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권력이동①] 유튜브 1인 미디어, 보수 중·노년층 흡수 급성장
  • 조해수·유지만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1 11:31
  • 호수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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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에서 보수로 뉴미디어 권력이동

언론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지상파 뉴스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는 동시에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뉴미디어의 중심 축도 진보에서 보수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인터넷 방송을 주름잡았던 진보 언론인들은 지상파에 입성했지만, 영향력은 오히려 과거보다 못한 모습이다. 

 

반면 지상파에서 설 곳을 잃고 유튜브로 자리를 옮긴 보수진영은 5060 시청자를 흡수하면서 지상파를 위협할 만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 이유로 지상파의 정치적 편향성을 꼽고 있다. 지상파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친정부 성향의 뉴스를 쏟아내고 특히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이후에는 진보진영의 논리를 따라가면서, 이에 실망한 중장년층이 대안언론을 찾아 유튜브로 대거 옮겨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튜브의 1인 미디어는 ‘가짜 뉴스’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흑색선전과 인신공격까지 난무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3월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 석방 촉구 집회에서 보수 성향 유튜브 1인 미디어가 이를 촬영하고 있다. ⓒ 뉴스1

 

유튜브는 온라인 세상의 절대 강자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국내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의 8월 앱 사용 시간을 집계한 결과, 유튜브가 333억 분을 기록하며 199억 분의 카카오톡을 여유롭게 따돌렸다. 유튜브는 전 연령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50대 이상이 30대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50대 이상은 64억 분을 기록하며 30대의 50억 분을 넘어섰다. 50대 이상의 7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유튜브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또한 유튜브는 가입과 시청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에 5060 세대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보수 성향이 짙은 5060 세대의 유튜브 유입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가 급증했다. 보수 성향의 1인 미디어가 그 대표주자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7월9일부터 15일까지 유튜브 ‘인기영상’ 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뉴스·시사 콘텐츠가 전체 450건 중 14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보수 성향 콘텐츠가 55건으로 진보 콘텐츠 4건을 압도했다. 인터넷 보수지인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의 《신의 한수》에 따르면, 전체 시청자의 73%가 만 55세 이상이며, 만 34세 이하 젊은 시청자는 6%에 불과했다.

 


5060 세대, 유튜브로 뉴스 소비


인터넷 방송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만 해도 진보진영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인터넷 방송이 주목받은 것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IN 기자의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공이 절대적이다. 2011년 시작된 방송은 이명박 정부 시절 진보진영의 대안언론으로 떠오르며 신드롬을 낳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도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과 라디오 방송의 진행을 맡으면서 제도권 언론에서 더 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인터넷, 특히 유튜브의 영향력이 급증하면서 동영상을 소비하는 유통구조가 급변했다. 지상파의 본방송을 시청하는 것보다 인터넷을 통해 핵심 내용만 간추려진 녹화방송을 시청하고, 24시간 시청 가능한 유튜브 영상이 주목받게 됐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상파가 몰락하고 유튜브로 대표되는 인터넷 언론들이 부상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서 “뉴스의 유통구조가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이미 인터넷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이 교체된 것은 보수 성향 인터넷 방송의 기폭제가 됐다. 보수 성향 인터넷 방송의 선두주자인 《정규재TV》의 경우 2012년 방송을 시작했는데, 구독자 수가 오랜 기간 2~3명 수준에 정체돼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구독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해 현재는 25만 명을 돌파한 상태다. 유튜브에서는 구독자 등록을 하게 되면 새롭게 올라오는 콘텐츠를 즉시 받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유튜브 방송의 영향력을 평가할 때 구독자 수를 기준으로 삼는다.


《신의 한수》 역시 2015년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구독자 수가 1만여 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20만 명 이상이다. 이 밖에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은 20만 명, 《조갑제TV》는 14만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지상파와 맞먹는 수치다. KBS의 경우 26만여 명, MBC 18만여 명, SBS는 32만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규재TV》 《신의 한수》 《조갑제TV》 ⓒ 유튜브 화면캡처


보수진영 “지상파 뉴스 믿을 수 없다”


지상파의 좌편향적 보도가 유튜브 1인 방송의 성장세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S공영노조는 9월17일 성명서를 통해 “1인 방송의 성장은 한마디로 지상파 방송과 신문의 편파·왜곡 보도가 도를 넘으면서 시청자와 독자가 대거 1인 미디어로 옮겨갔기 때문”이라면서 “지상파가 문재인 정권을 찬양하는 동안, 유튜브 등 1인 미디어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대북정책의 문제점, 적폐몰이와 우파 국민에 대한 탄압 등의 뉴스를 가감 없이 보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지상파의 형평성이 무너졌다. 친정부 성향의 뉴스만 나열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수 성향의 시청자로서는 유튜브 방송이 유일한 돌파구가 되고 있다”면서 “지상파가 제대로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면서 유튜브 방송이 대안언론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는 보수정권 시절 《나꼼수》가 진보진영에서 각광을 받았던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튜브의 보수 성향 방송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오프라인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와 온라인 방송이 자연스럽게 연계되면서 단기간에 구독자 수를 늘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 시내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태극기 집회는 서울역, 대한문, 광화문 동화면세점, 광화문 교보빌딩, 종로 보신각 등 모두 5곳으로 매주 5000여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태극기 집회에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있는 김성국씨(67)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후 문자 메시지나 SNS를 통해 유튜브 방송 링크를 받았다. 이때 처음 방송을 본 것”이라면서 “내가 직접 참여한 태극기 집회 내용을 상세히 소개해 주고 응원도 해 주니 방송 볼 맛이 났다. 그때부터 습관적으로 방송을 찾아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튜브 방송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한 상태다. 이택광 교수는 “법적 규제는 물론 윤리적 기준까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작권 침해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유튜브 방송 이전의 팟캐스트 방송의 경우 언론으로 인정됐다. 유튜브 방송 역시 사실상 언론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19대 대선은 사기” 가짜 뉴스 판쳐


여당에서는 유튜브 방송을 가짜 뉴스의 온상으로 보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9월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튜브에서 가짜 뉴스가 유통되는 것을 강력하게 정부가 의지를 갖고, 국회에서도 가짜 뉴스에 대해서 반드시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를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가짜 뉴스는 만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것을 유통시키는 시장의 책임자들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입법을 통해서 반드시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이 공개한 개정안에 따르면, 인터넷 1인 미디어를 방송법으로 규제할 수 있다. 현재 1인 미디어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자율 규제 지침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처럼 방송 금지 등 제재를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유튜브 방송을 통해 “19대 대선은 사기, 문재인 대통령은 가짜”라는 사기대선진상규명본부(사대본)의 주장이 확산되기도 했다. 19대 대선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19대 사기 대선’ 주장은 여전히 유튜브를 떠돌고 있다. 유튜브에서 ‘문재인 사기 대선’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1만여 개가 넘는 영상이 검색되며, ‘19대 문재인 사기 대선’이라는 키워드로는 2700여 개, ‘19대 대선 사기’로는 5000개가 넘는 영상이 검색되고 있다.

 

《애국우파 방송(봉주르 방송)》의 ‘가짜 대통령 문재인을 당장 끌어내리자’는 영상의 조회 수는 30만 건에 육박하고, 《최우원의 구국방송》에서 방영한 ‘가짜 대통령 간첩 문재인은 체포되고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복귀한다’라는 제목의 영상 역시 22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김형준 교수는 “유튜브 방송이 언론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결국 ‘진실 보도’라는 언론의 본질을 수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념에만 매달려 편향적으로 방송이 제작된다면 결국 시청자들도 외면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공정성의 문제는 유튜브 방송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상파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유튜브 방송이든 지상파든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언론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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