트럼프가 주변의 조언을 경청했다면 자신의 폰으로 직결되지 않는 임의의 전화번호를 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줬다는 직통번호가 개인번호인지에 대해선 아직 밝히지 않았다. 

 

미국 IT매체 엔가짓은 6월16일 “트럼프가 정말로 개인번호를 건넸다면, 김정은의 정보 부대가 침투할 길이 여러 갈래 생긴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해킹실력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다. 지난 2014년 미국 소니픽처스가 대규모 해킹을 당해 다양한 정보가 유출된 적이 있다. 당시 해킹을 주도한 곳으로 북한 정찰총국의 해커 부대인 라자루스 그룹(Lazarus Group)​이 지목됐다. 이 그룹은 2013년 국내 금융기관을 마비시킨 주범으로도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이 6월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잔디밭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걸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폭스뉴스 인터뷰 및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등을 통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자신에게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직통 전화번호를 전달했으며 오는 일요일(17일) 북한에 전화하겠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북·미 회담 끝나도 이어지는 ‘북한발 해킹 위험’

 

북한발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고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화해무드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회담 이틀 뒤인 6월14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발견된 신형 악성코드 ‘타입프레임’이 북한 해킹조직에서 만든 것과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6월16일 “북·미 정상회담이 북한의 해킹에 대해선 다루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일부 국내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통번호를 준 것을 두고 “사실상 핫라인 구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핫라인은 엄연히 전화번호를 이용한 통화와 다른 개념이다. 핫라인은 중간에 다른 단말장치의 접속 없이 사전에 지정된 응답자에게만 직통으로 연결되는 통신 방식이다. 수화기만 들면 자동으로 연결되는 긴급 전화가 그 예다. 이 과정에서 전화번호는 필요 없다. ​무선통신을 기반으로 한 휴대폰 통화보다 보안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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