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게임마피아①] [단독] ‘게임 적폐’ 나 몰라라 하는 문체부(上)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4 16:34
  • 호수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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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게임문화 진흥계획’ 통해 업체 자금 출자 시도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업계를 상대로 ‘규제 장사’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규제를 통해 업체의 목을 조이고, 그 대가로 문체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문체부는 2016년 ‘게임문화 진흥계획’을 세우면서 국고는 전혀 쓰지 않고 업체 돈 458억원을 모금해 사용할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 아니라 게임 마이스터고 설립, 콘텐츠공제조합 설립과 관련해서도 업체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체부는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게임의 사행성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사저널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문체부 안팎에서 진행된 각종 사업과 정책 추진 내용을 담은 회의록과 공문 등을 단독 확인했다.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문체부는 사행성 강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규제 완화’라는 목표 아래 온라인 결제 한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측근들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결제 한도를 폐지함으로써 온라인에서 새로운 ‘바다이야기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시사저널은 성인오락실인 황금성에서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탈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사행성의 상징이었던 성인오락실이 2006년 바다이야기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사행성 게임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으로 확대된 상태다. 하지만 문체부는 관리·감독 권한을 이용해 업체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 시사저널 박정훈

 

게임 진흥사업 458억 업체 통해 모금 시도

 

문체부는 2016년 7월18일 이준식 사회부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소통과 공감의 게임문화 진흥계획(2016~20년)’을 발표했다. 당시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디지털시대의 보편적 여가로 자리 잡은 게임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통해 게임 이용을 둘러싼 인식의 격차를 극복하고, 게임생태계에 참여하는 다양한 이해당사자와 ‘함께하는 게임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모두의 게임문화’ 공감대 형성 △게임의 활용 가치 발굴 및 확장 △게임문화 제도·지식·생태계 기반 확충 △협력형 과몰입 대응 체계 구축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4대 분야로 나눠 구성했다. 문체부는 “게임 이용의 회피보다는 적극적 활용 가치 발굴을 통해 청소년의 창의성 개발과 진로 탐색을 지원하고 과몰입 등 부작용 쟁점에 대해서는 적극적 관리와 문제 해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원은 게임업계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다. 문체부는 “게임업계는 향후 5년(2016~20년)간 458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정부와 함께 지속 가능한 게임문화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재원 마련 계획은 문체부 발표 전인 2016년 6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가 작성한 ‘건강한 게임문화 진흥계획 수립TF’ 문건에 자세히 적혀 있다. 

 

당시 협회는 △건강한 게임문화 생태계 조성 및 활성화 △과학적 조사, 연구를 통한 게임포비아 해소 △참여, 소통 프로그램 및 소외계층 지원 사업 확대 △과몰입 예방·치유 등 게임이용자 보호 등 네 가지 큰 항목에서 총 458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문체부에 건넸다. 당시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때 업계에서 불만이 상당했다. 이미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사회공헌 사업들이 있는데 문체부 사업에 또 자금을 대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간의 불만은 국정감사에서도 터져 나왔다. 당시는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가 도마에 오른 때였다. 문체부는 게임문화 진흥사업과 관련해서도 민간기업의 재원(458억원)으로 마련하겠다는 부분을 재검토하고, 게임문화재단 100억원 출연 강요 중단, 관련자 책임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받았다. 

 

국정감사 후 문체부는 “‘게임문화 진흥계획’ 수립 과정에서 건강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업계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한 바는 있으나 강제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고, 담당자에 대한 진상조사나 조치는 따로 취하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당시 민간의 사회공헌 사업과 맞물리는 부분이 있어 자연스럽게 민간 출자가 결정된 것이었다. 문체부에서도 700억원 이상의 국고를 지원할 예정이었다. 강제적으로 돈을 강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담당자에 대해 따로 문제 삼을 순 없었다”고 밝혔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 두 번째)과 기관 증인들이 2017년 11월1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와 밀당하며 규제로 장사”

 

반면 업계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한 업계 인사는 “문체부는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통해 얼마든지 규제를 가할 수 있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문체부의 의사는 게임업계에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오죽하면 국정감사에까지 문제가 제기됐겠느냐”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문체부는 지속적으로 업계에 돈을 요구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2016년 2월 문체부와 업체 대표 간의 간담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업체들에 사회공헌 사업의 하나로 ‘콘텐츠공제조합’ 출연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시 100억원가량을 문체부가 요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게임 마이스터고 설립과 관련해서도 업계에 출자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고 투입 외 부족한 자금 100억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재단을 통해 100억원 출연을 강요했다는 얘기가 나오긴 하는데, 마이스터고보다는 게임 과몰입 힐링센터를 늘리는 과정에서 지원 요청이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 

 

※계속해서 ☞​[문체부 게임마피아②] [단독] ‘게임 적폐’ 나 몰라라 하는 문체부(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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