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대표 “정당 득표율 따라 의석수 배분해야”
  • 김지영 기자·김정록 인턴기자 (you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3 10:35
  • 호수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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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 대표 취임 1년 맞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

2012년 10월 돛을 올린 정의당이 순항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선 광역·기초 의원 37명을 배출했다. 정의당 자체 집계론 10%에 육박하는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다. 4년 전 지방선거 3%대와 비교하면 크게 약진한 셈이다.  6·13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정당 지지율 10%선을 돌파했다. 창당 6년 만에 처음 맛보는 두 자릿수 입성이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만을 맹신할 순 없다. 그럼에도 정의당이 진보정당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진보정당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의당을 1년째 이끌고 있는 이정미 대표를 7월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551호에서 만났다. 당 대표 취임 1주년 공식 기자회견(7월12일) 이틀 전이었다. 

이 대표는 1년을 되돌아보며 “색다른 것을 보여주기 위해 튀고 싶은 유혹에 상당히 많이 시달렸다”면서 “그 유혹을 견딘 점은 잘했던 것 같다”며 사람 좋게 웃었다. 그는 “지난 6년 동안 정의당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진 못했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고 당 시스템과 방향을 차근차근 만들어왔다”며 “국민들께서 ‘정의당이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데 가져다 쓸 만한 정상적인, 상식적인 야당이구나’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 당 대표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제도를 바꿔 2020년 총선에선 제1야당으로 ‘질적(質的)’ 도약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이 대표 개인적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변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과의 인천 연수구 을 지역구 일전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한 달 지났지만 6·13 지방선거를 평가해 달라.

“정의당은 2012년 창당해 그동안 몇 차례 전국동시선거를 치렀다. 4년 전 3%(득표율)였다. 그때는 정의당이 무엇인지 알리는 게 급급했다. 이제 국민들께서 정의당이 무엇을 하려는지 조금이나마 인식하신 것 같다. 10% 가까운 유효한 정당득표를 주신 것, 그래서 이제는 일을 제대로 해 볼 만한 기회를 얻은 것이 중요한 측면이다. 광역단체장 (후보) 같은 경우 존재감을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했다는 등 아쉬움도 많다. 하지만 ‘정의당이 이제는 국민들 삶에 유효한 존재다’ 이것까진 만들어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현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문재인 정부 여러 정책 가운데 가장 평가할 만하다. 이전까지 우리는 북·미 사이의 중재자 역할 정도 그리고 그 중재자 역할조차도 제대로 못했다. 하지만 이젠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관계를 주도해 나가고 촉진해 나가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예전엔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 그 속에서 남한은 종속변수처럼 돼 있었다. 그런데 이젠 주도해 나가는 그런 역할로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한반도 정책에 높은 점수를 준다면 낮은 점수를 줄 분야는 무엇인가.

“경제민주화 분야다. 촛불 광장에 나왔던 모든 사람들이 ‘내 삶이 변하는 대한민국이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장에 나왔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청년실업자들, 고통받는 여성들, 아이 키우는 부모들, 이런 사람들이 이제 소위 기득권 재벌 체제 중심으로 움직이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대한민국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게 바꿔달라고 했던 것이 촛불이다. 정부도 이에 맞게 정부 운영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사실 문 대통령이 처음에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zero) 만들겠다’고 할 때 박수쳤다. 그런데 일 년이 지나고 나서 이상하게 돌아간다. 최저임금 1만원 만들겠다고 하고 겨우 두 자릿수로 올려놓고 반년이 지나지 않아서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통과시켰다. 이것은 거의 날치기다. 중소기업, 자영업자에 대한 핑계를 많이 댄다. 속도조절론도 갑자기 나왔다. 최저임금 급격히 올리면 중소기업, 자영업자 힘들어진다면서 최저임금을 묶어뒀던 10년, 20년 전에도 정부가 했던 것들을 지금 다시 하는 것이다.”

정의당의 최저임금에 대한 입장은 뭔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하는 건 낡은 방식이다. 자영업자들이 자신 삶의 어려움을 말하는 첫 번째는 임대료다. 그래서 임대료 상한제, 상가임대차 보호법 시한을 더 연장한다든가, 이런 경제민주화 법안을 처리해서 중소기업, 상인들에게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한 지불 능력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나. 한 중소기업 대표가 이런 말을 하셨다. ‘우리도 노동자들 임금 올려주고 싶다. 최저임금 높여주고 싶다. 그게 맞다. 그런데 임금 높여주면 우리의 납품 단가도 같이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대기업들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해결 안 해 주니까 우리가 결국 저임금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그런 행위를 반복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저는 그분 말씀에 답이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가 ‘일 년이 지나고 나서 이상하게 돌아가는’ 이유는 뭣 때문이라고 보는가.

“경제관료들의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임명될 때 상당히 우려했다. 결과적으로 우려했던 대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 

대통령의 철학이 부족하다는 것으로도 들린다.

“우리나라 5월 경제지표가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표에 대한 압박을 대통령이 느끼지 않았겠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언론의 압박을 느낀 것 같다. ‘봐라, 결국 너희들이 임금 막 올려주고 최저임금 올려주고 기업규제 같은 것들 강화하고 그러니까 경제가 어렵지 않나’라는 논리로 항상 정부를 압박했던 기업과 그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들이 정부의 목을 조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도 그 압박에 흔들리고 있다고 본다. 정부 입장에선 ‘이젠 숨 고르면서 가야 하지 않겠나, 저쪽에서 우릴 이렇게 두들겨 패는데 좀 여유 있게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한 발 물러서면 두 발 물러서게 된다. 정부가 그런 단기적 지표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애초에 가고자 했던 방향으로 뚝심 있게 가야 한다. 그리고 경제관료들의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더 직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저는 이럴 때 문재인 정부가 뚝심 있게 한 번은 헤쳐 나가길 바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왼쪽)가 6월7일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서 지방선거 유세를 하며 사전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


“경제관료들, 시대 부응 못하고 있다”

정의당이 ‘민주당 2중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십 년간 양당 구조에 익숙했던 프레임에서 정의당을 보기 때문이다. 양당밖에 없을 때 제3, 제4 정당이 나오면 누구 편인지를 중심으로 보는 것이다. 정의당이 자유한국당보단 민주당과 가까우니까 민주당 2중대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 지지율이 오른 것은 다당제 실험이 한 단계 넘어섰다는 것을 방증한다. 다당제 아래선 극단적 대결 구도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떤 점에선 이 정당과, 어떤 점에선 저 정당과 비슷한 스탠스로 갈 수 있다. 자유한국당과는 공통분모 가질 일이 없고 민주당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2중대 프레임으로 가져간다고 본다. 이젠 다당제 구도에 맞게 정의당을 봐주셨으면 한다. 정의당은 집권 정당에 대해 어떨 땐 협력하고 어떨 땐 비판하는, 그런 상식적인 정당정치를 유일하게 하고 있지 않나.” 

문재인 정부에서 정의당 역할은 어떤 것인가.

“경제민주화가 제일 크다.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라든가 이전의 과거 적폐청산 문제라든가, 이런 점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만큼 경제민주화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그 부분을 강력하게 견인하는 역할을 정의당이 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정치개혁이다. 민주당에 계속 하는 얘기는 ‘힘이 없을 때는 정치개혁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우리가 의석수가 없어서, 힘이 없어서 정치개혁을 못해’라는 핑계를 대왔다. 하지만 지금은 대통령 지지율이 1년 넘게 70%를 육박하고, 모든 국민이 대통령 가는 길에 전폭 지지를 보이고 있다. 또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이렇게 힘이 있을 때 정치개혁을 못 하면 언제 할 수 있겠는가.”


“2020년 총선 때 민경욱 의원 정치 심판할 것”

정치개혁 가운데 1순위는 무엇인가.

“선거제도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 민의를 그대로 수렴하는 국회, 국민들이 ‘나의 대의원이 저기서(국회) 일하고 있다’는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입법부. 이것을 만들지 못하면 정당정치도 정상화하기 힘들다. 그러면 끝없이 대결정치 구도로 가게 된다.”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것인가.

“국민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고 그 지지율만큼 의석수를 배분하는 제도로 가야 한다. 지금은 모든 지역구에서 1표만 더 많아도 그 지역 민의 100%를 다 가져가는 소선구제다. 이번 지방선거 때도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받은 득표율은 50%다. 그런데 모든 시의회 90% 의석을 가져갔다. 한마디로 현재의 선거제도론 민주주의 핵심인 다양성이 존재하기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대통령 되시자마자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통령 권한의 절반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선거제도 개혁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민주당 수많은 의원들은 선거 때만 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 팔면서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이 가졌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선 외면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이 10%를 넘었다. 

“국민들께서 수십 년 동안 서로 간판만 바꾼 민주당과 한국당 대결정치에 약간 신물이 나신 듯하다. 선거 때 국민들께서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당이 되고, 정의당이 진보개혁 정당이 돼야 한다. 그렇게 돼야 한국 사회가 좀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겠나. 상식적인 정치가 이뤄지지 않겠나’라고. 그게 정의당에 힘을 주시는 근본 요인이라고 본다.”

2020년 총선 때 인천 연수구 을에서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가 비례대표 당선되고 마음속에 가졌던 첫 번째 목표는 저를 당선시켜준 당원들에게 반드시 지역구 당선으로 되갚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역구 선정도 일찍 서둘렀다. 인천 연수구 을 지역구를 정한 이유가 있다. 그곳은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 지역구다. 많은 국민께서 기억하시겠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민경욱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에서 대변인 역할을 했다. 사실 그분은 국민들의 녹을 먹는 입법부 일원이다. 그리고 그 입법부가 탄핵을 결정했다. 그러면 당연히 국민의 민의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 녹을 먹는 사람이 한 범죄자의 사적인 대변인 역할을 했다. 그래서 반드시 민경욱 의원에 대한 정치적 심판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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