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특집②] 발자크가 사랑한 커피 "하루 3잔까지 무해"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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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신 후 두통 사라지면 카페인 중독 의심···연구 결과 "커피에는 치매 예방 효과 없다"

 

[편집자 주]​ 

브라질이 커피 주요 생산지가 된 배경에는 '미남계'가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커피에 얽힌 이야기는 그 긴 역사만큼이나 흥미롭습니다. 커피가 세계적인 음료로 등극하자, 커피를 많이 마셔도 되는지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악마의 음료'라고 배척된 커피가 '아침의 연인'으로 사랑받게 된 배경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커피와 건강과의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2편으로 나눠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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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가 20년 동안 《고리오 영감》 등 100여 편의 작품을 남길 수 있었던 배경에 커피가 있다. 하루에도 수십 잔의 커피를 마시며 밤낮으로 왕성한 작업을 이어갔다. 그러나 카페인 과다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람의 몸에서는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분비된다. 아데노신은 뇌의 각성 상태를 완화해 잠이 오게 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 전달물질 중 하나다. 아데노신의 활동을 방해하는 물질이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우리 몸에서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일시적으로 정신을 맑게 하고 기억력·집중력·지구력 등을 높인다. 커피를 마신 발자크의 몸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 졸음을 쫓으며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카페인은 일시적으로 정신을 맑게 하고 잠을 쫓는 효과는 있을지라도 습관성이 문제가 되며, 장기적으로는 수면에 방해를 준다. 또 피로감이 가중돼 학습능률이 떨어지고 작업 중 사고의 가능성도 커진다. 또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사망할 수 있다. 카페인 과다 섭취 상태가 되므로 이론상 그렇다는 말이다. 

 

실제로 카페인 치사량에 이를 정도로 커피를 마시기란 불가능하다. 카페인 치사량은 150mg/kg으로 알려졌다. 50kg인 사람이 7.5g의 카페인을 섭취하면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75잔 이상의 커피를 마실 때 섭취하는 카페인양이다. 어른에게는 문제가 없는 카페인양도 아이에게는 독성으로 작용한다. 35mg/kg의 카페인이 어린이에게 독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카페인은 동전의 양면처럼 이점과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커피는 건강에 좋다거나 나쁘다는 논란거리가 됐다. 

 

 

커피 1잔에 카페인 100~150mg 함유 

 

적정 커피 섭취량에 대한 연구는 20여 년 동안 이어왔다. 현재까지의 결론은 하루 커피 3잔 정도(카페인 300~450mg)를 마시는 것은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관련 연구를 종합한 결과가 지난해 나왔는데, 커피는 하루 2~3잔이 대세"라며 "물론 임신부나 어린이는 그 기준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논란은 있지만, 하루 3~4잔의 커피도 지속적으로 마시면 자궁으로 가는 혈류의 양이 감소해 태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종류에 따라 다르나 커피 1잔에는 100~150mg의 카페인이 있다. 원두커피에는 최고 175mg, 인스턴트커피에는 최고 100mg의 카페인이 있다. 디카페인 커피에도 2~4mg이 함유돼있다. 커피에 있는 카페인양은 대체로 홍차(30~100mg)나 콜라(25~55mg)보다 많다. 하루에 커피를 3잔 마시는 사람은 300~450mg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이보다 많은 양의 카페인을 섭취한다. 카페인을 커피로만 섭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 녹차, 코코아, 초콜릿, 청량음료, 아이스크림 등에도 카페인이 있다. 우리가 흔히 유용하게 쓰는 약 중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부의 드링크류와 해열진통제다. 카페인을 함유한 드링크제는 한 병에 보통 30mg 정도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카페인을 함유한 해열진통제에는 한 알에 보통 약 50mg의 카페인이 있다. 해열진통제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함께 들어 있는 다른 성분의 해열진통 효과를 증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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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향정신성 물질 '카페인'의 중독

 

카페인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미국식품의약국(FDA)·영국공공의료서비스(NHS)·미국의 자선단체 감사기구(NCIB)·영국식음료협회(BDA)가 설명한 바를 종합하면, 섭취 10~15분 만에 카페인은 혈류를 타고 들어가며, 심장박동과 혈압이 상승한다. 약 1시간 후면 혈압이 최고조에 이르고 각성효과가 생긴다. 5~6시간 후 혈중 카페인 함량이 50%로 감소하고 12~24시간이 지나야 사라진다. 우리는 보통 커피 외에도 초콜릿, 탄산음료 등으로도 카페인을 섭취하므로 1년 내내 카페인이 체내에 존재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카페인의 위해성은 니코틴(담배)이나 알코올(술)만큼 주목받지 못한다. 담배나 술만큼 신체와 정신에 큰 해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카페인은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향정신성 물질이다. 즉, 카페인의 유해성은 미흡할지라도 중독성이 있다. 카페인 중독(caffeinism)이라는 용어까지 존재한다. 

 

카페인의 약리작용은 커피 한두 잔만 마셔도 나타난다. 이뇨작용, 불안·초조, 행동 항진, 자극 과민성 등의 증상이 생긴다. 또 사람에 따라 신경이 예민해 졌다고 느끼거나, 잠을 쉽게 잘 수 없고, 심장이 빨리 뛰거나 부정맥을 경험하고, 메스껍고 토할 것 같고, 두통을 호소한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게 된다. 카페인 과다 섭취와 건강에 대한 연구는 무수히 많다. 미국 최대 의료기관 중 하나인 메이요클리닉 연구팀은 고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심장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하고 경우에 따라 심장마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한국영양학회지는 카페인 과다 섭취는 영양 불균형을 가져와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 맥길대학 연구에 따르면, 청력이 저하되고 심할 경우 영구적인 청력 손실도 우려된다.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유니스 케네디 슈라이버 국립연구소는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매일 섭취하면 일반인보다 유산 위험이 73% 높아진다고 보고했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는 카페인 과다 섭취로 체내 아드레날린 분비가 촉진되면서 불안하고 예민해진다고 밝혔다. 

 

흔히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고 얘기한다. 이는 카페인 중독에 대한 우려 때문인데, 하루에 4잔 이상의 커피를 꾸준히 마시면 카페인 중독 현상이 나타난다. 두통·졸림·콧물·짜증·신경과민·무기력·우울감·하품 등의 금단증상을 보인다. 성미가 급해져서 일을 잘할 수 없고 신경질적이고 졸리고 심하면 메스꺼움과 구토를 일으킨다. 머리가 아플 때 커피를 마신 후 두통이 사라졌다면 카페인 중독을 의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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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마시면 심장 두근거리는 사람은 커피 피해야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사람이 있다. 이들 중 심장 박동이 고르지 않은 부정맥 환자는 커피를 삼가야 한다. 올해 5월 호주 베이커 심장ㆍ당뇨병 연구소의 피터 키스틀러 박사팀은 지금까지 발표된 관련 연구 논문 8편을 종합·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카페인 섭취량을 300mg까지로 제한하면 부정맥에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카페인으로 심방세동이 나타나는 사람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게 이롭다. 

 

키스틀러 박사는 “커피를 마셨을 때 일시적 심방세동이 나타나는 사람은 커피를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이 이따금 매우 빠른 속도로 수축, 가늘게 떨면서 심박 수가 급상승하는 현상이다. 당장 생명에 위협을 주진 않더라도 이런 일이 잦을수록 혈전이 형성돼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정상 심박 수는 1분에 60~100회인데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140회 이상으로 급상승한다.

 

커피가 신장병에 좋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증명된 바 없다. 카페인 섭취가 만성 신장병 환자의 사망 위험 감소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나오긴 했다. 포르투갈 리스본 북부병원 신장병 전문의 미겔 비에이라 박사팀에 따르면, 하루에 커피를 1~2잔 마신 만성 신장병 환자는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사망할 위험이 12%, 3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2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결과만 가지고 만성 신장병 환자에게 커피나 다른 카페인 음료를 권장하기는 이르다. 비에이라 박사는 "카페인 섭취와 사망 위험 감소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것이지 카페인이 신장병 사망을 예방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 링컨 신장병·고혈압·신장투석센터의 레슬리 스프라이 박사는 조사 대상자의 숫자가 많지 않고 사망 위험 감소 폭도 크지 않다고 지적하며 "나라면 신장병 환자에게 커피를 많이 마시면 오래 산다는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는 치매 예방 못 한다"

 

커피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일부 논문이 있다. 그러나 의학계에서 카페인과 치매와의 관계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이런 가운데 커피와 치매는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명승권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34년간(1990∼2014년) 국제학회지에 발표된 카페인 섭취와 인지장애의 관련성을 알아본 20개 관찰역학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결론은 커피나 차를 통한 카페인 섭취는 치매·알츠하이머병·인지기능장애·인지력 감소 등 인지장애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명 교수는 "커피나 차에 풍부한 카페인의 경우 동물실험이나 일부 사람을 대상으로 관찰한 역학연구에서 신경보호 효과를 통해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연구마다 결과에 차이가 있었으며, 이번 분석 연구에서 카페인 섭취는 인지장애와 관련이 없었다"며 "결론적으로 치매와 같은 인지기능장애를 예방할 목적으로 커피나 차를 많이 섭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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