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테러’ ‘강간’…난민 향하는 우리의 민낯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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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난민’ 논란에 대한 댓글 4만7000여 건 분석해 봤더니

 

난민을 향한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이 넘치고 있다. 제주도에 예멘 출신 난민 500여명이 들어왔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온라인에는 난민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그대로 드러나는 중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난민이 집단성폭행을 모의했다”거나 “이슬람에선 여자아이를 강간해도 된다”는 등의 괴담이 퍼지고 있다. 이 같은 가짜뉴스는 온라인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난민의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시사저널은 포털 뉴스에 달린 댓글 4만7000여 건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를 뽑았다. 댓글을 사용된 단어의 빈도에 따라 크기를 다르게 표현하는 ‘워드 클라우드’(word cloud) 방식으로 시각화했다. 형태소 분석은 웹사이트 ‘젤리랩’을 이용했고, 시각화는 ‘텍사도(Tegxedo)’를 사용했다.

 

불법난민신청자 외국인대책 국민연대(난대연)는 6월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난민법 및 무사증 폐지 촉구집회'를 열었다. ⓒ시사저널 박은숙

 

 

“난민 받으면 문재인 지지 철회 하겠다”

 

난민 이슈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건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예멘 난민을 위한 취업설명회를 연 6월18일 이후다. 시사저널은 6월18일 이후 5일간 네이버 ‘댓글 많이 달린 뉴스’ 10위 안에 든 기사 15건에 달린 댓글 4만7000여건을 수집했다. 그 중에서 무작위로 25%를 추출했다. 형태소 분석 전 특수문자와 영문, 한글 자모음은 삭제했다. 분석 이후엔 ‘하다, 받다, 있다, 주다’ 등 의미가 없는 단어를 지워 시각화했다. 또 ‘난민’은 가장 많이 언급될 수밖에 없는 단어이기 때문에 분석에서 제외했다.

 

‘이슬람’이 가장 많이 언급된 가운데, ‘제주’ ‘왜’ ‘한국’ ‘인권’ ‘자국민’ ‘생각’ 등이 뒤를 이었다. 이슬람교도인 제주 난민을 왜 한국에서 받아줘야 하는지, 자국민 생각은 안하는가와 관련한 네티즌의 의구심을 읽을 수 있다. 이밖에 거의 모든 단어가 부정적 의미를 품고 있었다.

 


‘여자’와 ‘테러’라는 단어가 나란히 14번째와 15번째로 많이 쓰였다는 점은 흥미롭다. ‘범죄’(25위), ‘강간’(28위) 역시 상위권이었다. 건장한 남성 무슬림 난민이 여성을 강간하거나 테러를 일으킬 것을 두려워하는 셈이다. 실제 6월19일 ‘제주 온 예멘인 500여 명 난민 신청…엇갈리는 시선’(MBC) 기사에 달린 7000여개 댓글 중 공감을 가장 많이 받은 댓글은 “이슬람은 절대 안 됩니다. IS”(1만2119개)였다. 같은 기사에는 “이슬람 놈들은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 감 주면 배 달라 하고 안게 해주면 눕게 해달라고 할거다. 꼭 추방 시켜라” “무슬림은 여자를 개돼지로 보는 족속입니다” 등이 달렸다.

 

‘취업’이란 단어도 39번째로 많이 쓰였다. ‘일자리’는 46번째였다. “폐지 줍는 노인들이 아직도 많고 창문 없는 방에서 찌든 청년들이 태반이다. 난민들에게 쓸 세금이 있는지 묻고 싶다”라는 댓글에서 볼 수 있듯, 경제적 여건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또 “난민이라면서 브랜드 옷 입고 여자는 한 명도 없다”는 댓글을 통해,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진짜 난민인지, 취업을 위장한 이들인지 의아해하는 모습도 보인다.

 

ⓒTegxedo​.com


 

분노의 화살은 정부를 향했다. “문재인 지지하지만 난민 받아주면 지지 철회 한다”는 내용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청와대 청원도 마찬가지다. 난민법을 폐지하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 게시물은 61만9000여 명(7월5일 오전 10시 기준)의 서명을 받았다. 역대 최대 규모다. 아직 청원 기간이 남아 있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답변 기준인 20만 명은 훌쩍 넘겼지만, 청와대가 답변을 줄지는 미지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7월4일 정례브리핑에서 “법무부가 6월29일 발표한 내용 이외에는 별도의 대책이 없고, 현재로선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난민심사 전담인원을 늘리는 걸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사이 난민 수용에 대한 여론은 악화됐다. 7월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500명 중 53.4%가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에 반대했다. 이는 6월21일 발표한 1차 조사보다 4.3% 늘어난 수치다. 그중에서 여성의 반대 비중이 높았다. 여성은 반대 60.1%, 찬성 27%로 반대가 우세했던 반면, 남성은 반대 46.6%, 찬성 48%로 찬반이 팽팽했다.

 

 

■ 제주 난민 Q&A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함에 따라 2013년 7월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사회적 논의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난민을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과 범죄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이 대립하고 있다. 난민 문제는 왜 불거진 걸까.

 

Q. 난민 이슈가 갑자기 불거진 이유가 뭔가

A. 제주에 예멘 난민 500여명이 몰리면서다. 제주도는 무사증 제도에 따라 비자 없이도 30일간 체류가 가능하다. 단기간에 이례적으로 난민 신청이 늘자 정부는 6개월 취업 제한 기한을 풀고 의료 지원을 시작했다. 제주에선 취업설명회도 열었다. 그러나 난민들의 한국 취업을 돕는 브로커가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여론은 더 나빠졌다.

 

Q. 난민은 모두 무슬림인가

A. 아니다. 법무부에 따르면, 제주에는 올해 들어 예멘인 549명을 비롯해 중국인 353명, 인도인 99명 등 총 1003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Q. 난민에 세금은 얼마나 쓰이나

A. 난민으로 인정되면 우리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 전에 신청자 지위를 누릴 수 있는데, 위급한 상황에 따른 제한적 의료 지원이 제공되며 6개월 이내 생계비가 지원된다. 1인 기준 최대 월 43만2900원이다.

 

Q.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A. 여론이 나빠지자 법무부는 7월1일 예멘을 무비자 입국 불허 국가로 지정했다. 또 난민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전담 인력을 늘리는 대책을 내놓았다. 통상 8개월이 걸렸던 심사기간을 2~3개월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1994년 4월 최초로 난민 신청을 받은 이래 올해 5월 말 누적 난민신청자는 4만470명이고, 그중 839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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