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공포? 아직은 먼 미래다”
  • 송주영 시사저널e. 기자 (jy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8.09.04 13:29
  • 호수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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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캘리포니아대 교수 “로봇 발전 속도 인공지능에 비해 더뎌”


“로봇산업을 육성하려면 빨리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교수가 로봇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건넨 조언이다. 로봇이 실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고들 얘기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10여 년 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예견한 ‘1가구 1로봇’ 시대는 아직도 멀기만 하다. 로봇을 대하는 두 가지 인식, ‘혁신’과 ‘두려움’ 중 적어도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아직도 먼 미래다. 로봇 대신 ‘말하는 가전’들이 이제 막 가정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을 정도로 생활밀착형 로봇이 걸어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대중들에게도 친숙한 홍 교수는 시각장애인용 자동차와 재난로봇 등으로 유명하다. 2007년 미국국립과학재단 젊은 과학자상, 2009년 제8회 과학을 뒤흔드는 젊은 천재 10인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 홍 교수는 강연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9월13일에는 시사저널이코노미 주최로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미래혁신포럼(FIF) 2018’에 연사로 나서 ‘인공지능이 아닌, 로봇의 기계적 지능에 관하여’란 주제로 발표할 계획이다. 다음은 홍 교수와의 일문일답.  

 

© 시사저널e 송주영


로봇에 대한 시각이 ‘혁신’과 ‘두려움’으로 양분됐다. 로봇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인가, 인간과 유사한 존재인가. 


“둘 다 아니다. 로봇을 인간 같은 존재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지도 않는다. 로봇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로봇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3가지를 갖춰야 로봇이라고 한다. 첫째는 감각, 둘째는 계획, 셋째는 실행능력이다. 로봇은 사람의 감각처럼 정보를 받아들이는 센서가 있어야 하고, 정보를 가지고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즉 두뇌 기능이 필요하다. 여기에 물건을 집어 드는 등 실행능력을 갖춰야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엘리베이터는 센싱, 판단, 실행능력 중 일부를 갖췄지만 로봇이라 부르지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 속 로봇이 사람을 닮다 보니 자꾸 로봇을 사람 같은 존재로 그리게 되는 것 같다.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C3PO나 《터미네이터》의 살인로봇은 사람처럼 생겼다. 사람에게 친숙해야 하고 재미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만든 것 같다. 유명 건축가 루이 설리반은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고 말했다. 어떤 물건의 모양은 왜 생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로봇의 모양은 다양할 수 있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로봇이라 할 수 있는 로봇청소기는 큰 원반처럼 생겼다. 책상 밑에도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형태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로봇과학자들이 사람처럼 생긴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이는 인간을 위해 설계된 공간 속에 로봇을 놓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문손잡이도 열 수 있어야 하고 계단도 오르내릴 수 있어야 한다. 가위나 망치 등을 쓰기 위해 손도 있어야 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도 똑똑해지고 있다. 앞으로 로봇의 발전 속도는.


“로봇과 인공지능은 다르다. 인공지능은 몸체가 없는 생각이고 로봇은 물리적인 일을 하는 기계다. 인공지능은 정말 빨리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실생활에서도 많이 쓰인다. 소프트웨어는 물리법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에 반해 로봇의 발전 속도는 굉장히 더디다. 로봇은 물리적인 것이다.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스마트폰은 5년 전과 큰 차이를 갖지만 자동차는 그렇지 못하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미디어에서 로봇이 거의 대부분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고 했는데 발전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지금도 공장이나 물류창고 등 특화된 영역을 중심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로봇 상용화에 걸림돌은 무엇인가.


“모든 것이다. 전력 문제도 있다. 30분 움직이고 배터리가 나가면 사용할 수 없다. 새 전력원이 필요하다. 더 나은 센서들도 필요하다. 더 잘 보고, 인식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안개가 끼는 등 여러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사람의 근육에 해당하는 액추에이터(Actuator)는 기어를 달아서 쓰는데, 작동을 위해서는 탄성이 필요하다. 컴퓨터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지만, 더 많은 메모리와 컴퓨팅 파워도 필요하다. 즉 로봇은 융합적인 학문이다. 나도 ‘내 로봇’보다는 ‘우리 로봇’이라고 표현한다. 협업해 만들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로봇을 만들 수 없다.” 


국내에서도 로봇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많다.


“로봇산업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빨리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면 새로운 요소기술을 개발하는 게 좋다. 새로운 종류의 감지기나 액추에이터 등을 만들면 사업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런 요소기술들이 중요하기도 하다. 짧은 시간 안에 값이 저렴하고 쓸모 있는 로봇 완성품 개발은 어려울 수 있다. 

 

10여 년 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라는 잡지에 기고하면서 PC가 보급된 것처럼 ‘1가구 1로봇’ 시대를 예견했는데, 그 후 10여 년이 흘러도 실현되지 않았다. 로봇으로 수익을 남긴 사례는 공장자동화 등 옛날 로봇에 한정됐다. 다만 시도는 계속해 봐야 한다. 연구실을 나와 실생활에 로봇을 적용하면 배우는 것이 많다. 용감하게 시도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도 있다.” 


향후 계획을 소개해 달라.


“새로운 액추에이터를 개발 중이다. 액추에이터는 움직이게 하는 구동장치다. ‘Bear’라고 이름 붙였는데 탄성이 있어 이 장치를 사용하게 되면 새롭고 안전한 동작을 할 수 있다. 로봇팔이 사람을 잘못 치면 즉사할 수 있어 로봇과 함께 일하는 작업이 위험한데, 새로 개발한 인공근육은 힘은 더 센데 안전하다. 

 

개발한 액추에이터를 기반으로 학생들과 창업을 준비 중이다. 연내에 창업할 계획이다. 1년 전부터 준비를 해 왔다. 창업은 이번이 두 번째다. 과거에도 토크(TORC)란 회사를 창업한 적이 있다. 무인자동차를 개발하는 회사인데 지금도 번창하고 있다. 창업은 학생들과 협업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 창업하는 회사에는 최고기술책임자(CTO)나 어드바이저로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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