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광주도시철도 2호선, 언제쯤 결론날까
  • 광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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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논란 덩어리’ 2호선 건설 방식, 공론화위 구성 놓고 ‘악몽 재현’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은 언제쯤 결론이 날까. 그간 건설방식을 놓고 논란만 거듭해 온 도시철도 2호선이 또다시 안갯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16년 공방’에 종지부는커녕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 방식을 결정할 ‘공론화위원회’ 구성이 내부 반목으로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이 문제를 둘러싸고 광주시와 시민단체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는 등 점입가경이다. 말 그대로 ‘도시철도 2호선’이 ‘산’으로 가고 있다.

 

광주시의 시민소통 플랫폼인 ‘제1기 시민권익위원회’가 8월7일 오전 광주시청 무등홀에서 이용섭·최영태 공동위원장을 비롯해 35명의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가졌다.ⓒ 광주시

광주시 ‘공론화위 선 구성’ vs 시민모임 ‘숙의 과정 필수’ 평행선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은 2002년 최초 승인·고시된 이후 16년 동안 ‘건설이냐 백지화냐’ 논란을 비롯해 운행 노선, 건설방식, 차량 형식 등을 놓고 지루한 논쟁을 벌였다. 민선 3기인 2005년 박광태 시장 시절 지상고가 방식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민선 5기인 2013년 강운태 시장이 저심도 방식으로 기본계획을 변경했다. 민선 6기인 2014년 7월 윤장현 시장 취임 이후 논란은 더욱 커졌다. 윤 시장은 인수위 시절부터 2호선 건설 재검토 방침을 밝혔고, 이를 바탕으로 여론조사 등을 실시했다. 윤 시장은 결국 2014년 12월 도시철도 2호선 원안 건설을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푸른길 훼손 논란이 불거지면서 기본설계 용역을 중단했다.

 

광주시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현행 저심도 경전철 방식을 확정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저심도 방식으로 건설할 경우 공사비와 공사 기간이 과다 소요된다며 줄기차게 재검토를 요구해 왔다. 급기야 ‘공론화’를 선거 공약으로 제시한 민선 7기 이용섭 시장은 이 문제를 시민권익위가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시민의 의견을 확인한 뒤 최종 결론을 내기로 하고 사업 진행을 원점으로 돌렸다. 

 

시민권익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시민권익위는 지난달 7일부터 8월13일까지 3차례에 걸쳐 최영태 위원장 주재로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위 구성과 관련한 준비 회의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최 위원장은 최소 7명의 중립적인 인사와 광주시, 사람 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시민모임)의 입장을 대변하는 인사 각각 2명씩 최대 11명으로 공론화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시민권익위는 시민모임과의 대화에서 이 시장이 주문한 ‘공론화위원회 선(先) 구성, 찬 바람 불기 전, 9월 말 10월 초 결정’을 거듭 주장해 ‘숙의 조사’를 요구한 시민모임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민단체와 논의에 나선 최영태 시민권익위원장이 대화중단을 선언했고 시민단체는 권익위가 제안한 공론화위원 추천(선정) 요구를 거부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갈등이 커지는 모습이다. 

 

시민모임은 8월16일 오전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시장실을 항의 방문했고, 이를 막는 시장실 관계자와 몸싸움과 언쟁이 벌어지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소란이 커지자 이 시장이 직접 나섰고, 시민모임이 사전 약속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 데 대해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냐”며 불편한 심기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론화위원 선정 요구도 ‘거부’…이 시장 면담 과정서 몸싸움 등 갈등 심화

 

광주시가 사실상 공론화 준비 논의를 접고,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우선 추진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이러한 과정이 이 시장이 제시한 ‘찬 바람 불기 전’이란 결정 시한과 맞물려 ‘형식적인 공론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갈등의 표면적인 이유는 ‘공론화 방식’에 대한 광주시(시민권익위)와 시민모임의 인식 차이이지만 그 배경에는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가장 쟁점이 된 것은 공론화위원회 구성이다. 광주시는 공론화위원회를 먼저 구성해 여기에서 공론화 방식, 기간, 의제 등을 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모임은 어떻게 공론화를 할 것인지 ‘큰 틀’을 만든 후에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주장한다. 공론화위에 ‘모든 것’을 넘길 경우 자칫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시민모임은 ‘선 공론화위 구성’안은 공론화 위원을 광주시에 우호적인 인사로 구성해 ‘숙의 조사’가 아닌 ‘여론조사 방식’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시민모임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모델을 토대로 250여 명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3개월 이상, 5개월 내외의 숙의 과정 및 4차 조사를 통해 도시철도 2호선에 대한 정책권고를 내놓는 ‘시민참여형 숙의 조사’ 방식을 광주시에 제안한 상태다. 숙의 조사는 ‘여론조사의 피상적 태도 조사’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광주경실련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시민모임은 이날 연 기자회견에서 “광주시가 형식적인 공론화 기구를 구성한 뒤 실제는 속전속결식의 여론조사를 통해 지하철 2호선 건설을 강행하려는 속내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선 공론화위 구성’안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반면 광주시는 여론조사를 염두에 두고 ‘공론화위’를 구성하자는 입장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공론화위를 중립적, 전문적인 인사들로 구성해 방식을 논의하기 때문에 숙의 조사를 비롯한 다양한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론화위에서 공론조사를 결정하면 그 방안 역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첫 시험대 오른 도시철도 2호선, 어떻게 풀까?  

 

‘논의 기간’ 설정도 불신에 기름을 끼얹는 모양새다. 이 시장은 “찬 바람 불기 전에 도시철도 2호선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9월 말이나 10월 초 안에는 결정해달라”고 말했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 결정에 ‘속도를 내달라’는 주문이다. 이에 시민모임은 이 시장의 ‘찬 바람 나기 전’으로 기한을 정한 ‘속도’에 “분명한 저의가 숨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시민모임이 “광주시가 선 공론화위 구성으로 충분한 논의 대신 ‘빠른 결정’만 앞세우려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숙의 조사가 최선이라는 시민모임과 숙의 조사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공론화위원회’에서 결정하자는 광주시의 입장 사이에는 ‘불신’이 자리하는 셈이다. 

 

이 시장은 취임 직후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시민권익위를 꾸리는 등 혁신 기조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광주시와 시민단체 간에 자리 잡은 불신의 벽 때문에 ‘찬 바람 불기 전에 공론화위를 통해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방식을 결정하겠다’는 이 시장의 구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뜻밖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우군(友軍)이라 여겼던 시민모임이 ‘혁신’과 ‘속도’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이 시장의 포석에 '딴지(?)'를 걸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 시장의 혁신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을 둘러싼 ‘16년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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