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공출신 박미정 광주시의원 당선인 “상식의 정치하겠다”
  • 광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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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방정부 사회복지 연구자하다 ‘복지엄마 실현’ 위해 출마

"흙수저로 태어난 공장노동자도 능력을 갖추면 대학교수도, 지방의원도 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이루겠습니다." 박미정 광주시의원 당선인이 자신의 선거 공보물에 ‘왜 정치를 하려는 가’라는 명제에 대한 자문자답으로 뽑은 말이다.   

 

박 당선인은 대학과 지방 행정기관에서 연구자 생활을 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시책이 현장에서는 강자들의 이익으로 둔갑하는 ‘복지 왜곡’을 보았고, 결식이웃과 복지의 사각지대도 보았다. 그는 이론으로 세웠던 복지라는 가치를 현실에 접목시키기 위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구호가 아닌 ‘복지는 복지답게, 내 삶을 돌보는 복지’라는 목표도 세웠다. ‘복지 엄마’라는 그의 구호에는 “복지는 엄마의 손길‘이라는 그의 복지 철학이 담겨 있다. 

 

박 당선인은 스토리가 있는 정치인이다. 그는 1968년 전남 해남 송지면에서 태어났다. 그때 그 시절 그랬던 것처럼 도회지 공장노동자로 살았다. 어찌 보면 그 당시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난 장녀들의 ‘업보’였다. 그는 송지종합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년여 동안 광주의 일신방직과 대우전자 공장에서 노동했다.

 

박미정 광주시의원 당선인

 

방직공장, 전자공장 다니며 노조 활동에서 노동자 권리의식에 눈떠

 

하지만 노조 간부를 부당 징계한 사측에 맞서 노조 활동을 하다 1년6개월의 형을 받고 옥살이를 했고, 이를 빌미로 해고당했다가 1993년 특별사면 복권됐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노동자 권리의식과 사회적 약자의 삶에 눈뜨게 됐다. 이후 세 아이 양육과 학업을 병행하며 성균관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경기복지재단, 광주트라우마센터 연구자 등으로 지방정부 복지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대학 강단에서 다양한 학술 활동도 수행했다.

 

현장 공장노동자와 연구자 시절 추구했던 가치는 그의 새로운 정치인의 삶을 어떻게 지배할까. 시사저널은 6월18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미정 광주시의원 당선인을 광주 동구 선거사무실에서 만났다. 그의 선거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길상여의(吉祥如意)’라는 휘호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름답고 좋은 일이 뜻대로 이뤄지길 바란다’는 의미다. 이제 그는 소망한 대로 현실 정치계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게 됐다. 그는 “정파의 이익이 아닌 정의와 상식에 입각한 정치를 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지방정부 연구자에서 정치에 직접 뛰어든 이유는.

“촛불 정국이 광주 정치에도 전환점이 됐다. 촛불 정국 이후에 지역사회에서도 새로운 인물 발굴과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무엇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선 사람이 먼저 변해야 한다며 주변의 출마 권유가 컸다. 때마침 광주시의원 시절부터 줄곧 동구 변화를 위해 함께 하자고 권유해 온 임택 동구청장 당선자가 정치판으로 소매를 이끌어 고민 끝에 받아들였다. 덧붙여 제가 가장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광주 시민뿐만 아니라 동구 주민과 함께하고자 출마를 결심했다.” 

 

당선인으로서 의정활동에 대한 각오는.

“이제는 토건 중심 정책보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행복한 복지 도시로 나가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저의 노동자 생활과 연구자 활동을 통해 함께하는 삶이 어떠한 가치보다 우선시 돼야 함을 깨닫게 됐다. 또한 지방정부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복지의 공공과의 연계에 대한 중요함을 느꼈다. 시예산과 조례, 입찰 등 현장과 연결할 지점이 많았다. 그래서 시의원이라는 주체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장과 시의회를 연계할 수 있는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늘 초심에서 머리와 발로 뛰겠다. 물론 시민의 민원뿐만 아니라 광주시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

 

제1호로 발의하려는 조례안은.

“하나만 얘기해야 하나...(웃음). 선거를 준비하면서 느끼고 들었던 주민들의 고충은 너무나 다양하고 그 시급성도 우선순위도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 종사자 처우 개선을 포함한 ‘광주시민 복지 기본선 이행을 위한 지원 조례’를 우선 발의할 계획이다. 사회복지 종사자에 대한 처우가 좋아져야 수요자에 대한 복지 서비스의 질도 높아진다는 게 지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광주광역시는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취약하다 보니까 사회복지 종사자(휴먼서비스 분야) 근무자의 처우가 굉장히 열악하다. 더욱이 광주시민 복지 기본선이 마련은 됐지만 형식적인 측면이 많아 모니터링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 조례를 우선 발의하겠다는 것도 그나마 있는 복지 기본선 ‘이행’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시민들의 복지 체감도를 제고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앞으로 뭘 기준으로 예산과 안건을 심사할 건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정의로 본다. 흔히 정의로운 사회인가 여부를 판단할 때 존 롤스 사회정의론의 ‘최소·최대 원칙’을 든다. 가장 사회적으로 약하고 취약한 계층을 기준으로 조례안과 정책을 만들 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휠체어를 탄 여성 장애 노인을 기준으로 모든 도로와 건물을 디자인한다면 그 쾌적함은 오히려 소수 장애인보다 많은 건강한 사람들이 입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조례 제정이나 예산 편성을 하게 되면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은 원래 장애인의 안전과 보행 편의를 위한 시설이다. 그런데 막상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보면 건강한 남성들의 미끄럼 방지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것들이 얼마나 사회안전망을 확장시키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앞으로 정의를 예산과 안건 심사의 기준으로 삼을 생각이다.” 

 

광주 동구 출신 시의원이다. 동구의 가장 큰 현안은 뭔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도심 공동화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단기성과에 급급해 대규모 아파트단지 개발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 문제의식을 깊게 가지고 있다. 광주의 상징이었던 동구는 현재 굉장히 낙후돼 있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변화했다. 원주민이 빠져나가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된 건물, 좁고 험한 도로, 어르신과 청년 세대의 소통 문제, 사회적 기업의 부재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동구 현실에 맞는 차별화된 방향성이 없기에 동구의 발전 속도가 더딘 것 같다. 오히려 지적한 것처럼 현재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에만 올인하다 보니 동구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 같다. 동구에 맞는 도시재생을 통해 동구의 색깔이 묻어나도록 고민해야 한다. 한 곳에 치중한 도시개발이 아닌 동구의 구석구석을 분석해 골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민주당의 일당 독주에 대한 우려가 많다. 

“촛불혁명에서 보여주었듯 우리 국민은 정부가 정상 궤도에서 이탈할 때 무서운 힘으로 정부를 견제했던 역사가 있다. 광주시민의 엄중한 감시의 눈앞에서 민주당의 ‘일당 독주’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광주시나 시의회 역시 시민의 감시로부터 예외가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소속 정당의 당론과 자신의 소신이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하겠는가.

“세상살이는 상식과 이치에 맞게 하면 별 탈이 없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정파의 이해에 휘둘리지 않고 ‘시민 상식’의 잣대로 의정활동을 펼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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