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흑산공항 건설, ‘제2의 설악산오색케이블카’ 되나
  • 전남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9.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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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심의만 3년째 공회전…전남도 연기요청 ‘배수진’

찬반 양측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전남 신안 흑산도 공항 건설여부가 안갯속이다. 흑산공항 건설을 둘러싼 심의가 3년째 공회전만 거듭하면서다. 찬반 입장 차가 첨예하자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2년에 3차례에 걸쳐 심의만 계속하다가 또다시 결론을 못 내리고 다음 달로 넘겼다. 설상가상으로 전남도가 배수진을 치고 심의 연기를 요청하고 나서면서 사태가 더 꼬이는 양상이다. 문제는 다음달 5일 이전으로 예정된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가 개시되면 ‘제2의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사태에 버금가는 대형 이슈로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서울지방항공청은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시절 ‘경비행장 개발방안 조사’를 바탕으로 1833억원을 들여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흑산도 54만7646㎡ 면적에 길이 1.16㎞, 폭 30m의 활주로와 부대시설 등을 갖춰 50인승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소형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공항이 건설되면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가는 데 7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1시간대로 줄어든다. 하지만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역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주최로 9월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흑산공항 건설 찬반 종합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우량 신안군수가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흑산공항 심의위 파행…다음달 5일 이전에 다시 개최, 대형 이슈될 듯

 

문제는 환경단체다. 환경단체들은 흑산공항을 ‘제2의 설악산오색케이블카’로 규정짓고 사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동아시아권 철새의 75%가 머무르는 생태보고가 파괴된다는 논리다. 환경훼손 논란과 함께 4000여명에 불과한 주민 숫자에 따른 경제성 부족과 인천공항의 2배가 넘는 연 평균 90일의 안개일수로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는 이유도 내세우고 있다. 반면에 조속한 착공을 촉구해 온 신안 흑산 주민과 전남도, 신안군 등 지자체는 조속한 공사 개시 결정을 내려달라며 환경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처럼 찬반 입장 차가 첨예하자 국립공원위원회는 2016년 11월과 2018년 7월, 지난 9월 19일 3차례 심의에서도 결정을 못 내렸다. 특히 지난 19일 열린 흑산공항 건설과 관련한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계획 변경안 심의는 10시간 가까운 마라톤 논의에도 불구하고 찬반 양측의 갈등만 노출한 채 정회했다. 위원회는 다음달 5일 이전에 심의를 속개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또 다시 미룬 상태다. 당시 서울지방항공청은 통행 실적, 식생 보전 등급에 대한 입장 차이, 항공기 안전성,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보완·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의 연기를 요청했다. 

 

이번에는 당초 조속한 공사 개시 결정을 내려달라며 환경부를 압박하던 전남도가 돌연 심의 연기를 요청하고 나섰다. 전남도는 심의 과정에서 제시된 문제에 대한 사업자(서울지방항공청), 국립공원위원회 의견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면 갈등이 증폭할 수 있다며 심의 연기를 주장했다. 

 

전남도는 27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계획 변경안 심의와 관련해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환경부, 국토교통부, 서울지방항공청에 발송했다. 생태·환경 분야 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국립공원위원회에서 환경성뿐 아니라 경제성, 안전성 문제까지 제기하는 것은 공정성이나 전문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게 전남도의 판단이다.

 

국립공원위원회 위원 25명 가운데 15명을 차지하는 민간위원 다수가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표결이 이뤄질 경우 가결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속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은 곧바로 부결할 것을 촉구하고 있어 다음 달 5일 이전 속회될 회의에서도 심의를 연기할지 놓고 격론이 재연될 수도 있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 공항 예정부지인 대봉산 일대 ⓒ신안군

 

 

전남도 “쟁점별 보완·검토 더 필요” vs 환경단체 “조속히 부결해야”

 

심의를 거듭할수록 찬반 양측의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핵심 쟁점은 경제성, 안전성, 환경성 3가지다. 이번 심의 과정에서 환경성 분야에서는 식생 평가 등급, 철새 대체 서식지와 관련해 찬반 양측이 다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찬성 측은 흑산공항의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B/C값이 1.0만 넘어도 사업성이 있다는 것이다. 흑산공항 B/C값은 2010년 기준 4.38이었다. 100원을 투자할 경우 438원의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이후 2차례의 보완서에서는 2.6, 1.9~2.8로 낮아졌다. 반대 측은 이에 대해 B/C값이 매번 낮아지고 있고 사업자 이익을 의미하는 재무적 타당성(PI)도 0.17에 불과해 수익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경성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사업자 측과 신안군은 공항 건설 부지의 생태자연도가 높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 측은 축구장 75개 면적인 16만6600㎡의 난온대 상록활엽수림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안전성에서는 조류 충돌 가능성, 활주로 길이에 따른 사고 위험성, 안개 등 기상 정보 분석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흑산도는 대표적인 철새 중간 기착지여서 조류 충돌 가능성이 매우 높고, 자동 비행이 아닌 시계 비행을 하는 ATR42 기종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반대 측의 논리다. 찬성 측은 이러한 안전성을 사업 계획에 모두 반영했다고 주장한다. 

 

흑산공항 건설 결정이 미뤄지면서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하는 환경부는 갈수록 난처해지고 있다. 지역 주민과 신안군, 전남도는 계속해서 조기착공을 촉구하고 있고, 환경단체는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며 결정지연에 실망하는 분위기다. 결론을 어떻게 내리건 찬·반 양측으로부터의 비난은 불을 보듯 뻔하다.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지난 2011년부터 필요성이 제기돼 2016년 정부의 흑산 공항 개발 기본계획이 고시됐으나, 국립공원위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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