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던 기업들, 이젠 주변을 둘러본다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6.25 13:44
  • 호수 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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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버는 기업’보다 ‘착한 기업’이 대세

 

근래 들어 ‘사회공헌’은 기업들이 외면하기 어려운 이슈가 됐다. 정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으며, 소비자들도 ‘돈 잘 버는 기업’보다 ‘착한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기업들에 사회공헌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기업들은 일제히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기업들은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적이고 지속적인 나눔과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을까. 시사저널이 들여다봤다. 

 

SPC그룹이 서울시·푸르메재단과 함께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SPC제공

 

SPC·KCC 업종 특성 살려 취약층에 나눔 

 

사회공헌에 나선 기업들 상당수는 업종 특성을 반영한 경우가 많다. SPC그룹이 그런 케이스다. SPC그룹은 그동안 ‘나눔은 기업의 사명’이라는 철학으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해 왔다. 2011년에는 사회공헌을 위한 ‘SPC행복한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SPC그룹은 사회공헌과 제과제빵 전문기업이라는 업종 특성을 접목했다. 서울시·푸르메재단과 함께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행복한 베이커리&카페’ 사업이 대표적이다. 매달 지역 아동센터에 생일파티용 케이크를 지원하고 생일파티를 열어주는 ‘SPC해피버스데이파티’와 전국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빵을 전달하는 ‘SPC행복한빵나눔차’도 업종 특성을 잘 살린 사회공헌활동으로 평가된다. 

 

이외에도 SPC그룹은 전 임직원이 매달 급여의 일부를 기부해 장애 아동의 재활치료비, 긴급 수술비, 재활보조기구 지원 사업에 사용하는 ‘SPC행복한펀드’로 저소득 가정의 장애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또 2012년부터 그룹 계열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 등의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대학생 가운데 매 학기 100명씩 선발해 등록금 절반을 지원하는 ‘SPC행복한장학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등학생·대학생 자녀를 둔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는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KCC도 자사가 생산한 다양한 건축자재를 활용해 사회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함께 만드는 더 좋은 세상(The Better World with KCC)’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기조다. 이를 위해 최근에는 서울 서초구청과 ‘반딧불하우스’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반딧불하우스’는 서초구청에서 주관하는 저소득 가정을 위한 집수리 사업이다. 서초구청은 해당 후원금을 통해 저소득 가정을 위한 집수리 사업을 총괄적으로 지도·감독하고 사회복지기관과 연계해 추진한다. 사업에 선정된 저소득 가정 집수리에는 KCC의 친환경 바닥재·페인트·창호 등이 적용될 예정이다. 

 

KCC는 한국미래환경협회와 함께 독거노인 주거환경개선 활동도 하고 있다. 자발적인 주거환경 개선이 어려운 노년층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KCC는 최근 국내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노인 인구 3명 중 1명은 독거노인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가졌다. KCC는 주거환경개선을 통해 독거노인들의 삶의 질이 보다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CC 관계자는 “앞으로도 곁의 이웃과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실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민은행의 디지털 멘토링(왼쪽 사진)과 KCC가 취약 계층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서초구와 ‘반딧불하우스’ 업무협약(MOU)을 맺는 모습 ⓒ국민은행·KCC 제공

 

국민銀 ‘청소년 멘토’…이마트 ‘아동 교통안전’

 

KB국민은행 사회공헌활동의 역점은 소외계층 청소년 교육에 맞춰져 있다. 국민은행은 앞서 2007년부터 학습멘토링, 다문화멘토링, 교복 지원, 공부방 조성 등의 활동을 벌여왔다. 올해부터는 이를 ‘청소년의 멘토 KB!’라는 브랜드로 재탄생시켰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등 교육 환경의 변화로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보다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된 데 따른 것이다. 먼저 KB국민은행은 리뉴얼된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여기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체험형 영어캠프와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대학생 멘토링 봉사단 1:2 매칭 학습 멘토링 등이 포함돼 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진로 멘토링이다. 국민은행은 올바른 진로 멘토링을 위해 외부 전문가와 중·고등학교 진로진학교사협의회 교사들로 구성된 7명의 ‘KB 진로·교육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진로 멘토링은 ‘강연형 멘토링’ ‘체험형 멘토링’ ‘진로체험캠프, 잡월드’ ‘현장형 멘토링’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청소년의 멘토 KB!’의 마지막은 디지털 멘토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융·복합형 인재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국민은행은 이를 위해 도서벽지 및 대안학교 등의 IT(정보기술) 소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코딩 교육을 제공하고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도 실시할 계획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어린이 교통사고 안전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초록어린이재단과 함께 2016년부터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옐로카펫’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다. 옐로카펫은 횡단보도 대기 공간의 바닥과 벽면을 삼각형 모양의 노란색으로 꾸미는 사업이다. 운전자가 횡단보도 진입부에 있는 어린이들을 잘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아동이 횡단보도 대기선 안에서 안전하게 대기하는 비율을 높일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마트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 1년여 만인 올해 5월 현재 전국 136곳 횡단보도에 옐로카펫을 만들었다. 

 

이마트가 옐로카펫에 주목한 이유는 아동의 사망사고 가운데 횡단보도에서 벌어진 교통사고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이마트의 노력은 어느 정도 결실을 맺고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과 한국교통대학교 연구결과에 따르면, 옐로카펫 설치 이후 아동들의 횡단보도 대기 비율이 증가하고 운전자의 아동 시인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횡단보도에서의 아동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감소하는 효과가 기대되는 것이다. 이마트는 올해 추가로 100개의 옐로카펫을 설치해 전국의 옐로카펫 수를 2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이마트가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설치한 옐로카펫 © 신세계 제공

 

하이트진로 ‘임직원 참여형’…효성 ‘호국보훈’

 

하이트진로의 사회공헌활동 가운데 눈길이 가는 것은 임직원들로 구성된 봉사단을 통한 지역사회 친화적 봉사활동이다. 단순히 기업 차원을 넘어 ‘임직원 참여형’ 사회공헌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봉사단은 그동안 설과 어버이날 서울 지역 노인복지관에 떡을 배달하고 독거장애 어르신들을 위한 휠체어 기증 등 활동을 펼쳤다. 또 한부모·조손(祖孫) 가정 자녀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인 ‘희망나무캠페인’을 진행하고,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퀴즈대회 후원과 명절 송편 빚기 행사 등을 펼쳤다. 하이트진로는 봉사활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임직원에게 상을 수여하거나 봉사단 전체 봉사시간을 일정 금액으로 환산해 사회에 기부하는 등 동기 부여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18년도 공채 신입사원들의 첫 공식 활동으로 지역사회 봉사를 결정하기도 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나눔과 상생의 가치를 가진 인재로 직원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관리·생산직에 배치된 23명의 하이트진로 신입사원들은 6월7일 부산역 인근 환경정화활동에 나섰고, 6월19일에는 부산시 동구종합사회복지관과 연계해 안창마을 독거노인 50세대를 방문해 각종 물품을 전달했다. 오는 6월28일에는 청주시 행복의집 소망노인요양원에서 노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이트진로 2018년 신입사원들이 첫 공식 활동으로 봉사활동에 나섰다.(왼쪽) 효성 임직원들이 순국선열들의 묘역정화 활동을 벌이는 모습. © 하이트진로·효성 제공

 

효성그룹은 ‘호국보훈’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을 감내한 애국지사들을 기리고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것이 ‘나라사랑 보금자리’ 지원이다. 6·25 참전용사와 월남참전 국가유공자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용사들을 선정해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효성은 2012년부터 매년 이 사업을 후원해 오고 있다. 효성은 2014년부터 순국선열들의 묘역정화 활동도 하고 있다. 사업장 인근 국립묘지와 1사1묘역 자매결연을 맺고 임직원들이 매년 2차례씩 헌화와 묘비 닦기, 잡초 제거 등 정화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최근에도 효성 본사 임직원들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9묘역을 찾아 정화활동을 실시했다. 

 

효성은 해외에서도 활발한 호국보훈 활동을 벌이고 있다. 효성의 미국 현지법인인 효성USA는 2013년부터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노력한 미군 6·25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하기 위한 초청 행사를 열고 있다. 효성은 또 중국 내 임시정부 유적지 보존 활동 등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유적지 보호 활동도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효성은 백범 김구 선생 피난처 보존사업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연구 활동을 지원했다. 김구 선생의 피난처는 그동안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왔으나 현재는 중국 저장성의 성급 문물보호지역으로 지정돼 기념관이 건립된 상태로, 효성이 이에 대한 유지·관리를 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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