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A매치 경기 잃고 경기장 고치는 부산시
  • 부산 =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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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관리 못해 14년만의 A매치 무산…내년 국제대회 유치 ‘희망 풍선’ 띄워

부산에서 14년 만인 11일 열릴 예정이던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가 경기장의 잔디 훼손으로 전격 취소되면서 ‘국제적 망신’을 당한 부산시가 뒤늦게 A매치 등 국제축구대회 유치를 외치며 ‘희망 풍선’을 띄웠다. 이를 두고 부산축구인들과 시민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부산시는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유치 실패를 만회하려는 듯 9월7일 “아시아드경기장 시설보완 및 최상의 잔디관리에 최선을 다해 2019년부터 축구 A매치 등 수준 높은 경기를 개최하고, 2023 AFC 아시안컵 등 국제축구대회 유치를 위해 적극 지원해 부산 축구팬 염원에 부응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축구 A매치 경기 취소 원인이 됐던 잔디복원과 선수대기실 로커 교체 및 도색, 네트워크 보강 등 시설을 대대적으로 손본다는 방침도 내세웠다.

하지만 부산 축구인과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14년 만인 9월11일 열릴 예정이던 칠레와의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 경기가 전격 취소됐기 때문이다. 잔디 훼손으로 경기를 도저히 할 수 없다는 칠레 측이 난색을 표한 것이 이유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9월6일 칠레와의 국가대표 평가전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가진다고 발표했다. 다음날인 9월7일 실사팀을 파견해 경기장 상태를 점거하고, 다음날인 8일엔 칠레 실사단이 운동장 상태를 점검한 결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한국과 코스타리카 친선경기가 관중들로 가득 차있다. ⓒ연합뉴스


 

경기장 시설관리 ‘행정 헛발질’…부산시 체육행정 도마에 올라​


잔디 훼손이 결정적인 이유였지만, 에어컨을 비롯한 부대시설 또한 낡고 노후화돼 도저히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에 큰 불만을 나타 낸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축구협회는 칠레와의 평가전을 다른 도시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6일 칠레전 부산 개최를 발표한 지 불과 11일 만에 벌어진 ‘사건’이다. 부산시가 체육시설을 주먹구구로 관리해 왔고, 대관에 따른 수익 사업에만 급급해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시민 정아무개씨(72)는 “7일 열린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국가대표 평가전을 부산에서도 볼 것으로 기대했는데, 부산시의 어이없는 ‘행정 헛발질’ 탓에 11일 다른 지역에서 경기가 열리게 돼 부산시민들의 허탈함은 이루 말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잔디가 훼손된 것은 지난 7월 가수 싸이의 콘서트 때였다고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측은 보고 있다. 사업소 관계자는 “A매치 일정이 시간을 두고 일찍 확정됐더라면 싸이 콘서트 허가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칠레전까지 훼손된 잔디를 걷어내고 새로 심는 건 시간을 요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부산의 한 축구계 인사는 “아시아드주경기장은 2002 한일월드컵의 성지다. 당시 우리나라가 폴란드를 2-0으로 꺾고 월드컵 첫 승을 거둔 곳”이라며 “이런 경기장을 관리하지 않아 축구 A매치 경기까지 놓친 건 부산시의 수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선 2004년 독일과의 평가전(3-1 승리)을 마지막으로 A매치가 열리지 않았다.
  

축구협회 실사단이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상태를 점거할 당시 잔디 모습.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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