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갈등, 136년 전통의 LA타임스 무너뜨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6.18 17: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지털 혁신 앞에 내분 일어났던 美 6대 일간지 LA타임스, 결국 중국계 사업가에게 팔려

 

미국 신문 산업의 판도가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거대 언론그룹 트롱크가 6대 일간지의 하나인 LA타임스를 중국계 사업가에게 넘겼고, 일본 기업은 트롱크의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에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디지털'이다. 

 

"디지털이 전통 뉴스 산업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는 성장하고 번성해야 한다." 중국계 바이오 기업가 패트릭 순 시옹(65)이 6월17일(현지시각) LA타임스 독자들에게 전한 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그는 6월18일부로 LA타임스의 새 주인이 됐다.  

 

6월18일부로 LA타임스의 새 주인이 된 외과의사 출신의 중국계 바이오 기업가 패트릭 순 시옹(65). ⓒ 연합뉴스



결국 매각된 美 6대 일간지 LA타임스

 

순 시옹은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LA타임스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LA타임스가 확보하고 있는 순수 디지털 구독자는 약 13만 8000명. 디지털 구독자가 100만명이 넘는 워싱턴포스트나 월스트리트저널에 비하면 열악한 수준이다. 뉴욕타임스는 그 수가 무려 280만명에 달한다. 

 

한때 LA타임스는 미국 전역에서 인쇄 발행부수 2위까지 차지했던 전통의 유력지였다. 창간 이후 136년 동안 44개의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서부 지역이 성장하던 2000년대 초반엔 동부의 강호 뉴욕타임스를 발행부수로 누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LA타임스가 디지털 혁신에 대해 고민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NPR)에 따르면, LA타임스의 원래 소유주였던 트롱크는 디지털 부문 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약속했다. 사내에선 "디지털 혁신을 위해 부장급 간부를 모두 끌어내려야 한다"는 말까지 돌았다고 한다. 이에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던 기자들은 반발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불거진 갈등이 이번 LA타임스 매각의 단초가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디지털 혁신 위해 부장급 끌어내려야"

 

한편 그동안 신문 산업에 의존해왔던 트롱크도 위기를 맞이했다. LA타임스를 떠나보낸 트롱크는 시카고 트리뷴, 볼티모어 선, 뉴욕데일리뉴스 등 유력 일간지를 갖고 있다. 트롱크의 순부채는 지난해 말 1억6400만 달러(약 1813억원)에서 올해 초 1억8600만 달러(약 2056억원)로 늘었다. 올 3월엔 마이클 페로 회장이 성추행 의혹 보도가 나오기 직전에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이후 일본 IT기업 소프트뱅크가 트롱크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그 외에 순 시옹과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도 인수전에 참여했다고 한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4월 "미디어 환경의 중심이 디지털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신문 산업을 놓고 여러 기업들이 경쟁하는 구도"라고 해석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에 있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본사 건물 앞에서 2016년 5월 행인들이 게시된 뉴스사진들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신문 산업 의존하던 원래 소유주도 매각설 휩싸여

 

전통 매체가 힘을 잃고 있다는 건 통계로 입증된다. 지난해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5%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뉴스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엔 그 비율이 21%였다. 

 

언론학으로 유명한 서던 캘리포니아대학 애낸버그 스쿨의 제프리 콜 교수는 6월16일 LA타임스에 "신문을 읽지 않는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앞으로도 절대 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단 그것이 뉴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뉴스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유통 형태가 바뀔 것이란 예측이다. 디지털 전략에 대한 고민 없이 '아웃링크'만 외치는 국내 신문사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TOP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