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철도의 기점과 종점이 되는 김해 시대 준비”
  • 서진석 영남취재본부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0 14:14
  • 호수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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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 당직자 임명권 포기, 상향식 의사결정 제도 도입…‘풀뿌리 민주주의’ 실천하는 김정호 의원

 

“3김(金)으로 대변되는 구태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했으나, 결국 3김 시대의 막내 역할에 머무르고 말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회에 진출하기 직전까지 농사를 지으며 김해 봉하마을을 지킨 ‘노무현맨’ 김정호 국회의원(57)이 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소회다. 

 

노무현 정부 시절 5년간 청와대 행정관과 비서관을 지내면서 대통령을 보좌한 김정호 의원은 지난 2008년 2월 퇴임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경남 김해로 내려왔다. 이후 11년간 봉하마을에서 친환경 농업회사법인인 (주)봉하마을 대표를 지내며 농사꾼의 길을 걷다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김해 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63%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상향식 의사결정 제도 도입에 따른 설명회를 겸해 지난 7월 개최된 김해 을 지역위원회 정기지역대의원회의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김정호 의원 ⓒ김정호 의원실 제공


 

김해신공항은 ‘항공적폐’ 원점서 재검토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되자마자 그동안 관행으로 지역위원장이 지명 또는 임명하던 대의원과 당원협의회장 등 지역구 주요 당직자들을 당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상향식 의사결정 제도로 바꿔 정치권의 이목을 김해로 집중시켰다. 민주당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이례적인 이른바 ‘김정호 구상’의 골자는, 지역 상무위원회의 당연직을 제외한 상무위원과 운영위, 여성·청년·노인·장애인 등 11개 부문 각급위원회, 5개 동과 2개 면별 당원협의회 등의 위원장과 협의회장을 권리당원의 투표로 선출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해 을 지역위원회는 7월13일 본격적인 조직개편 작업에 착수했으며, 8월8일 현재 부문위원회 일부를 제외하고 46명의 대의원과 읍면동위원회, 상무위원회 모두 새로운 진용을 갖췄다.    

 

8월4일 신공항대책 연석회의 준비로 분주한 지역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정호 의원은 위원장 본인의 권한을 축소시키는 결정과 관련해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 되어야 한다”며 “각종 행사에나 동원되고 당비 납부의 의무만 지는 소극적인 당원이 아니라, 이들이 직접 정당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참다운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당내 민주주의, 참여 민주주의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도 ‘실천해 보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자주 했다”면서 “이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정치를 하면 현실정치에 도입해 보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정치 실험의 배경을 밝혔다. 

 

화제를 바꿔 현재 지역의 뜨거운 감자인 신공항 문제를 물었다. 김정호 의원은 김해신공항을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항공적폐’이자  ‘잘못 끼워진 단추’로 표현했다. 그는 먼저 박근혜 정부 때 국토부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에 용역을 맡겨 김해공항을 확장하기로 결정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김해공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사실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천억원의 추가 비용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김정호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국토부가 김해신공항의 관문공항 기능을 포기하고 거점공항(권역별 국내선과 중단거리 국제선)과 일반공항(국내선 위주)으로 공항의 위계를 바꿀 경우, 영남권 주민들이 중장거리 국제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인천공항까지 이동해야 하고 여기에 연간 약 300만 명이 5000여억원을 부담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국토부가 신공항 사업을 추진하면서 실정법을 어겼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소음피해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공항소음방지법을 위반했고 군사공항인 김해공항에 대해 군사기지 보호법도 적용하지 않았다. 특히 활주로에 진입하는 구간의 장애물 제거는 필수인데 항공학적 검토 결과를 근거로 장애물 존치가 가능하다는 국토부의 유권해석은 명백한 공항시설법 34조 장애물 제한 위반이라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즉 원활한 항공기 착륙을 위해 활주로 연장선상에 위치한 임호산 등 3곳의 산을 절취해야 하는데, 국토부는 ‘정밀계기착륙이 아닌 눈으로 보는 시계착륙을 하면 해결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8월5일 김해 장유 지역사무소에서 신공항건설반대위원회, 김해시의회특별위원회, 경남도 신공항건설지원단, 김해시 관계자 등 25명이 참여한 민관연석회의를 개최하고 실정법 위반에 대한 고소·고발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등 다각적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신공항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김정호 의원 ⓒ시사저널 포토


 

KTX 김해역, 동북아 물류시장 중심으로

 

 김정호 의원이 구상하는 시민들이 잘사는 행복도시를 만들겠다는 지역 발전 청사진은 남북 화해 무드에 기반한 ‘신(新)실크로드의 중심 김해시’ 건설이다. 그는 남북 경제협력에 속도가 붙어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대한민국은 대륙으로 뻗어나갈 것이며, 이때 김해를 중심으로 부산과 경남이 대륙과 해양의 가교이자 동북아 물류의 관문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시베리아를 관통하는 대륙철도가 개통하면 동남아시아의 엄청난 환적화물이 부산 신항이나 김해시로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KTX 김해역이 철도 실크로드의 중심에 설 것이라며, KTX 김해역 유치를 주요 공약으로 걸고 김해시가 대륙철도의 기점과 종점이 되는 시대를 준비 중이다.

 

한편, 김 의원은 60%가 넘는 지지로 국회의원에 당선시켜준 지역주민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높은 지지율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한 시민들의 미안함과 안타까움의 표현이자 노 대통령의 정신을 오롯이 지켜온 사람들에 대한 인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시민들의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국회의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지지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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