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제3의 노회찬 나올 수도…‘드루킹 자금’ 정조준한 특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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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지목, 물타기 아닌 정치인 수사 신호탄” 비상 걸린 여의도

 

"드루킹 특검 수사에서 왜 갑자기 노회찬 이름이 나오나."


잘 나가던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돌연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면서다. 드루킹 특검 수사에서 노 의원 이름이 등장한 것은 시쳇말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가 아닐 수 없다. 3선인 노 의원은 활발한 의정 활동을 펼치는 가운데 최근 국회 특수활동비 반납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인기 시사 프로그램 JTBC 《썰전》의 패널 자리도 꿰찼다. 그가 이정미 대표, 심상정 의원 등과 함께 이끄는 정의당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율을 위협하며 진보정당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노 의원은 위기를 돌파하고 상승가도를 계속 달릴 수 있을까.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왼쪽)와 이정미 대표 ⓒ 연합뉴스

  

 

좁혀온 검찰 수사망…정의당 "노회찬 믿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7월19일 노회찬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이런 보도가 계속 나와 우려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특검) 수사 결과를 빨리 밝혀서 진실이 규명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언론에서 명백한 결과가 아니라 추측과 수사 과정이 막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특검이 빨리 수사 결과에 대해 결론을 내놓는 것이 제일 시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노 의원이 어제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드루킹 쪽에서 나오고 있는 여러 가지 얘기들은 근거 없으며, 자신은 돈을 받은 일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면서 "현재 정의당으로서는 노 의원의 말을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지지자들도 '노 의원이 그랬을 리 없다', '허위진술이 의심스럽다'는 등 터무니없다는 반응이지만, 특검 쪽 분위기는 그리 가볍지 않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7월19일 오후 3시 도아무개(61) 변호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어 그의 구속 필요성을 심리하고 있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이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핵심멤버이자 드루킹이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물이다. 특검은 도 변호사가 2016년 총선 직전 드루킹과 공모해 자신의 경기고 동창인 노 의원에게 정치자금 5000만원을 불법 기부했다고 의심한다. 5000만원 중 4190만원이 되돌아온 것처럼 경공모 계좌 내역을 꾸미고, 5만원권 돈다발 사진을 증빙용으로 찍는 등 각종 증거위조를 교사한 혐의 등도 있다. 도 변호사가 현재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특검은 이 같은 정치자금법 위반·증거 조작 행위에 도 변호사 등의 지시가 있었다는 경공모 측 진술을 다수 확보한 상태다.

 

만약 도 변호사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노 의원 역시 특검 조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특검팀은 여야 원내대표 외교 일정으로 방미 중인 노 의원이 귀국하는 7월23일 이후 소환 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다. 노 의원 측과 정의당은 패닉 상태다. 김종철 정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특검이 일방적으로 의혹제기를 한 데 대해 대단히 유감이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JTBC 《썰전》도 비상이다. 시청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던 유시민 작가 후임자로 고심 끝에 선정(7월5일 첫 출연)한 인물이 노 의원이었다. 일단 7월19일 밤 11시 방송은 정상적으로 방영될 예정이다. 제작진은 특검 수사를 예의주시하며 혹시 모를 패널 교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수사 신호탄, 제2·제3의 노회찬 나올 수도 

 

도 변호사와 노 의원을 겨눈 특검은 비장하다. 지난 6월 출범 후 23일간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과 정치권 연루 의혹을 수사한 끝에 처음 신병확보에 나선 사안이어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그간 특검 수사의 성과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도 변호사가 구속되면 김경수 경남지사의 옛 보좌관 등 금품공여 의혹 대상에 대한 수사를 막 개시한 특검의 발걸음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반면 법원이 도 변호사에 대한 영장을 기각할 경우 정치권 수사에 갓 진입한 특검팀이 수사 동력을 일부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를 수 있다. 특검팀 박상융 특별검사보는 7월19일 브리핑에서 "받은 진술과 물증을 보면 충분히 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판단해 청구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YTN에 출연해 "지금까지의 여러 정황이나 사실관계를 보면 (도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법원이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기각한다고 해도 노 의원에 쏠린 의혹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최종적으로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하겠지만, 일단 (의혹 제기만으로도) 깨끗하고, 정의로운 이미지가 트레이드마크였던 노 의원이 도덕적으로 엄청난 내상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드루킹 특검 수사 과정에서 갑자기 노 의원 이름이 거론된 것이 석연찮다는 일각의 지적과 관련해 김 교수는 "(드루킹 댓글 조작엔)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데, 이 자금의 흐름이 어떻게 됐느냐는 것을 파악하지 않고는 이런 댓글 조작의 진실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쪽으로 (특검이) 접근하고 있는 듯하다"며 "이런 과정에서 노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의혹이 나왔다"고 해석했다. 이어 " 결국은 정치권 인사가 관여했느냐 안 했느냐가 핵심"이라면서 "단순하게 댓글 조작 문제만 보는 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정치권 인사의 연관성 문제를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자금 흐름을 수사하다 보면 향후 정치권에서 노 의원 외에 추가로 수사 대상에 오를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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