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콩·채소 먹지 말라’는 주장, 논란 가열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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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는 통념 깬 미국 현역 의사의 주장에 식품학자들 반박

 

현미·콩·채소를 먹지 말라는 주장에 대한 논란이 식을 줄을 모른다. 이 주장은 미국 현역 의사의 입에서 나온 것이어서 영양학자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이 주장을 담은 책이 국내에도 소개돼 일반인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현미나 채소가 건강에 좋다는 통념을 깬 이 의사는 스티븐 건드리 박사다. 미국 예일대와 미시건대에서 흉부외과를 공부한 뒤 로마린다 의과대학에서 외과·소아 흉부외과 과장으로 16년간 재직한 심장 전문의다. 그는 수술을 받지 못할 정도로 악화된 심장병 환자들이 현미·콩·채소가 없는 식이요법으로 증상이 호전됐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핵심에는 렉틴이라는 성분이 있다. 렉틴은 주로 식물이 자신을 먹는 포식자(동물, 곤충, 세균)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독소다. 렉틴은 종류가 많은데, 밀·보리·호밀·귀리 등에 있는 글루텐도 렉틴 중 하나다. 

 

건드리 박사는 렉틴이 몸속에서 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을 방해하므로 음식 과민증, 탐식증, 소화장애, 두통, 에너지 부족, 관절 통증 등 갖가지 증세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렉틴은 모든 식물에 있는데, 특히 곡물·콩·토마토·감자·가지·후추·과일 등에 많다. 

 

건드리 박사는 인류가 오래전부터 곡물의 껍질을 벗겨 먹어온 것은 렉틴을 줄이려는 행동이었다고 역설한다. 그는 현지 언론을 통해 "아시아에서 쌀을 주식으로 하는 40억명의 사람이 오래전부터 현미의 외피를 벗겨 백미로 만들어 먹은 일이 어리석기 때문인가. 서구에서도 특권층은 곡물의 껍질을 벗겨 흰 빵을 만들어 먹었고, 현미와 통곡물로 만든 갈색 빵은 소작농의 몫이었다"고 주장했다. 

 

환자를 치료하면서 곡물·콩·채소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통념을 깨는 결과를 경험한 건드리 박사는 이를 '식물의 역설'이라고 표현하고 관련 책도 냈다. 그는 "환자의 식단에서 과일을 배제할수록 건강 상태가 좋아졌고, 콜레스테롤 수치와 신장 기능이 호전됐다. 오이나 호박처럼 씨앗이 많은 채소를 먹지 않을수록 환자들은 빠르게 회복했고, 체중이 더 많이 빠졌으며, 콜레스테롤 수치가 많이 개선됐다. 더구나 환자들이 조개류와 갑각류, 달걀 노른자를 많이 먹을수록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아졌다"고 말했다. 

 

렉틴의 유해성을 주장하는 전문가는 건드리 박사뿐만이 아니다. 환경운동가 리어 키스는 책 《채식의 배신》에서 "분해되지 않는 식물성 단백질인 렉틴은 혈액으로 흘러 들어가 크론병, 류머티즘성 관절염, 당뇨병, 다발성 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고 했다. 

 

스티븐 건드리 박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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