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라는 책에 나오는 그 온도와 같은 것이다. 그 책을 쓴 이기주 작가는 말의 온도를 가리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달라지게 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말의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우면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우리의 체온과 비슷한 온도가 고 노회찬 의원의 말에는 자주 담겨 나왔었다.
지난 7월9일 저녁, 한 방송에 출연한 노 의원은 자신이 정의당 원내대표로서 받은 국회 특수활동비 석 달 치를 이미 반납했다면서 앞으로 자신에게 나올 특활비도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불순하게 쓰이거나 횡령할 가능성이 높은 특활비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발언은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남긴 그의 마지막 유언이 되고 말았지만, 그가 폐지를 주장한 특활비는 여전히 국회에 살아남아 있다.
영수증이 필요 없는 특활비는 국민들의 혈세로 충당되는데도 그 쓰임새가 어떤지 국민들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는 돈이다. 이미 너무 높을 대로 높아져 있는 것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품위일진대, 그래서 그 품위를 버리고 더 낮은 곳으로 내려와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회의원일진대 국회에는 아직도 모자란 품위가 더 있는지 올해도 70억원 이상의 특활비가 뿌려질 것이라고 한다.
특활비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와 국정원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러 잡음을 일으켰던 과거의 병폐면서 동시에 현재진행형인 문제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특활비에 대해 “더 이상 깜깜이 돈, 쌈짓돈이라는 말이 나와선 안 된다”고 했다. 생전 마지막 출연이 되고 만 방송에서 “국회가 자신들의 특활비부터 확실하게 정리해야 다른 기관들의 특활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한 고 노회찬 의원의 말에 이제는 국회가 확실한 답을 내놓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