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증여 구설 오른 대웅제약 윤영환 회장 일가
  • 길해성 시사저널e. 기자 (gil@sisajournal-e.com)
  • 승인 2018.07.20 15:23
  • 호수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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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3만 평 손주들에게 증여해 100억원 차익…회삿돈으로 토지 임대료도 ‘꼬박꼬박’

 

윤영환 대웅제약 명예회장은 14년 전인 2004년 8명의 손자·손녀들에게 경기도 용인 일대 3만 평의 땅을 증여했다. 이 땅은 추후 대웅제약이 개발을 진행하면서 지가가 급등했다. 그 결과 손자·손녀들은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땅값이 오르기 전에 넘긴 덕에 막대한 증여세도 아낄 수 있었다. 이를 두고 부지가 개발될 것을 예상하고 오너 일가가 ‘사전증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막대한 시세차익 외에도 윤 명예회장의 손자·손녀들은 증여 받은 땅을 통해 법인인 대웅제약으로부터 매년 수천만원의 토지 임대료를 받고 있다. 상장회사인 대웅제약의 회삿돈으로 오너 일가의 배를 불려주고 있어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윤영환 대웅제약 명예회장이 14년 전 3세들에게 증여한 경기도 용인 일대 부지 3만 평이 최근 개발되면서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길해성 시사저널e. 기자


 

윤 명예회장 손자·손녀 100억원 시세차익

 

시사저널e가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대웅제약의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과 부인 장아무개씨는 1970년, 1982년, 1988년 세 차례에 걸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삼계리 493-7 일대 토지를 매입했다. 규모는 10만6619㎡(약 3만2252평)에 이른다.  두 사람은 2004년 3월과 7월, 당시 미성년자였던 윤아무개(85년생) 등 8명의 손자·손녀에게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던 토지를 모두 넘겨줬다. 2세를 건너뛰고 3세에게 바로 넘기는 이른바 ‘세대생략 증여’다.

 

세무·상속 전문가 등에 따르면, 세대생략 증여의 장점은 한 번의 증여세만 내면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속은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그 아들로 두 번의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세대생략이 있는 경우 한 번의 증여세만 내면 된다. 거기다 사전증여 이후 5년이 지나면 상속재산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증여세의 30% 할증세액(미성년자는 40%)이 붙기 때문에 시세상승이 예상되는 부동산이 아니면 손해를 볼 수 있다.

 

부동산조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증여 당시 문제 토지의 공시지가는 23억4827만원(3.3㎡당 기준)이었다. 증여세는 1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증여세가 수증자(받은 사람) 수로 나눠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8명이 내야 하는 세금은 산출된 세액보다 더 적을 것이라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윤 명예회장이 손자·손녀들에게 증여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현재 120억원이 넘는다. 증여 당시보다 97억원가량 올랐다. 손자·손녀들은 가만히 앉아 100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챙긴 셈이다. 시세가 급등한 이유는 대웅제약이 개발을 진행하면서 토지의 가치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1988년부터 인근 토지들을 사들여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1989년 대웅연수원을 시작으로 대웅경영개발 연구소(1996년), HRD센터(2001년) 등이 차례로 들어섰다. 2002년에는 현물출자를 통해 대웅개발㈜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2011년 윤 명예회장의 장남 윤재용 대웅생명과학 사장과 차남 윤재훈 전 부회장의 땅도 매입했다. 하지만 유독 손자·손녀들의 땅은 건드리지 않았다. 때문에 일부 토지는 법인이 소유한 토지 사이사이에 손자·손녀들의 땅이 끼어 있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후 2016년 손자·손녀들이 증여받은 토지(삼계리 493-7 일대) 위에는 ‘대웅 바이오센터’가 들어서게 된다. 이 건물이 건립되는 과정에서 지목은 ‘임야’에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대’로 바뀌었다. 증여 당시 1만6500원이었던 ㎡당 공시지가는 지목변경이 이뤄진 2015년 37만8900원까지 급등했고 올해 41만2900원을 기록했다. 무려 25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그 외 토지들의 공시지가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세무·상속 전문가들은 윤 명예회장의 증여 방식은 가격상승이 예상되는 자산을 증여하는 전형적인 ‘사전증여’라고 말한다. 증여세는 증여 시점의 가치(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부과되므로 증여 후 해당 토지의 가치가 늘어나더라도 수증자 입장에서는 별도의 세 부담 없이 가치상승에 따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윤 명예회장이 손자·손녀들에게 증여한 토지가 개발될 것임을 알고 사전증여를 계획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생겼다. 윤 명예회장은 증여 당시 10억원의 세금을 내주고 손자·손녀들에게 100억원에 육박하는 시세평가차익을 남겨주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뒀다. 이에 대웅제약이 증여 이전부터 해당 부지 활용방안에 대해 꾸준히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대웅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논의가 됐을 텐데, 증여 시기를 전후로 바로 정해진 내용은 없었다”며 “추후에 바이오 쪽에 대한 R&D(연구·개발) 검토를 하면서 2010년도부터 바이오센터 건립계획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증여와 바이오센터를 직접적으로 연관 짓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대웅 측은 증여세를 완납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재계 오너의 편법 승계에 대한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상속은 대기업의 도덕적인 해이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통상적으로 지가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의 사전증여는 정상적인 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이라며 “또 엄청난 불로소득을 얻는 이런 형태의 증여는 일반 국민들에게 대기업 일가의 도덕적 해이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명예회장의 손자·손녀들은 막대한 시세평가차익 외에도 매년 수천만원의 토지 임대료도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돈은 법인인 대웅제약으로부터 지급되고 있다. 상장회사인 대웅제약의 돈으로 오너 일가의 배를 불리고 있는 셈이다.

 

경기 용인 처인구 삼계리 일대 대웅제약 오너 3세·법인 토지소유 현황 ⓒ김태길 디자이너


 

대웅 측 “미리 계획된 사전증여 아니다”

 

‘대웅 바이오센터’의 경우 건물의 소유주는 대웅제약이지만 토지소유주는 윤 명예회장의 손자·손녀 8명이다. 애당초 대웅제약이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바이오센터만 세웠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건물과 토지의 소유주가 다른 경우 토지소유주에게 법정 임대료를 지급해야 한다. 쉽게 말해 건물을 지은 사람이 토지를 전·월세로 이용하는 형태다. 법정 임대료는 통상적으로 공시지가에 법정 요율인 5~7%를 적용된다.

 

바이오센터 부지의 현재 공시지가는 40억원이다. 여기에 7%의 법정 요율을 적용하면 손자·손녀들은 매년 2800만원의 토지 임대료를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주차장, 체육용지 등 다른 토지까지 더하면 이들이 받는 임대료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료는 대웅제약이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서도 대웅 관계자는 “임대료는 법에서 정하는 요율과 공시지가를 고려해 산정하고 있다”며 “정확한 임대료 비용은 말해 줄 수 없지만 모두 대웅제약에서 납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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