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구 “권력자 부정축재 막을 특별법 필요하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0 15:47
  • 호수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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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플랜다스의 계’ 주도하는 안원구 前 대구지방국세청장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소위 ‘최순실 스타’ 중 한 명이다.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을 뜨겁게 달굴 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비밀 재산을 찾기 위해 독일과 스위스를 누볐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의미 있는 성과를 내 주목을 받았다. 

 

안 전 청장은 ‘이명박(MB) 저격수’로도 활동했다. 특히 2017년 말, 다스의 주식을 매입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주 의혹을 밝히자고 제안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에서 시행한 ‘플랜다스의 계’를 주도했다. 하지만 후원금이 모두 모였음에도 투자금 회수에 대한 위험이 대두되면서 다스의 주식을 매입하지 못했고, 안 전 청장은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에서 나와 별도로 다스 주식 매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7월17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플랜다스의 계’ 사무실에서 ‘계주’로 활동하고 있는 안 전 청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의혹의 극히 일부만으로 구속됐다”며 추가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력자가 조성한 부정한 재산을 되찾을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MB나 최순실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부조리한 자금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고성준


 

‘플랜다스의 계’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에 있을 당시 권력층이 부정하게 모은 재산을 해외에 축재하고 있다는 정황을 파악해 환수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하게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명회사로 보이는 다스의 주식을 사자는 것이었다.” 

 

어떻게 주식을 매입할 생각이었나.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씨가 사망하면서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물납된 다스 주식이 있었다. 상속세 20%에 해당하는 물납재산의 3%를 사면 됐다. 가격은 약 150억원이었다. 이것을 사자고 라디오 방송에서 제안했고, 국민적 호응이 엄청났다.”

 

시민의 참여는 어느 정도였나. 

 

“‘플랜다스의 계’가 구체화되던 시점에 국민운동본부가 발족했다. 본부의 사무총장 겸 집행위원장을 내가 맡게 됐다. 진행은 너무 잘됐다. 150억원이 3주 만에 다 걷혔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어느 순간에는 모금을 중단해야 할 정도였다. 소액주주운동을 통한 경제민주화운동의 출발이라고 평가하고 싶을 정도였다.” 

 

 

“‘주가 하락’ 우려로 다스 주식 매입 포기”

 

그런데 결국 국민운동본부는 주식 매입을 포기했다. 

 

“매입 직전 포기했다. 이유는 주식을 매입했는데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국민운동본부에서 내가 참여하지 않은 이사회가 열렸다. 통지도 없었다. 그 이사회가 안 사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 나를 배제한 상태에서 결정을 한다면 같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의견이 관철되지 않는 조직에서 일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별도로 독립해 ‘플랜다스의 계’를 차리게 됐다.” 


주가가 하락한다면 돈을 보내준 사람들이 손해 보는 것은 맞지 않나. 

 

“다스라는 회사 자체는 상당히 건실하다. 소위 ‘깡통’이 될 가능성은 희박한 회사다. 회사 유보금이 3000억원 가까이 있는 상황인 데다, 현대차에 전량 납품하기 때문에 현대차가 망하지 않는 이상은 안전하다. 게다가 돈을 보내주신 분들은 투자를 하라는 취지보다는 ‘좋은 일에 써 달라’는 취지가 강했다. 그들의 의지에 역행한 셈이다.” 

 

다스 주식을 매입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차명으로 소유했다고 알려진 회사니까 정말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이 맞는지, 다스에서 빼낸 돈이 얼마나 되며, 아들에게 어떻게 승계했는지 등을 전부 들여다볼 수 있었을 것이다. 3%의 주식이 있으면 우리가 감사를 선임할 수 있다. 대주주가 아무리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어도 3%의 권리밖에 행사하지 못한다. 우리는 또 캠코라는 우군이 있다. 우리의 지분을 제외하고도 16% 이상의 주식이 우리 편이다. 그렇게 됐다면 여러모로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개인별로 얼마나 돈을 보냈나. 

 

“부부가 9000만원까지 낸 사례도 있었다. 최소액은 15만원이었다. 시민들이 대단한 것이 한 주식이 150만원인데, 한번에 내기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보니 10분의 1인 15만원을 내고 이 단위를 ‘한 다스’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플랜다스의 계’라는 이름도 한 시민이 지었다. 굉장히 기발했다. 난 이 염원이 잘 이뤄지도록 뒤에서 법적·행정적 실무만 맡았을 뿐이다.” 

 

주식 매입을 포기한 뒤 모금한 돈을 다 돌려준 것인가. 

 

“아직 모두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운동본부에서 아직도 내가 활동하는 줄 아는 분도 계시다. 사실 여러 상황이 이어지면서 동력이 떨어진 부분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됐고, 모금 당시만큼 화제가 되지도 못하고 있다.” 

 

독립한 상태에서 모금을 재개했는데. 

 

“국민운동본부에서 할 당시에는 국내외를 망라해 3만6477명가량이 돈을 보내주셨다. 지금은 현재(17일)까지 1만700여 명이 참여했다. 약 30억원이 모였다. 국민운동본부 시절에 비하면 거북이 걸음이다. 더 많은 참여가 절실하다.” 

 

 

“해외재산 환수하려면 특별법 제정해야”

 

다스와 관련된 의혹은 어디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나.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인 다스가 은닉재산으로 밝혀지면 재판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다스에서 횡령한 돈에 대한 사건의 변호 비용을 삼성에서 받았다면 제3자 뇌물 가능성도 있다. BBK와 관련된 의혹이 일부 풀릴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구속으로 ‘의혹이 풀린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한다. 하지만 난 견해가 다르다. 구속은 됐지만 불법적인 자금은 제대로 회수되지 못했다. 대부분 해외에서 조성됐기 때문이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다스와 관련된 의혹 중 극히 일부만 가지고 구속됐다. 그 외에도 자원외교나 4대강, 방산비리와 관련된 의혹은 하나도 풀지 못했다. 우리는 다스 주식을 설령 매입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른 재산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해외재산 환수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오래되기도 했고, 실소유 여부를 밝히기도 상당히 어렵지 않나. 

 

“맞다. 오랜 시간이 지난 경우에는 재산 환수가 불가능하기도 하다. 이를 성공하려면 특별법이 필요하다. 시효를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10~20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없어진다. 또 입증 책임 문제도 있다. 입증 책임을 수사 당국이 아니라 피의자에게 지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리코법’의 경우 마피아 범죄자의 부정한 재산에 대한 소명을 범죄단체가 하도록 했다. 이런 법의 취지를 가져와서 입증 책임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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