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는 특검, 8월25일까지 ‘스모킹건’ 찾을 수 있을까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6 16: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사선상 올랐던 노회찬 의원 사망 후 특검 '휘청', 회의론도 여전

 

노회찬 정의당 의원 사망으로 주춤했던 '드루킹' 특검이 다시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댓글조작 공범들에 대한 추가 신병 확보에 나서고 '핵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소환조사도 예고했다. 전체 수사기간 60일 중 절반이 지나갔다. 남은 기간은 단 30일. 결정적인 수사 성과가 나올 수 있을까. 특검이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박상융 특검보가 7월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기자실에서 수사상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환점 돈 드루킹 특검, 남은 시간은 단 3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허익범(59·사법연수원 13기) 특검팀이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핵심 회원 '초뽀' 김아무개(43)씨와 '트렐로' 강아무개(47)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7월27일 새벽 전격 발부됐다. 특검은 지난 7월24일 김씨와 강씨에 대해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와 증거 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와 강씨는 드루킹과 함께 댓글조작 시스템 '킹크랩'을 개발·운용하고 이를 통해 방대한 댓글조작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공식 출범 한 달 만에 겨우 첫 구속 성과를 냈다.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특검이 지난 6월27일 출범한 이후 주요 피의자에 대한 두 번째 신병확보 시도였다. 첫 대상이던 '아보카' 도아무개(61) 변호사는 법원에서 구속수사할 필요성이 적다고 판단해 영장이 기각됐다. 첫걸음부터 주춤했던 특검은 갈 길이 바쁘다.  

 

댓글조작 의혹의 핵심인 '정치권 개입' 관련 수사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물이 없다. 특검은 드루킹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고(故) 노회찬 의원에 대해선 '사건 종결' 처리키로 했다. 핵심 타깃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소환의 경우 시기를 조율하는 단계다. 박상융 특검보는 7월25일 브리핑에서 "남은 30일 기간 내에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있을 것"이라며 "수사가 전반 30일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노 의원 사망 후 부쩍 떨어진 수사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각오로 보이나, 특검이 구불구불한 앞길을 쉽사리 헤쳐 나갈지 여부는 가늠하기 힘들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노 의원 사망과 관련해) 수사상 책임은 없더라도 도의적 책임은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 특검 수사가 활발히 진행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특검은 노회찬 의원 사망 후 정치권 수사에 애를 먹는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앞서 특검은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가 정의당을 상대로 협박성 행위를 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정의당 측에 수사 협조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특검이 언급한 김씨의 트위터 글은 지난해 대선 직후인 5월16일 작성된 것으로 노 의원 별세 이후 다시 주목받았다. 김씨는 당시 '야, 정의당과 심상정 패거리들… 너희들 민주노총 움직여서 문재인 정부 길들이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내가 미리 경고한다. 지난 총선 심상정, 김종대 커넥션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방에 날려버리겠다. 못 믿겠으면 까불어보든지'라고 썼다. 

 

특검팀이 심상정·김종대 의원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히자 정의당 측은 "특검의 무도한 행태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허익범 특검은 7월26일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정의당을) 자극하려고 한 의도는 전혀 없다"고 꼬리를 내렸다. 노 의원 추모 물결 속 특검을 비판하는 여론도 들끓었다.

 

 

법원서 직접증거로 인정받을 만한 '스모킹건' 찾을 수 있을까 

 

특검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검은 5차례에 걸친 드루킹 김씨 소환조사, 느릅나무출판사 현장조사, 경공모 비밀창고 압수수색 등을 통해 다수의 증거자료를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특검은 김씨가 최근 제출한 이동식저장장치(USB)에 고무돼 있다. 김씨가 지난 3월 체포되기 직전 댓글조작 활동에 관한 모든 기록을 저장해놓은 USB다. 

 

이 USB에는 드루킹 일당이 댓글조작을 한 내역과 함께 드루킹 김씨와 김경수 지사가 보안메신저 '시그널'로 나눈 대화 내용 전문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김 지사 등 정치권 인사를 만난 일지와 당시 대화 내용 등을 기록한 문서 파일 등도 USB에 담겨 있다. USB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인 특검은 해당 증거자료가 김 지사의 댓글조작 지시 혹은 인지 후 묵인 의혹을 규명할 단서가 돼 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특검은 수사의 '본류'가 아닌 노회찬 의원 관련 사건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수사 기간 60일의 절반을 흘려보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애초 특검은 김경수 지사 등 정치권 인사들이 댓글조작을 지시했거나 불법 자금을 수수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출범했다. 수사 기한인 8월25일을 넘기면 혐의점을 찾아도 기소할 수 없다. 단, 대통령이 승인하면 수사 기한이 30일 연장된다. 여권을 정조준한 특검 수사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기한 연장을 승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검 역시 그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눈치다.

 

8월25일까지 김 지사 등을 둘러싼 의혹들을 모두 조사해 규명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유의미한 자료와 증언을 많이 모으더라도 법원에서 직접 증거로 인정받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라며 "30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가진 특검이 방대한 의혹에 대해 법원에서 인정받을 만한 증거를 찾기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