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나빠진 삼성생명, 이자 수익으로 실적 감소분 메웠다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journal-e.com)
  • 승인 2018.09.03 11:48
  • 호수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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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수익 떨어지자 신용대출 15% 늘려‘이자 장사’로 이익 감소 막았나

 

삼성생명이 최근 영업 악화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이자 장사’를 통해 메우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신용대출과 약관대출(보험계약대출)을 확대하며 이자 이익을 대신 키운 것이다. 최근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1금융권 은행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서민들이 저축은행이나 보험사 등에서 대출받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삼성생명이 가장 빨리 편승한 셈이 됐다.  

 

특히 삼성생명의 약관대출 규모는 최근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약관대출 금리는 최대 9%를 넘는다. 그럼에도 생보사 입장에선 약관대출이 고객의 보험금을 담보로 잡기 때문에 ‘떼일 염려 없는 안전한 대출’로 본다. 고객 입장에선 불황인 상황에서 마지막 보루로 남겨둔 보험금마저 담보로 잡힌 채 빚을 지는 것이 약관대출이다. 삼성생명이 서민들의 부채를 이용해 업계 불황을 탈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과 생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생명의 신용대출 잔액은 5조567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4조3816억원)과 비교해 6750억원(15.4%) 급증했다. 생보업계에서 삼성생명과 함께 ‘빅3’ 생보사로 불리는 한화생명의 경우 같은 기간 신용대출금이 1.9%(133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교보생명은 반대로 1.6%(1006억원) 신용대출금 규모가 줄었다. 삼성생명의 신용대출금이 1년 만에 다른 생보사보다 많게는 5배 이상 많아졌다. 

 

© 시사저널 이종현

 

 

고객 이자부담 큰 약관대출 늘리며 수익 창출

 

삼성생명의 신용대출 증가율은 업계 분위기와 반대로 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 은행권의 신용대출은 5월보다 6000억원 감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 신용대출은 연초 증가세가 다소 안정화되면서 5~6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증가폭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6월 중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1조4000억원 축소됐다. 금감원은 전 업계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업계 전반적으로 가계대출과 신용대출을 줄이고 있지만 유독 삼성생명이 신용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이자 이익도 급증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이 기간 달성한 이자 이익은 3조4702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62억원(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료 수익은 8조508억원을 기록하며 4596억원(5.4%) 감소했다. 보험료 수익 감소 등 전반적인 영업환경 악화로 삼성생명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56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보유 지분 중 일부 매각에 따른 이익을 제하면 삼성생명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상반기보다 20% 감소했다. 결국 이자 이익을 늘려 당기순이익의 더 큰 감소폭을 막은 상황이 됐다. 

 

삼성생명의 약관대출도 계속 늘어나 상반기 이자 이익을 늘리는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약관대출은 저신용 고객이 불입한 보험료를 담보로 보험사에서 돈을 빌리며 고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대출이다. 상반기 기준 삼성생명 약관대출 규모는 15조3931억원이다. 작년 상반기(14조6512억원)보다 7418억원(5.1%) 증가했다. 한화생명은 같은 기간 5.4%, 교보생명은 6.7% 늘어나는 등 삼성생명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삼성생명 약관대출 규모는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말 기준 삼성생명의 약관대출 규모는 국내에서 영업하는 34개 생보사 전체 규모의 33.8%를 차지했다. 업계에선 약관대출이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 등 확실한 담보를 통해 대출 환급 위험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평균 연 7~9%대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약관대출 금리가 높지만 약관대출 대손충당금은 다른 대출에 비해 가장 적은 수준이다. 담보가 확실하기 때문에 대출 부실화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삼성생명의 약관대출금 대손충당금은 2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전체 약관대출금의 0.001%만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그만큼 보험사 입장에선 부실 수준이 0%에 해당하는 안전한 채권인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대출은 보험계약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이라며 “복잡한 서류 절차 없이 쉽게 받을 수 있다. 이자가 비싸지만 1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서민이 보험금을 담보로 고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이에 약관대출이 매년 늘어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삼성생명이 신용대출과 약관대출에 집중하는 이유로 업계 불황을 꼽는다. 삼성생명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20% 줄었고, 수입보험료는 전년 상반기 대비 5.3% 감소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5월 기준 4%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0.4%포인트 하락했다. 초회보험료도 하락하고 있다. 초회보험료는 신규 계약의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보험사의 영업력을 나타낸다.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초회보험료로 2909억원을 벌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75억원(49.7%) 줄며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1분기 생보업계의 초회보험료는 2조6137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7.6%(1조5735억원) 줄었다. 삼성생명의 초회보험료 감소 규모가 업계 평균을 훨씬 상회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초회보험료 감소와 관련해 보험료 규모가 큰 저축성 보험 영업을 늘려온 생보사들이 2021년 도입되는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결정으로 시급하게 저축성 보험을 줄이면서 초회보험료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고객이 대출받는 것을 보험사에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생보사 대출을 원하는 고객이 받는 것”이라며 “특히 대출 절차가 간편하기 때문에 고객이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출 금리가 비싸다고 하지만 보험금 최저보증이율을 제하고 나면 대출 금리가 무조건 높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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