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에 부과한 과태료, 누가 뭉갰나
  • 김성진·주재한 시사저널e. 기자 (star@sisajournal-e.com)
  • 승인 2018.07.13 12:08
  • 호수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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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자료 제출로 과태료 부과됐다가 취소…결함 조사 과정서 설계 변경 은폐 의혹도

 

한국GM이 중형 세단 ‘매그너스’의 차체 부식 및 균열 조사를 피해 왔던 것으로 시사저널e 취재 결과 확인됐다.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은 2013년 2월 매그너스 제작 결함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공단은 차체 결함 조사를 위해 한국GM 측에 수차례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한국GM은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기피했다. 이는 자동차관리법에 저촉돼 과태료 부과 사항에 해당된다. 국토부가 이런 정황을 알고 있으면서 묵인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결함 은폐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매그너스는 대우자동차 시절 생산된 차량이다. 1999년 출시돼 2007년까지 판매된 후 단종됐다. 매그너스 차체 부식 및 균열은 2007년경부터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평균 15만km 넘게 주행한 차량들의 차체가 부식돼 볼트와 너트가 헐거워지는 현상이 다수 발견됐다. 부식이 심한 차량들은 제동 시 차량이 한쪽으로 심하게 쏠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현재 매그너스 동호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연식이 10년 넘은 차량들에서 동일 결함이 다수 발생했다. 차주들을 모아 실제 부식이 발견된 차량을 갖고 주행 실험을 했다. 섀시의 크로스멤버가 통째로 유격이 생기거나 볼트가 아예 없어진 차량도 있었다”며 “문제 차량으로 제동 시험을 한 결과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했다”고 말했다. 

 

한국GM이 중형 세단 매그너스의 차체 부식 및 균열 조사를 피해 왔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매그너스 차체 부식 조사 노골적 기피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공단은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면 프런트 패널 하단과 섀시 크로스멤버 볼트 체결 부위에서 문제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해당 부위는 엔진, 변속기, 동력전달장치, 조향장치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중을 지지하는 중요 역할을 한다. 당시 조사를 맡았던 박진혁 전 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현 서정대학교 자동차과 교수)은 배수구조 등의 문제로 내부에 유입된 수분이 빠져나가지 못해 부식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이 들어오면 다시 빠져나가야 하는 구멍이 작기 때문에 물이 고여 부식이 발생했다”며 “설계상 결함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조사 차종의 균열 전체 길이는 약 120mm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문제 차량은 1999년부터 2005년 사이 생산(2007년 3월까지 판매)된 모든 매그너스 차량이며, 규모는 총 12만2922대에 달한다.

 

공단은 2013년 2월 매그너스 차체 균열 및 부식 현상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공단은 조사를 위해 부식이 발견되는 부품의 사양과 설계변경 내역을 한국GM 측에 요청했다. 한국GM은 당시 세 차례(2013년 3월12일, 2013년 9월3일, 2013년 11월11일)에 걸쳐 설계 변경 내역이 없다는 자료를 공단에 제출했다. 그러나 박 전 연구원이 부품 수리 현장에 나가 직접 조사한 결과, 기존 부품과 AS용 부품의 설계가 변경된 사실이 발견됐다. 그에 따르면, 당시 한국GM은 부식이 발생하는 부품을 유상으로 교체해 주고 있었다. 기존 부품과 AS용 부품 차이점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GM에 설계 변경 내역을 요청했고, 한국GM은 AS제품이 기존 제품과 동일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직접 현장에 나가 조사해 보니 AS용 신품 패널의 배수 구멍 직경이 기존 8mm에서 10mm로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125% 확대된 것이다. 이는 명백한 허위 자료 제출에 해당한다고 박 전 연구원은 지적했다. 

 

박 전 연구원은 설계 변경 사실을 육안으로 확인한 후 한국GM 측에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한국GM은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사안에 대해 수차례 시사저널e가 한국GM 측에 문의했지만, 한국GM은 “확인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았다.

 

박진혁 전 교통안전공단 책임연구원이 작성한 매그너스 차체 부식 및 균열 현상 제작 결함 조사 결과보고서 © 시사저널e·연합뉴스

 

허위 자료 제출, 국토부 묵인 의혹

 

한국GM이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소명자료를 미제출하자, 공단은 조사 결과 기피 및 거부를 이유로 한국GM에 과태료 부과를 요청했다. ‘자동차관리법 제84조 제2항 제14호’는 제작자가 결함조사에 대해 거부, 방해, 기피하거나 거짓 진술하는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공단은 법무법인 두 곳에 한국GM의 허위 자료 제출과 설계 변경 소명자료 미제출이 자동차관리법에 위반되는지 자문을 구했다. 두 법무법인 모두 한국GM의 행위가 법에 저촉된다고 판단했다. 

 

자문을 맡았던 한 법무법인은 “공단의 설계 변경 관련 자료 제출 요청에 대해 한국GM은 제작 결함 조사를 방해·기피하거나 질문에 대해 거짓으로 진술하였음이 인정될 수 있다”며 “한국GM에 자동차관리법 제84조 제2항 제14호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GM이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토부는 올 1월4일 해당 사안에 대한 감사 결과 “제작 결함 조사 당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공문으로 제출을 요구했던 자료는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제출했으며,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구두로 요구한 자료도 제작사에서 구두로 답변했다”면서 “이는 자동차관리법 제31조 제4항을 위반해 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했다고 보기 어려워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토부 감사에는 한국GM이 제출한 자료가 허위 자료인지에 대한 판단이 없었다. 자료 미제출에 대한 사실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박 전 연구원 역시 국토부의 이 같은 답변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국토부는 연구원의 과태료 부과 건의에 대해 한국GM에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한국GM의 허위 자료 제출에 대한 사안을 명확히 확인하지 않았으며, 소명자료 제출 요청에 대한 자료 미제출 역시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최소한 5만원이라도 과태료가 부과돼야 앞으로도 공단의 효율적인 조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통안전공단 역시 해당 사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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