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라면 “여자도 군대 가겠다”고 해야 할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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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 없는 ‘뷔페미니즘’ 논란

 

“군대나 갔다 와서 당당하게 주장해라.”

“그냥 남녀평등 가자. 여자도 입대 시키자.”

 

6월9일 서울 혜화동에서 열린 홍대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일부다. 이처럼 ‘페미니즘’ 이슈엔 “여자도 군대 가라”는 반응이 뒤따른다. (관련 기사 ‘강남역 살인 사건’ 2년, 여전히 ‘여자’ ‘남자’ 싸움) 페미니스트들이 양성평등은 외치면서 여성의 군 복무를 반대하는 건 ‘뷔페미니즘(뷔페+페미니즘, 뷔페에서 원하는 음식만 골라 먹듯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에게 득 될 만한 것은 요구하면서 정작 불리해질 만한 사안에는 침묵·회피하는 행태)’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페미니즘과 군대는 어떻게 엮이게 됐을까.

 

2016년4월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숙명여자대학교 학군사관(ROTC) 후보생 선발전형 체력검정에서 지원자들이 윗몸일으키기를 하던 모습. ⓒ연합뉴스


 

 

헌재, 3번이나 “여성이 군대 안 가는 건 차별 아니다”

 

여성 입대 논쟁의 시작은 수십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헌법재판소 기록에 따르면, 논란이 되는 병역법 제3조 1항(남자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조항)이 최초로 심판받은 건 1999년이다. 당시 청구인은 “군대 때문에 여자보다 대학 졸업이 늦은 데다 전역 후에도 예비군 훈련에 동원되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며 본인이 제대한 지 13년 만에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했다. 이듬해 헌재는 “청구 기간이 지났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후 지금까지 해당 조항은 12번 더 심판대에 올랐다. “남성에게만 병역 의무를 지우는 건 차별”이라는 이유에서다. 총 13번의 심판 중 각하 10번, 기각 3번(사건번호 2006헌마328, 2010헌마460, 2011헌마825)이 결정됐다. 

 

헌재는 남녀의 신체 차이를 주요인으로 들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남자가 전투에 더욱 적합한 신체적 능력을 갖고 있다 △여자는 월경이나 임신, 출산 동안 훈련에 장애를 겪는다 △성희롱 등 범죄나 남녀 간 성적 긴장 관계에서 발생하는 기강 해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등이 적혀 있다. 

 

이 같은 요지는 세 차례 기각 결정문에 동일하게 등장한다. 결국 “최적의 전투력 확보를 위해 남자만을 병역의무자로 정한 것은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6월9일 불법촬영 편파 시위 규탄 시위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일부. 페미니즘 관련 이슈에는 "여자도 군대 가라"는 댓글이 달린다. ⓒ네이버 뉴스 캡쳐


 

 

“군대 가겠다”는 女 “여자는 가지 말라”는 男

 

헌재의 결정에도 시민 반응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스스로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다고 말한 여성 김정아씨(가명·24)는 “헌재의 판결에는 여자는 약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다”고 말했다. “남자는 군대 가고, 여자는 애 낳으라는 의미와 같다. 딱히 여자가 총을 쥐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이어 “애 낳는 기계로 여겨지느니 차라리 군대 가는 게 낫다”고 했다.

 

2014년에는 서울대학교에서 여성 2명이 “남성만 군대에 가는 건 위헌”이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시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성도 국방의무 이행에 동참하라”는 내용의 청원이 12만여 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2014년 6월30일 서울대학교 여학생이 대학본부 앞에서 여성 병역의무화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던 모습. ⓒ연합뉴스


 

반면 “여자보고 군대 가라고 하는 건 ‘너도 당해봐라’는 심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성학을 전공하고 있는 여성 안소영씨(가명·26)는 “군대가 힘들면 개선해달라고 국방부에 요구해야지, 군대 안 간다고 여자들을 비판하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병제 얘기도 나오는 시점에 여자까지 군대에 보내려는 건 시대착오적”이라고 했다.

 

오는 7월 제대를 앞둔 이민규씨(23) 역시 “실현 가능성도 없는 얘기를 왜 힘들여가면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금 병력도 최저시급 못 받고 근무하는 마당에 군대에서 여자를 위한 시설을 만드는 데 돈 쓸 리가 있나”라고 지적했다. “급진적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 더 쓸모 있는 논쟁을 벌였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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