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덩어리 대입④] 학생부 ‘꼼수’에 멍드는 공교육
  • 조문희·오종탁 기자, 김윤주 인턴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0 14:13
  • 호수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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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중요성 커지며 불공정 경쟁 확대…불신 자초한 학교들

일선 학교에서 시험지 유출 사건이 잇따라 일어난 가운데 불똥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로 튀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부가 중요해진 이래 학생부를 좋게 만들기 위한 ‘꼼수’가 판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주관 해외여행도 예외는 아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과도한 비용을 들여 해외로 여행을 가는 이유 중 하나는 학생부에서 ‘좋은 학교’임을 뽐내기 위해서라는 증언이 나왔다. 해외여행이 공교육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회원들이 8월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시 확대와 수능 상대평가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연합뉴스


학생부에 해외여행 못 적는데도 ‘나 몰라라’

 

교육부가 배포한 2017 학생부 기재 요령에 따르면, 해외 체류 경험은 학생부에 기입할 수 없다. 학교에서 단체로 간 수학여행이든, 개인이 간 봉사활동이든 관계없이 입력하지 못한다. 해외 봉사활동에 한해 입력을 금지했던 기존 규정이 2017년 7월 개정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외 체류 경험은 학생의 가정환경이나 출신학교를 드러낼 수 있어 학생부 불공정 문제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외 경험을 학생부에 적는 꼼수는 여전하다. 보고서 경진대회를 만들어 시상하는 식이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학생들에게 그 나라와 관련한 보고서를 내도록 한 뒤 내부적으로 시상을 한다”면서 “학생부에 해외여행을 갔다고 적을 순 없지만, 이 보고서에 상을 받았다고는 적을 수 있다”고 전했다. 예외 규정이 모호하게 서술된 것도 사각지대를 키우는 데 한몫한다. 학생부 기재 요령에 따르면, ‘학교장이 승인한 경우’에 한해 외부 활동을 기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애매하게 예외 사항을 둬서 암암리에 다 적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외 수상은 학생부에 입력 못 하는데도 EBS 장학퀴즈에서 상 탄 걸 4번이나 언급해서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도 봤다. 이런 게 비일비재하다. 현행 제도에 구멍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수시 확대되고 꼼수도 증가

 

이 같은 꼼수는 대학입시에서 학생부가 중심인 수시모집이 확대된 이후 심화했다. 2014년 10월 박근혜 정부 때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도입된 이후 수시모집 비율은 2014년 66%에서 올해 76%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시험지 유출 사건도 증가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건이던 시험지 유출 사건은 해마다 늘어 2017년 4건을 기록했다. 올해 1학기까지 총 13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일어난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사건 등 잇따른 사건·사고는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가 모든 일탈을 관리할 순 없다”며 학교 측의 양심에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부정 사례가 많이 보도되면서 시·도교육청의 현장 점검 횟수를 늘리고 교차 점검도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에서 일일이 학생부를 들여다보는 건 한계가 있다. 일손이 부족할뿐더러 학교에선 어떻게든 편법을 쓰려고 한다. 점검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양심껏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부 불신 커지는데 교사들은 학종 고집

 

때문에 수시를 줄이고 학생부를 전면 수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0.6%가 학종 전형을 폐지하거나 감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에서도 역시 2022학년도 대입에서 수시를 줄이고 정시 비중을 높이는 시나리오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학생부가 교육 현장에서 언제나 외면받는 건 아니다. 일선 교사들은 학종을 공교육의 위상을 강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교사 774명 중 71%(555명)가 “정시를 확대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수시가 다양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다(39%), 수능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과 맞지 않다(33%), 수능이 사교육 유발의 주범이다(22%) 순으로 꼽혔다.

 

여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변수는 남아 있다. 바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다. 유 후보자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더미래연구소’가 연 토론회에서 수시모집의 절반 이상을 학종 전형으로 뽑도록 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학생부 신뢰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유 후보자가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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