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좋아하는 왕서방 이제 세계 자본마저 싹쓸이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0 14:30
  • 호수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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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추격자 中, 17년 만에 1인당 GDP 10배 급등

 

18세기 청나라는 세계 최강국이었다. 경제사학자들은 “18세기 청은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40%를 차지했고 세계무역 흑자의 44%를 흡수했다”고 추정한다. 실제로 당시 중국의 경제력은 엄청났다. 서구의 귀족과 부자가 가장 좋아하는 사치품인 비단, 도자기, 차의 생산을 중국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중국산 비단은 고대부터 유럽과 중동 사람들에게는 ‘꿈의 섬유’였다. 중국산 도자기는 중세 최고의 하이테크 상품으로, 구매자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부를 가늠케 하는 명품이었다. 중국산 차는 영국인들의 식탁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기호품이었다.

 

청은 정치, 군사, 외교적으로도 가장 위세가 높았다. 17세기 중반부터 62년간 강희제가, 14년간 옹정제가, 62년간 건륭제가 통치하면서 중국 역사상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영민하고 부지런했던 세 황제는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대제국을 건설했다. 몽골, 신장(新疆), 티베트 등을 잇달아 정벌해 합병시켰다. 역사상 이 지역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기 시작하는 것은 청이 처음이다. 신흥강국으로 떠오른 러시아와 1689년 네르친스크조약, 1727년 캬흐타조약을 맺어 팽창을 막았다. 오늘날 중국 국경선 대부분은 18세기에 확정된 셈이다.

 

금세기 초 미국은 유일한 세계 패권국가였다. 2000년 미국은 IT와 인터넷 호황으로 GDP 9조8729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캐나다를 포함해 전 세계 GDP 비중의 33.8%나 됐다. 그에 반해 일본의 GDP는 4조7680억 달러에 그쳤다. 사실 199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경제력은 미국을 위협하고 있었다. 게다가 중국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21세기에 아시아가 세계경제 판도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최근 경제 분야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견줄 수준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그 성장세가 무섭다. ⓒAP연합



美 경제 호황 vs 中 성장세

 

예상은 빗나갔다. 2000년 미국의 경제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으로 인해 장기불황에 허덕였다. 1999년 유로화로 통합됐던 유럽조차 GDP 비중이 1995년 34.5%에서 2000년 29.5%로 줄어들었다. 정치·군사적으로도 미국의 적수는 전무했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2등 국가’로 전락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핵무기와 각종 재래식 무기 보유량에서는 세계 1위였지만 2000년 국방예산은 50억 달러에 불과했다. 미국의 2680억 달러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었다. 떠오르는 강국이었던 중국의 국방비도 225억 달러에 그쳤다.

 

2018년의 현실은 과거와 양상이 조금 다르다. 물론 여전히 세계 최강국은 미국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기사가 연일 언론을 달구지만, 경제 성적은 최고다. 지난해 미국 GDP는 19조3900억 달러로 부동의 1위였다. 1인당 GDP는 5만9495달러로 세계 7위다. 미국보다 1인당 GDP가 많은 나라는 모두 인구가 3000만 명 이하인 강소국이다. 올해 경기 상황은 더욱 좋다. 경제성장률은 1분기에 2%를 기록했고, 2분기에 4%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8%, IMF(국제통화기금)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9%로 상향 조정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물가다. 과거에는 물가가 오르지 말아야 국가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생활이 안정된다는 환상에 빠졌었다. 그로 인해 발생한 게 디플레이션의 역습이다.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면서 오히려 경기는 극도로 침체되고 성장이 퇴보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일본의 GDP는 4조8700억 달러로 1995년보다 적다. 따라서 연준은 2% 안팎으로 물가를 조절해 왔다. 한데 지난 5월에 12개월의 누적 인플레는 2.8%에 달했다. 비록 연준의 소비자물가 상승선보다 높았지만, 산업생산 증가율이 2%대를 유지하면서 미국 경기를 활성화시켰다.

 

이런 미국에 견줄 수 있는 나라로 중국이 등장했다. 지난해 중국의 GDP는 12조2400억 달러로 세계 2위다. 1인당 GDP는 8583달러로 세계 77위다. 중국 인구가 14억 명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실제 2000년 중국의 GDP는 1조798억 달러, 1인당 GDP는 856달러에 불과했다. 17년 만에 경제 규모와 국민소득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금세기 들어 중국이 거둔 경제적 성취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엄청났다.

 


 

과거 도전국가와 차원이 다른 中

 

올해 들어서도 중국은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1분기 6.8%, 2분기 6.7%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제시한 올해 목표치인 6.5%를 웃돌았다. 수출은 1분기 5444억 달러, 2분기 6283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 13.4% 늘어난 수치다. 이 덕분에 무역수지 흑자는 각각 462억 달러, 934억 달러가 증가했다. 특히 대미 무역흑자가 583억 달러에서 757억 달러로 확대되어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 6월말까지 외환보유액은 3조1121억 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1위의 외환보유고는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막아주는 버팀돌이 된다.

 

중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미국과 패권을 다투었던 나라와 여러모로 다르다. 첫째, 중국은 ‘전통적인’ 패권국가였다. 기원전부터 중국은 줄곧 아시아를 호령했고 전 세계 GDP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중국이 패권을 잃고 경제력이 쇠퇴했던 시기는 19~20세기뿐이었다. 둘째, 미국에 견줄 만한 거대한 영토, 많은 인구, 엄청난 지하자원, 드넓은 소비시장, 튼튼한 기초과학기술 등을 골고루 갖추었다. 러시아와 일본은 이 중 한두 가지가 부족했다. 셋째, 중국은 기본 인프라가 잘 갖춰졌고 사회간접자본에 끊임없이 투자한다. 이는 또 다른 인구 대국 인도에는 없는 요소다.

 

달리 주목할 점은 중국공산당의 리더십과 중국인의 장사 DNA다. 금세기 공산당의 대내외 치세는 청대 세 황제 통치시기와 비슷하다. 공산당은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구사하며 14억 인민을 풍족하게 했다. 제3세계 국가들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면서 맏형 노릇을 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은 정치보다 돈벌이에 관심을 .쏟는 천성을 갖고 있다. 지금의 경제 호황은 중국인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이처럼 성공의 필수 요소를 완비한 중국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기에, 미국은 이를 경계해 무역전쟁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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