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새긴 문신으로 42년 만에 가족 찾았다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5 13:37
  • 호수 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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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인 윤현경씨 SNS로 가족 찾아…여러 근거 정확히 일치

 

서울 중구 흥인동에 사는 윤태훈씨(51)의 왼쪽 팔에는 특이한 문신이 있다. 큰 십자가 아래 점이 네 개 찍혀 있는 모양이다. 경기도 동두천시에 사는 동생 기태씨(49)의 왼쪽 팔에도 똑같은 문신이 있다. 아버지 윤권중씨(2000년 작고)가 새긴 것이다. 

 

여기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윤권중씨는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있었다. 아내와 일찍 헤어진 후 전주시 중화산동 친가에서 부모와 살며 아이들을 키웠다. 

 

기와 찍는 기술자였던 윤씨는 28세 때인 1973년 척추 수술을 받은 후 거동이 불편해졌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자식들을 키울 형편이 안 됐다. 오랜 고심 끝에 아이 셋을 보육원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윤씨는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질 상황에 놓이자 각자의 몸에 가족만이 알 수 있는 표식을 새겼다. 훗날 떨어져 살더라도 이 표식으로 형제들을 찾으라는 의미였다. 윤씨는 큰아들 태훈(8), 둘째 아들 기태(6), 막내딸 현경(2)의 왼쪽 팔에 똑같은 문신을 새겼다. 

 

해외입양인 윤현경씨 입양 전 사진 ⓒ윤형경·윤태훈씨 제공


  

3남매 보육원 보낼 때 ‘가족 표식’ 새긴 아버지

 

기독교 신자였던 윤씨는 십자가를 크게 새기고 그 아래 가족의 숫자(아버지, 아들 둘, 딸)만큼 점 4개를 찍었다. 장남 태훈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한다. “아버지가 우물가에서 나와 동생 둘의 팔에 문신을 새겼다. 보육원에 보내기 전 마음먹고 새긴 것이다.”

 

1975년 3월 윤씨는 전주보육원을 찾아 아이 셋을 맡겼다. 그는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잘돼서 너희들을 꼭 찾으러 오겠다”며 눈물을 머금었다. 딸 현경은 당시 2살이었다. 아버지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현경이는 너무 어려 보육원에서 키울 수 없게 됐고, 해외 입양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리고 1976년 1월7일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그렇게 현경이는 가족들과 떨어져 태평양을 건너야 했다. 

 

태훈씨와 동생 기태씨는 전주보육원에서 6년 동안 생활했다. 전주에 살고 있는 작은아버지 윤치경씨(60)는 “조카들이 보육원에 들어간 뒤에도 어머니가 자주 들러 손주들을 챙겼다”고 말했다. 1981년 형제는 전주보육원을 나와 조부모·아버지와 함께 살게 됐다. 태훈씨는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할머니가 데리러 왔다”고 말했다. 

 

세월이 흘러도 가정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1982년쯤 아버지 윤씨는 아들 둘을 데리고 전주를 떠나 경기도 동두천시에 정착했다. 그곳에서도 기와 찍는 일을 했다. 그는 해외로 입양 보낸 막내딸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아들 형제에게 “너희들이 잘돼서 언젠가는 현경이를 꼭 찾아라”라고 신신당부했다. 

 

2000년 윤씨는 65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태훈씨는 “아버지의 시신은 화장해서 동두천에 모셨다. 이곳에는 할머니의 산소가 있다”고 말했다. 그 뒤 태훈씨와 동생은 각자 결혼해 따로 살고 있다. 동생 기태씨는 동두천에, 형 태훈씨는 서울에 터전을 잡았다. 

 

태훈씨 형제는 어머니를 입에 올리는 것을 꺼린다. 너무 어린 나이에 아버지와 헤어졌고, “우리를 버렸다”는 생각으로 원망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의 교류도 없었다. 지금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행방불명’ 상태라고 한다. 

 

아버지가 왼쪽 팔에 새긴 문신이 형제에게는 큰 상처가 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문신은 ‘흉측하고 불량스러움’의 상징처럼 여겼다. 이로 인해 형제는 다른 사람에게 놀림감이 되기도 했고, 폭행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태훈씨 형제는 미국으로 입양 간 동생을 잊은 적이 없다. “잘돼서 꼭 찾아라”라는 아버지의 유지를 항상 가슴속에 담고 살았다. 하지만 사는 게 팍팍하고 형편이 어렵다 보니 동생을 찾겠다는 엄두를 내지 못한 채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윤태훈씨의 가족사진(아래 맨 왼쪽 동생 윤기태씨, 두 번째 줄 맨 오른쪽 아버지 고 윤권중씨, 가운데 윤태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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