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의 4위’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 유지만·조문희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2 09:37
  • 호수 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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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1.7%부터 시작이다”

 

지지율 1.7%. 6·13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왔던 신지예씨(27)의 득표율이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도발적인 표정의 포스터로 화제를 모았던 신씨는 1.7%의 득표율로 정의당 김종민 후보(1.6%)를 제치고 4위를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거대 정당의 후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치지만, 진보정당의 선두주자였던 정의당 후보를 제치면서 일약 주목을 받았다. 

 

신씨는 선거 후에 더 바빠졌다. 시사저널이 인터뷰를 위해 서울 마포구에 있는 신씨의 사무실을 찾은 6월19일 하루에도 벌써 3~4개 언론사와 인터뷰한 상황이었다. 그는 “젊은 연령대 유권자들의 유대관계를 느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또 지지율 1.7%에서 시작해 조금씩 더 녹색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새로운 시대정신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지지율 1.7%로 4위에 올랐다. 어느 정도까지 예상했나.

 

“내부적인 목표는 지지율 3%였다. 1.7% 나왔을 땐 조금 아쉬웠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자금이 부족해 유세차도 한 대밖에 못 쓰고, 캠프 인원도 깜짝 놀랄 정도로 적었다. 좋은 정책을 보여주고 싶고 많은 유권자를 만나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다.”

 

기대에 못 미쳤지만 최종순위 4위였다. 거대 정당 후보를 제외하곤 가장 높은 수치다.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운 선거 마케팅이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나. 

 

“페미니즘을 내세운 이유는 마케팅 때문은 아니었다. 성평등이나 페미니즘 문제는 전 세계 녹색당의 주된 과업이다. 한국 사회에서 성평등 문제가 거론된 지는 굉장히 오래됐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이후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가고 있고, 낙태·성폭력·몰카 이슈 등이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걸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뿐더러 근시안적으로만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가 해결할 수 있다는 신호를 유권자에게 보내고 싶었다. 페미니즘은 마케팅으로만 접근하기엔 표를 넓힐 수 있는 힘이 약하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와 공격도 크다는 점에서 굳이 정치공학적으로 페미니즘을 내세울 이유는 없다.”

 

 

“정치가 성평등 문제 해결할 수 있다”

 

선거 초반에는 지지율이 여론조사에 잘 잡히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랬기도 하고 여론조사에서도 우리를 잘 잡아주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2%까지도 나왔다. 근데 여론조사 기관들이 녹색당을 반영하지 않았다. 리얼미터 조사에만 가끔씩 등장했고, 선거 후반으로 가서야 지지율이 조금씩 나왔다. 그래서 실제 지지율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 어려웠다.”

 

페미니즘 외에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운 공약 중 덜 홍보돼 아쉬웠던 공약이 있나. 

 

“미세먼지 관련 공약이다. 녹색당은 개발총량제를 제안했다. 서울시의 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에서 오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여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요인이 50~70%를 차지한다. 그걸 들여다보면 공사현장, 난방, 노후경유차나 공사현장 건설기계 차량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다. 이것에 대해 녹색당에선 개발총량제를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후보들이 내세웠던 지하화 사업에 대해선 날 선 비판을 했다. 그게 잘 안 보여서 아쉬웠다.”

 

벽보 훼손 사건으로 오히려 인지도가 높아졌다.

 

“벽보 훼손 때 걱정했던 건 유권자들이었다. 녹색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매우 힘들어 했다. 벽보 훼손 사건은 온라인에서만 일어났던 언어폭력이 현실의 폭력으로 이어진 사건이다. 여성 지지자들이 악몽을 꾸기도 하고 힘들어 했다. 특히 강남에선 21곳가량 훼손됐다. 그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훼손했는데. 그 사람이 실제 여성을 다치게 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정의당 후보를 앞질렀다. 지방선거에서도 녹색당이 상당한 존재감을 알린 계기가 됐다. 일각에선 진보진영의 어젠다가 바뀌는 신호로 보기도 한다. 

 

“녹색당이 기존의 흐름에 맞는 정당은 아니다. 기존 진보정당 사이에서도 녹색당은 예전부터 ‘이상한 정당’이었다. 녹색당을 어디까지 진보라고 볼지, 왜 노동 문제에 대한 정책이 없는지, 기존 흐름에서 왜 벗어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새로운 정당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우리는 진보도 우파도 아니고 녹색이라고 답한다. 가령 기본소득 정책을 과연 진보 정책으로 봐야 하느냐, 우파 정책으로 봐야 하느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녹색당은 새로운 정당이다. 기존의 정당들이 얘기하지 못한 어젠다를 얘기하고 있는 이유다.”

 

혜화역의 여성집회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쌓인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이러지 않았던 게 이상한 사회였다. 여성들은 성폭력과 성차별에 끊임없이 노출돼 있다. 그 안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지금까지는 감내해야 할 것처럼 여겨졌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해결해야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보여줬던 미온적 태도나 미봉책들을 보면 이러한 분노가 터져 나올 만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명했지만 낙태죄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헌재로 공을 넘겼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 시사저널 임준선


 

 

“젊은 유권자에게 희망 느껴”

 

이번 선거를 통해 희망을 보게 됐나. 

 

“20대 젊은 유권자 사이에선 확실한 유대감을 느꼈다. 두 시간 넘게 버스 타고 와서 지지해 주는 분들이나 손편지나 꽃 같은 걸 받으면서 희망을 봤다.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야 하고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는 열망을 느꼈다. 페미니즘 정치라고 하는 게 그동안 얼마나 배제돼 왔는지도 알게 됐다. 정치를 하려면 거의 모든 유권자를 공략해야 문턱을 넘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어디까지 많은 유권자를 설득시킬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그동안 당비로 국가보조금 없이 당원 1만 명을 만들고 버틸 수 있었던 건 우리에게 포기하지 않는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가 표로만 결정되는 건 아니다. 우리가 갖는 신념들이 녹색당을 여기까지 이끌어왔다고 생각한다. 표에만 연연하는 게 아니라 유권자를 잘 설득하는 게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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