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나가는 음식 예능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다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4 14:33
  • 호수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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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먹힐까》 《수미네 반찬》 등 잇달아 외국행…호평과 함께 혹평 이어지는 까닭은?

 

최근 tvN 《수미네 반찬》이 일본 오사카에 반찬가게를 열었고 《현지에서 먹힐까》는 중국에서 짜장면을 팔기 시작했다. 《윤식당》 이후 외국으로 가는 음식 예능에 호평과 함께 혹평도 이어지는데, 그 호불호의 이유와 적절한 균형점은 무엇일까.

 

tvN 《윤식당》의 본래 콘셉트는 해외에서 한식당을 여는 것 그 자체였다. 탤런트 윤여정을 사장으로 하고 이서진을 총괄 지배인으로 하며 정유미가 요리를 보조하고 신구가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는 콘셉트다. 그래서 애초에 관전 포인트는 그 가게 오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들이었다. 사실 이런 기획 의도는 ‘개업’에 대한 판타지가 한껏 커지게 된 현실과 무관하지 않았다. 매일같이 똑같은 직장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이나 취업전선에 계속 뛰어들고 있지만 좀체 열리지 않는 그 문 앞에서 절망하는 청춘들에게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개업’은 달콤한 판타지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윤식당》은 당초 기획의도와 상관없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찾아냈다. 그것은 그 한식당을 찾은 외국인들의 리액션이었다. 관광차 놀러온 가족이 한식당을 찾아 음식을 먹고 보여주는 반응들은 국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불고기나 라면, 치킨 같은 음식들을 맛보고는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보이는 외국인들의 리액션은 기분 좋은 자긍심 같은 걸 만들었다. 

 

《윤식당》의 한 장면


 

《윤식당》이 발견한 음식 예능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

 

그래서 처음 발리의 외딴섬에서 시작했던 《윤식당》과 스페인의 가라치코 마을에서 시도된 《윤식당2》는 그 이야기의 결이 달라졌다. 작은 마을에 사는 외국인들과 소통해 가는 윤식당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진 것이다. 《윤식당2》는 음식을 먹고 보이는 리액션에서 더 나아가 그들과의 교류를 그려냈다. 가라치코 마을 사람들이 점점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해지고 나중에 헤어질 때는 아쉬움까지 남는 그 과정을 담아냄으로써 《윤식당2》는 음식 리액션의 차원을 넘는 민간 외교 효과까지 만들었다. 

 

김수미를 중심에 세우고 셰프들이 그의 요리를 배우는 콘셉트로 시작한 《수미네 반찬》도 일본편을 만들었다. 《수미네 반찬》이 독특하게 다가온 건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들이 그리워할 ‘엄마의 반찬’을 맛보게 해 주겠다는 콘셉트가 들어가면서다. 무게가 약 560kg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재료들을 공수하고 또 현지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서 오픈한 오사카의 반찬가게. 김수미는 특유의 ‘손 큰 엄마’의 면모를 현지에서 발휘했다. 묵은지 볶음에 코다리 조림, 고사리 굴비조림 등등 무려 3000인분이 넘는 반찬통이 만들어졌지만, 순식간에 몰려든 손님들로 동이 나 버리는 북새통을 만들었다. 흥미로운 건 교민들만이 아니라 《수미네 반찬》을 즐겨 보는 일본인 팬들도 찾아와 음식을 맛보며 엄지를 치켜올렸다는 점이다. 

 

《수미네 반찬》은 요리 프로그램이 외국에 나간다는 그 설정을 가져오긴 했지만,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외국인보다는 현지 교민들에게 그리웠을 ‘엄마의 손맛’을 전해 준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찾은 손님 중에는 무려 한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기다린 시간을 모두 잊어버릴 정도로 맛있었다고 하는 분도 있었고, 음식을 맛보며 “엄마 생각이 난다”고 하는 분도 있었다. 이 가게에서 맛있는 한 끼를 해결한 한 손님은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았다”고 말해 김수미를 감동시켰다. 《수미네 반찬》의 외국행이 현지인들을 사로잡고 또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킨 건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 단순히 한식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리움까지를 담아낸 것이다.

 

올해 3월에 방영됐던 《현지에서 먹힐까》는 사실 태국편이 그리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여러모로 《윤식당》의 외국행을 스핀오프한 것 같은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태국요리에 대한 자기만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홍석천이 출연했지만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의 임팩트가 약하게 느껴진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최근 새로 시작한 중국편은 이보다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 ‘중국에서 짜장면이 먹힐까’라는 그 콘셉트가 궁금증을 유발한다. 게다가 중식의 대가로 불리는 이연복 셰프가 출연한다는 점이 주목되는 지점이었다. 

 

《현지에서 먹힐까》(위 사진), 《수미네 반찬》의 한 장면

 

중국에서 짜장면 파는 《현지에서 먹힐까》

 

산둥성에서 처음 선보인 짜장면은 반응이 한마디로 폭발적이었다. 몰려드는 손님들로 금세 자리가 꽉 채워졌다. 긴 줄이 늘어선 데다 준비한 재료들이 동이 나는 바람에 의외의 위기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렇게 된 데는 이미 우리네 드라마를 통해 짜장면이라는 음식이 중국인들에게 먹고픈 음식으로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팔리는 짜장면만큼 흥미로웠던 건 이연복 셰프의 진가가 빛나는 요리철학 같은 것이었다. 기본을 지키면 맛은 살아난다는 이연복 셰프의 말처럼 신선한 재료를 그때그때 조리해 내놓고 현장에서 권위를 전혀 내세우지 않고 손님들을 향해 달려가는 그 모습은 《현지에서 먹힐까》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됐다. 

 

음식 예능이 외국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에 사는 분들의 반응이 궁금해서다. 하지만 이 부분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아도취적 재미’에 머물 위험성이 있다. 외국인들이 한식을 먹고 “원더풀”을 연발하는 장면은 그래서 때로는 ‘국뽕(애국주의적인 도취를 이르는 말)’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물론 음식을 통한 국가를 뛰어넘는 공감과 소통은 보는 이들을 흡족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음식이 방송 콘텐츠의 중요한 소재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한 자극을 위한 자극으로서의 먹방이 비판받는 반면, 음식이 환기하는 향수나 추억, 정, 그리움 같은 것들이 더해지면 공감받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음식은 어떤 매개의 역할을 할 때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외국으로 가는 음식 예능의 가능성과 한계가 어디서 갈리는지가 명확해진다. 그 가능성은 음식을 통한 문화의 이해 같은 것들이 동반되고, 그걸 통해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룰 수 있을 때 드러난다. 하지만 마치 우리 음식을 자랑하듯 과한 리액션들만 나열하는 건 자칫 불편함을 만들어내는 한계가 된다. 이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은 그래서 이들 예능 프로그램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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