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茶 향기 가득했던 ‘2018 대만 미식전’을 가다
  • 서영수 차(茶)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1 10:48
  • 호수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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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의 Tea Road] ‘미식시대’ 주제로 관람객 시각과 미각 사로잡아

 

차(茶)의 왕국 대만은 맛의 천국이기도 하다. ‘2018 대만 미식전(美食展)’이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 1층 전시관에서 최근 개막했다. 지난해 테마는 순수한 음식 본연의 맛으로 돌아가자는 ‘순수 요리시대’였다. 올해는 ‘미식시대’로 주제를 정하고, 눈으로 먹고 입으로 즐기는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입맛 돋우기’에 집중했다. 

 

첫날 개막식을 앞둔 오전 9시30분경부터 입장권을 구입하려는 인파가 세계무역센터 매표소 일대에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1층 전시관 출입구도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대만 교통부의 지도로, 대만 교통부 관광국이 주최하고 재단법인 대만관광협회가 주관한 ‘2018 대만 미식전’은 행정원 농업위원회, 객가(客家)위원회, 원주민족위원회, 경제부, 문화부, 교통부 철도국, 전국의 현과 시 정부, 대만 굴지의 호텔과 유명 레스토랑이 대거 참여한 대만 관광·요식업계 연중행사의 꽃이었다. 

 

‘미식시대’라는 주제로 개최된 ‘2018 대만 미식전(美食展)’ ⓒ 서영수 제공

 

대만관광협회(TVA)가 대만 미식전이 열리는 8월을 ‘대만 미식의 달’로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협회는 ‘입맛 당기는 대만’이라는 슬로건 아래 호텔 및 레스토랑과 연계한 인센티브 상품을 개발해 해외 방문객과 내국인을 상대로 홍보와 마케팅을 강화해 전시회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전시회는 ‘대만 미식’ ‘주방 탐구’ ‘대만 초기음식’ ‘대만 토속음식’ ‘이국적 음식’ 등 5개 섹션으로 구분한 전시구역에 21개 주제관을 설정했다. 관람객의 동선을 취향에 따라 손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우선 눈에 띄었다. ‘이국적 음식’ 섹션에는 일본과 베트남의 특색요리가 출품됐는데, 올해의 경우 초승달 모양이 있는 인증서가 붙은 할랄(halal) 인증 음식이 처음으로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중동과 동남아시아에서 찾아오는 무슬림을 배려한 포석이었다. 

 

‘2018 대만 미식전’ 개막식에 대한 국내외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예쥐란(葉菊蘭) 대만관광협회 회장은 천젠런(陳建仁) 대만 부총통을 비롯한 우훙모우(吳宏謀) 교통부 부장, 저우융후이(周永暉) 교통부 관광국 국장 등 대만을 대표하는 귀빈 맞이에 분주했다. 내외빈이 착석한 가운데 오전 10시 정각에 개막식이 시작됐다. 식재료를 상징하는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은 댄스팀이 역동적인 춤사위로 ‘2018 대만 미식전’ 개막 축하공연을 펼쳤다. 

 

‘2018 대만 미식전’ 개막 축하공연에 이어 무대에 오른 예쥐란 관광협회 회장은 대만 인구의 18%를 차지하는 객가 출신이다. 객가위원회 주임위원이던 예쥐란은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시절 여성으로선 사상 처음 행정원 부원장(부총리)을 역임한 거물급 정치인이다. 개회사를 통해 예쥐란 회장은 “작년에 대만을 방문한 관광객 1073만 명을 분석해 보니 ‘관광명소’보다 ‘맛집 탐방’이 우선이었다”며 “가벼운 스낵부터 전문요리를 총망라한 ‘2018 대만 미식전’에 해외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대만 음식을 맛보는 체험을 통해 대만과 사랑에 빠지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보이차 고수차


 

 

음식의 다양한 냄새를 차 향기가 잡아줘

 

예쥐란 회장 다음으로 개막 축하 발언을 한 우훙모우 교통부 부장은 “중국 대륙에서 오는 관광객을 제외하고도 최근 3년 동안 해마다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일본·한국·호주·유럽·미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찾아와 매우 고무적이다. 러시아처럼 추운 동유럽 국가 관광객이 따뜻한 대만을 찾아와 풍광을 즐기고 제2의 고향처럼 다시 돌아와주는 데 ‘대만 음식’이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며 “무슬림을 위한 특화된 음식 개발을 통해 관광자원을 더욱 다변화시켜 크게 키워낸 후 장차 대만 소수민족 음식도 전 세계에 소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주최 측 인사가 끝나고 부총통 천젠런이 축사를 했다. “1년에 단 한 번밖에 없는 ‘대만 미식전’이 해를 거듭해 벌써 27회가 됐다”며 “‘2018 대만 미식전’을 계기로 전 세계 미식가들이 찾아오는 플랫폼이 되기를 바란다. 미슐랭 스타와 같은 유명한 레스토랑도 좋지만, 골목에 숨어 있는 나만의 ‘맛집’을 해외 친구들에게 SNS을 통해 직접 소개해 그들이 대만의 매력에 흠뻑 젖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내외신 기자들을 위한 VIP 포토타임을 끝으로 개막식 행사가 마무리됐다.

 

차씨로 만든 기름


 

관광국에서 배려해 준 도우미와 함께 드넓은 전시장을 두루 섭렵하며 재방문할 관심 있는 부스를 미리 찜했다. 교통부 철도국에서 출품한 대만의 각 지역특산물을 조리한 열차 안 도시락이 구미를 돋웠다. 대만을 대표하는 진먼(金門) 고량주를 한 모금 시음해 보니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바로 옆 부스에 전시된 알코올 도수 40%인 쌀로 만든 증류 위스키의 부드러운 향과 매끄러운 목 넘김은 가히 천하일품이었다. 전국대회 금상을 받은 ‘한림차창’에서 출품한 RTD(Ready to Drink) 차(茶)는 입안을 순식간에 상쾌한 차밭으로 만들어줬다. 

 

중국 윈난성(雲南省)에서 생산되는 보이차(普?茶)를 전시한 부스를 찾았다. 타이베이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전원 휴양도시 이란(宜蘭)에 본사를 둔 보이차 회사가 윈난성에 가서 100년 이상 된 차나무에서 채취한 대엽종 차나무로 만든 고수차(古樹茶)를 고가에 판매하고 있었다. 차를 우려내는 젊은 포차사(泡茶師)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에서 차의 우월함을 느낄 수 있었다.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고차유(苦茶油)가 눈에 띄었다. 고차유는 차 씨앗에서 추출한 쓴맛이 나는 기름으로 동백 씨앗에서 추출한 기름과 다르다.  아리산(阿里山) 지역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 고차유가 품질이 좋다. 

 

열차 도시락 소개코너


 

음식에서 풍기는 다양한 냄새를 차 향기가 우아하게 잡아주고 있는 ‘2018 대만 미식전’은 예상 관람객 18만 명에 미치지 못한 13만7201명이 방문했다. 양안관계의 특수성으로 올해는 대륙의 정서가 담긴 음식을 찾기 어려웠지만 대만 음식의 과거와 현재만으로도 밝은 미래를 펼쳐 가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음을 보여준 ‘2018 대만 미식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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