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칠레서 뇌물 적발돼 국제 망신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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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도 LG상사 부사장급 뇌물 혐의로 중형

LG전자 칠레 현지법인 임원이 사업 과정에서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돼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문제는 해외에서 사업을 진행하다 뇌물 공여 혐의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앞서 오만 현지에서도 사업 수주를 위해 뇌물을 건넨 혐의로 LG상사 임원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일련의 사태로 현지에서의 기업 이미지 하락은 물론 국격(國格)마저 실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전자 칠레 현지법인 임원이 최근 LED 조명 공급 계약을 위해 산티아고대학교의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뇌물을 전달한 사실이 적발돼 형사고발을 당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LED 조명 공급 위해 1억원대 뇌물 전달

 

최근 칠레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칠레 국가수호위원회(CDE)는 LG전자 현지법인 마케팅 담당 임원을 산티아고대학교 직원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CDE는 은닉 재산 등 각종 비리 등을 수사하는 기관이다. CDE는 LG전자 임원이 2013년 LED 조명 설치 공급 사업 수주를 위해 산티아고대학교의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800만 페소(약 1억6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전자는 같은해 최종적으로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의 LED 조명 공급 규모는 1억1754만7144 페소(약 24억8000만원)에 달했다. 현지 언론은 LED 조명의 공급가가 경쟁입찰을 통해 확정된 가격보다 고가라고 지적했다. 뇌물을 수수한 대가로 공급 계약 체결은 물론 계약 편의도 봐줬다는 것이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뇌물 공여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LG전자와 임원에게는 형사처벌이 내려질 전망이다. 이 경우 LG전자가 그동안 칠레에서 쌓아온 기업 이미지는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지 사업 차질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LG전자는 2003년 칠레 판매법인을 설립한 이래 사업을 계속해서 확장해왔다. 

 

문제는 LG가 해외사업 과정에서 뇌물을 건넨 사실이 적발돼 물의를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3년에도 LG상사의 유아무개 중동지역 해외법인 부사장이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를 통해 오만 현지 국영기업 사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 10년과 400만 오만리알(한화 111억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오만은 중동 아라비아해 연안 요충지에 위치한 주요 산유국 중 하나다. 

 

문제는 2006년 LG상사가 오만 국영석유회사(OOC·Oman Oil Company) 산하의 ‘아로마틱스 오만 LLC’가 발주한 13억 달러 규모의 아로마틱스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유 부사장이 수주를 전후로 알와하이비 OOC 사장이 소유한 컨설팅업체에 800만 달러를 입금한 사실이 뒤늦게 적발된 것이다. LG상사는 중동 사업 과정에서 현지 컨설팅업체를 이용한 정상적인 거래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현지 법원은 알와하이비 사장에게 건네진 자금을 뇌물로 보고 “한국기업(LG상사)에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가격을 올려 막대한 국고 손실을 초래했다고 했다”고 판시했다.

 

 

해외사업 과정서 로비 ‘필요악’ 주장도

 

일각에선 해외사업 과정에서 로비가 ‘필요악’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물론 뇌물 공여 등 ‘반칙’은 지양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해외사업 과정에서 뇌물은 불가피한 경우도 많다”며 “개발도상국으로 갈수록 로비 없이는 사업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내수시장이 작아 해외진출이 필수인 국내 기업들에게 ‘로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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