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뉴리더①] “완전히 죽어야 완전히 산다”
  • 송창섭·구민주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2 10:11
  • 호수 1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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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보수 구원할 ‘보수 뉴 리더’

 

6·13 지방선거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압승을 거둔 여권은 쾌재를 부르는 반면, 참패라는 심한 내상을 입은 야권은 쉽사리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로 양분됐던 우리 정치 지형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균형을 이루던 무게추가 왼쪽으로 다소 기운 모습이다. 이는 지표상으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2014년 6월에 있었던 제6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 경우 새누리당은 43.02%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23.34%로 반 토막 났다. 

 

물론 이번 선거 결과를 단순히 여권이 잘해서라고 볼 수는 없다. 단적인 예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2014년 선거에선 56.12%의 득표율을 기록, 이번 선거(52.79%)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정리하면 서울시의 경우 진보층은 결집한 반면, 보수층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양분됐으며 이것이 전체적인 판세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보수진영의 패배를 단순히 세력의 분할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정치는 선거라는 자양분을 먹고 사는 생물이다. 정당에게 선거 패배는 그만큼 뼈아프다.

 

ⓒAP연합


 

한자로 보수(保守)란 ‘지금 것을 지킨다’는 동아시아 지역의 오랜 공용어다. 이는 익숙한 것에 애착을 느끼는 인간 본성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통상 정치학에서 왼쪽은 진보, 오른쪽은 보수로 불려왔다. 때문에 진보는 좌파, 보수는 우파로 불리는 게 일반적인 분류법이다. 하지만 옛것을 무조건 지키는 게 보수는 아니다. 지키는 것에 얽매이면 보수는 수구(守舊)와 개념이 혼용될 수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이 보수주의를 가리켜 “상황에 따라 변하는 이데올로기”라고 칭한 것도 이 때문이다. 19세기 영국에선 토리당이 보수였지만, 20세기 미국에선 토리당의 대척점에 있는 휘그당의 이념을 계승한 공화당이 보수정당이 됐다. 

 

그렇다면 우리 정치권에서 보수의 가치란 무엇일까.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대표인 박성민씨는 저서 《보수의 몰락》에서 보수정치를 지탱해 온 기둥을 지식인, 언론, 기독교, 문화예술, 기업, 권력기관, 정당으로 규정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보수의 가치는 성장, 효율, 경쟁, 시장, 체제 등 5가지였는데 이로는 더 이상 중도세력에 어필하지 못하며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실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구 세력과 결별해야 중도층 확보 가능  

 

보수층 일각에선 최근의 보수 위기를 지도자의 문제로만 국한 짓는다. 보수가 선택한 지도자가 문제였지, 보수가 지켜온 이념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설가 복거일은 《대한민국 보수가 지켜야 할 가치》에서 “촛불이라는 정치적 움직임이 일어난 것도 광의의 보수인 자유주의 민주체제가 있었기에 가능했지, 만약 우리 사회가 전체주의 체제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과연 그럴까.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지금의 위기를 공학적인 발상으로 접근한다면 보수정치의 침체기가 생각보다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김형준 교수는 “앞으로 보수는 성장을 얘기하더라도 포용적 성장을 강조해야 하며 남북 화해와 협력을 무조건 비판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듯이 2050세대와 6070세대의 대립에서 보수가 표를 얻어갈 확률은 높지 않다. 

 

대안은 없을까. 스스로 폐족이라며 멸문지화 위기까지 갔던 친노(親노무현)가 화려하게 부활하며 정권까지 재탈환한 것은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수정치 부활의 정답이 있다.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수구와 결별한 새로운 보수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이 ‘보수 뉴 리더’를 기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차세대 보수 지도자들을 선정하기 위해 시사저널은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기자, 대학교수, 컨설턴트 등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차세대 보수 리더’를 물었다. 그중 가장 표를 많이 얻은 사람은 원희룡 제주지사였으며,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동 2위, 정의화 전 국회의장,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은 공동 4위를 기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새로운 인물이 보수의 새로운 가치를 들고나와야만 한다”면서 “수구적 보수가 아닌 개혁적 보수에 희망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중도우파’라는 개념도 곰곰이 되뇔 필요가 있다. ​ 

 

※ 계속해서 ‘보수뉴리더 인물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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