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퓨마가 가죽 대신 남긴 교훈 ‘매뉴얼 마련’
  • 노진섭 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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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119·경찰·엽사 총동원해도 야생동물 생포 실패

 

대전도시공사와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대전시 사정동 오월드 관계자는 9월18일 오후 5시15분께 119에 "퓨마 1마리가 우리에서 탈출했다"고 신고했다. 대전 오월드는 동물원과 놀이시설 등을 갖춘 시설이다. 

 

오월드 측은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에 퓨마가 사육장을 벗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사육사가 순찰하던 오후 4시까지는 퓨마가 사육장 안에 있었으나 오후 5시께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이날 오전 사육장 청소를 마친 직원이 철문을 잠그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오월드 측은 관람객과 보문산 일대 등산객을 긴급 대피시켰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당국은 퓨마 수색에 나섰다. 1시간 동안 퓨마를 찾지 못하자 경찰특공대와 119특수구조단까지 수색에 동참했다.

 

오후 6시34분께 수색대는 우리에서 200m 떨어진 오월드 내부 뒷산에서 퓨마를 발견하고 마취총을 쐈다. 동물원 밖으로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수색대는 퓨마가 쓰러지기를 기다렸지만, 퓨마는 이리저리 배회하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동물의 몸에 마취제가 작동하기까지 5~10분이 소요되는데 그 사이에 퓨마가 도망갔다는 설명이다. 동물원 동물관리팀 관계자는 "마취총을 쐈지만, 퓨마는 마취되지 않고 달아났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오후 8시20분께 다시 퓨마를 발견했지만 또 놓쳤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사살을 결정했다. 사살 결정은 오월드 관리책임자인 유영균 대전도시공사 사장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사장은 9월19일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퓨마를 포획하려 했으나 날이 어두워지고 동물원 울타리를 탈출할 수 있어서 안타깝지만 사살했다. 처음 퓨마를 발견했을 때는 마취총을 쏴 포획하려 했지만, 마취가 풀리면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매뉴얼에 따라 사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오후 8시38분께 엽사(사냥꾼)와 사냥개를 투입했고, 오후 9시44분께 엽사가 퓨마를 발견하고 사살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119특수구조단 관계자는 "비상이 걸려 현장에 출동해 인명 보호 활동을 했다. 마취총이나 총포가 없어서 야생동물 포획 활동은 하지 않았다. 총포 관리는 경찰 담당이고, 엽사도 경찰이 불렀다"고 말했다. 

 

하지만 400명이 넘는 수색 인력을 총동원했음에도 퓨마를 생포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일부 시민은 동물원 폐쇄까지 주장하고 있다. 야생동물 전문가인 이우신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현장에서 어떻게 조치했는지 모르겠지만, 야생동물에 따라 마취가 잘 되는 종도 있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또 마취제 용량이 적어서 마취가 안 될 수도 있다"며 "퓨마는 국제적으로 보호하는 멸종동물인데 아쉽게 됐다. 그렇지만 퓨마 사살 사건 때문에 동물원을 폐쇄하라는 요구는 성급한 것 같다. 동물원은 멸종 동물을 보호하는 순기능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국 동물원에 적용할 수 있는 대응 매뉴얼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동물원 자체적으로 야생동물 관리 매뉴얼은 있겠지만, 전국 동물원에 적용할 야생동물 포획에 관한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사람 생명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동물을 생포하려는 노력을 다했는지 궁금하다. 사람과 동물 모두의 안전을 위해 세밀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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