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중산층’이 필요하다
  • 전규열 객원논설위원(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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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 세제혜택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 고려돼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삶의 수준이 어느 정도입니까”라고 물어보면 한결 같은 대답이 “중산층”이라고 답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중산층 기준이 경제력에 맞춰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선진국일수록 비(非)금전적인 부분이 강조된다. 삶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철학, 기부 실천,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을 보면, 이들이 왜 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다.

 

직장인 설문조사 결과는 더욱 흥미롭다. 중산층 기준이 부채 없는 30평 아파트, 월급 500만원 이상, 자동차는 2000cc급 중형, 해외여행 연 몇 회 이상 등의 기준이 경제력이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의 사회적 책임이라 할 수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항목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중산층 관련 통계층 자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소위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계층인 중산층을 비롯한 고소득자 중심으로 기부 참여율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이 중간 수준인 가구가 종교·사회 시설에 기부한 지출 비중이 빈곤층보다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이 안정된 중산층이 생활이 빠듯한 빈곤층보다 오히려 기부 지출 비중이 적었다는 의미로, 어려운 이웃을 위한 배려보다 자신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썼다는 ‘도움’에 인색한 중산층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기부금 지출 규모는 가계 소득이 높을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하지만 지난해 중산층이라 할 수 있는 소득 3·4분위의 기부금 지출 비중은 평균 이하이면서 소득 하위 20%보다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중산층이나 고소득자 중심으로 기부 참여율이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부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지난 2011년 조사 땐 응답자의 36.4%였으나, 지난해 조사 때는 26.7%로 9.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하락폭이 가장 컸던 가구는 소득이 4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으로, 이들의 기부 참여 비율이 같은 기간 50.7%에서 32.4%로 무려 18.3%포인트나 줄었고,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도 59.5%에서 45.2%로 14.3%포인트나 줄었다. 고소득자들의 기부경험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절실해 보이는 대목이다.    

 

반면 경제적으로 생활하기도 빠듯한 월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의 기부 경험 비율 감소폭은 8∼9%포인트 내외인 것으로 나타나 고소득층과 상대적으로 대비를 이뤘다. 

 

한편 고소득층이라 할 수 있는 월 600만원 이상 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난 1년간 기부 경험이 없었던 이유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34.3%)라고 답했다는 것을 보면, 기부는 경제적 여유보다는 또 다른 것, 즉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 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중산층과 서민층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중산층이 되고 싶어 하는 걸까. 선진국의 기준을 보면서 최근 물질만능주의 부작용에 대한 반사적 현상으로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에서 우리사회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소득 3만 불 선진국 문턱에서 우리나라 중산층의 기준이 변경돼야 하는 이유다. 

 

시사저널 자료사진

 

선진국의 중산층 기준은 어떤가?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은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 외국어 하나 정도 구사할 수 있고, 폭넓은 세계 경험을 갖출 것, 한 가지 이상의 스포츠나 악기를 다룰 것, 손님 접대할 정도의 별미 하나 만들 줄 알 것, 사회 봉사단체에 활 동 할 것 등이다. 영국은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춘, 독선적이지 않고,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갖추면서, 약자를 배려할 줄 알며, 불의와 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수 있는 것 등이다.

 

기업에서 사람을 선발하고자 할 때나 국가나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사람을 선출하고자 할 때, 스펙보다는 사회적 중산층이 될 자질을 갖췄는지를 먼저 평가하는 시스템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중산층은 우리 사회의 허리에 해당되는 매우 중요한 계층으로, 최근 경제적 상황으로 그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있지만, 사회적으로 기부에 대한 인식이나 세제혜택 등 다양한 정책부분의 변화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경제적인 부분만을 강조하다 보면 삶이 너무 각박하지 않을까? 올바른 가치관, 약자에 대한 배려, 봉사, 페어플레이 정신 등 ‘무늬’만 중산층이 아닌, 경제력과 함께 사회적 책임에도 충실한 선진국형 중산층으로 변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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